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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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움을 자극한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답해주는 곳. 허나 시공간을 넘나들며 문답이 이뤄지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행동했던 일들이 현재와 연결되는 고리가 조금은 억지스러웠다고나 할까?

시간의 흐름을 이해 못하는 바보스런 독자여서 일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그들만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놓친 것 같기도 하다.

현대를 사는 지금의 우리는 혼자일 때가 많다. 예전의 풍성한 가족관계도 없고 대화도 단절되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 주의에 의거. 먹고 사는 것에 어린 나이 때부터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인격 형성은 나중 문제고 그로 야기되는 문제가 범죄와 연결돼 책으로 쓴다면 책 지면이 모자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사회속에서 우리는 누구와 대화하고 누구와 고민을 이야기 할 것이며 그 돌파구를 향한 대답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이런 상점이 있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사람이 몰리지 않을까 싶다.

 

  '쇼타, 야쓰야, 고헤이'는 이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찌들린 청춘이다. 그들은 우연히 발견한 상점안에서 기이한 경험을 하는데 편지를 통해 과거로 향하고 과거에 있는 사람은 편지를 통해 현재와 맞닿아 있다. 여러명의 고민 상담자가 스쳐가고 그들 또한 사람이든 장소든 다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그러고 보면 소설이고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치에 맞고 그럴싸한 걸 보면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없는 듯 하다.

혹자들은 과거는 과거일 뿐,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면 된다 라고 한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문구라 나 또한 좋아하는 말이지만 과거의 나가 없었다면 현재의 나도 없고 미래의 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를 마지막처럼 쓰면서 노력한다면 미래를 보다 나은 나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는 알 수 없고 지금껏 살아온 나를 돌이켜보면 이유 없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뭐든 무시하고 잊어버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고 무시했던 일은 언젠간 내 앞에 돌아오고 잊어버린 일 또한 부지불식간에 내 속에 들어오게 된다. 잊지 않고 직시하고 돌파구를 찾아서 조금씩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연결된 시간 고리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참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나 또한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나 할까.

 여러 명의 고민 상담자 중 '고스케'의 이야기가 와 닿는다. 야반 도주하려던 부모님을 떠나 혼자 18년의 세월을 살아낸 사람. 부모님의 생사도 모르고 그 어린 날 사춘기때 접한 비틀즈의 해체 원인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치부하고 본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여긴 사람. 그 사람의 인생의 실타래는 어떻게 풀렸을까?

어린 날의 비틀즈 영화를 보며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것이 그의 인생을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나이도 아닌데 지금도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이 글을 보느 순간, 사춘기를 앓고 있는 내가 아닌가 순간 부끄럽고 움츠려 든다.

재고의 여지를 두지 않고 단정하는 나쁜 습관!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명의 인생 이야기는 책 속의 또 다른 단편집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고민이 있다면 해결을 한다기보다 들어주는 사람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누구나 자신이 느끼는 인생의 무게는 각기 다른 법! 왈가왈부할 거 없이 그 사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 내가 이 책을 덮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게 아닐까 싶다. 거창하게 상담자가 아니라 내 이웃의 가족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치유되는 이웃이 많다는 사실을! 그럼 나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지? 인간 관계는 해답이 없고 참 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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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ford Phonics World 3: Student Book with MultiROM (Package) Oxford Phonics World 3
Craig Wright 외 지음 / OUP Oxford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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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영어를 왜 배우는가?' 하는 식의 질문은 우매한 질문이 되어 버렸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생 교육 과정에 포함된지 오래고 모든이가 잘하고자 하는 염원의 언어가 되었다.

그것은 '너나 할 것 없이 하니까 나도 한다' 라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 개인의 필요에 의함과 동시에 생활이 질적으로 향상되면서 공부의 목적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람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배우게 된 것이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영어 교육 조건이 우리 때와 확연히 달라진게 보인다. 의식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내 아이들이 영어를 접하는 걸 봐 왔지만 사실 80년대 영어는 기본이 alphabet 부터 시작에서 sound 나 phonics는 건너 뛰다 시피하고 단어에 바로 문장, 외우고 또 외우기, 문법. 이 전 과정을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과정까지 6년간 대학을 위한 목표의 하나로 접근했었다. 허나 시대가 바뀌면서 세계가 글로벌화 되고 영어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게 되었다. 굳이 알파벳을 가르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간판이나 방송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영어관련 프로그램, 해외 여행 등. 재미를 가미한 영어 활동이 활성화 되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영어가 두려운 과목이 아니다.

 

  서론이 길어지긴 했는데,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긴 했지만 그 전에는 이런류의 책을 탐구하고 영어 서점을 들르는 게 하나의 일상이 되는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의 영어를 가르쳤기 때문에 교재의 선택이 필수였고 그러기 위해선 영어권 제도내에서 발행된 책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oxford 나 longman은 제 3국의 영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출판업의 사장길에 접어 들 수 있었으나 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oxford 사에서 나온 교재 중 가장 많이 쓰는 교재가 'let's go!'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 또한 그 교재를 쓰기도 했고 longman의 'backpack'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을 받고 5살 아들 녀석이 너무 좋아했다. phonics편이라 본인에겐 어렵고 알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색채감과 빈칸 채우기가 있어 나름대로 아는 알파벳을 멋대로 적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cd의 구성이 중요하다. 들으면서 chant를 통해 음가를 이해하기도 하고 단어에 대한 발음을 인지하기도 한다. story가 있어서 흥미를 유발하고 마지막으로 game을 통해 복습의 효과와 동시에 재미를 잡을 수 있을 듯 싶었다. 무엇보다 책의 캐릭터가 아이들이 요즘 잘보는 'super why!'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비슷해서 재미있어 했다. 총 unit 8으로 구성되는데 두 과가 끝날 때 마다 review가 있어 앞의 내용을 한 번 더 상기시켜 주는 역활을 한다.

한 가지 아쉽다면 애니로만 구성된 인물을 실제 외국인들의 모습과 함께 접목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요즘 어린이들은 외국인들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 나라의 특색을 나타내는 건물이나 스페셜한 날에 치뤄지는 행사들을 실사로 구성한다면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은 PHONICS를 익히는 특수한 조건이 걸려서 그런 다양성을 지양하기는 힘들 듯 싶다.  아이들과 책에 실린 게임을 하면서 힘들긴 하지만 나름의 규칙도 지켜가면서 몇 개를 했다. 아들 녀석은 승부욕에 불타는 나이인지라 계속 져주면서 단어를 소리내어 읽기를 반복했다. 아직은 공부라 생각하지 않고 게임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라 활용도를 잘 맞추면 즐거운 책놀이가 되지 싶었다.

 

  유아 교육 쪽에선 아직도 영어 조기 교육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모국어 습득도 안된 상태에서 시키느냐 모국어가 인지된 상태에서 시키느냐.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전문가라 해도 이 부분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못한다. 통계적 수치로만 얘기할 뿐. 아이들마다 받아들이는 속도와 개별성을 무시하고 외국어를 무분별하게 시키는 게 제일 최악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영어도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대화의 수단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잘못된 교육 방식으로 그 큰 틀을 보지 못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에만 치우치는 이 나라의 교육 제도가 문제라면 문제. 좋은 교재를 통해 아이와의 교감을 처음으로 시도한 듯 해서 미안함과 동시에 아이에겐 엄마와 게임을 하는 기다려 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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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 낭만적인 바리스타 K씨가 들려주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스민 커피 이야기
김용범 지음, 김윤아 그림 / 채륜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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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수령하자 마자 미리 계획되어 있던 강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결혼 기념일도 있고 커피를 너무 사랑하는 나와 더불어 신랑도 빠져들고 있는 그 커피의 도시를 찾아 나섰다. 강릉 카페 거리와 유명한 커피공장 테라로사 까지.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만큼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예전의 유명한 관광명소는 타국 사람들의 관광지로 변모했고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인들의 취향과 기호 식품이라지만 그 위상도 높아져서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길과 입맛,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커피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와서 펼쳐든 책!

 

  '예술인들이 즐겨 마셨던 커피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들에게 영감을 준 커피를 나도 마셔볼 수 있을까?' 갖가지 의문점을 가지며 책을 들었다.

우선 '바리스타 k 씨'가 아는 범위내에서 예술인들이 마신 커피를 나름 정리한 듯했다. 그들의 예술 작품속에서 드러나는 커피를 고증의 작업을 거쳐 작품으로 승화된 배경이나 뒷이야기 같은. 뭔가 구미가 당기듯이 적은 듯 하면서도 2%가 아쉬웠다고나 할까?

물론 작품에 드러나는 커피의 예를 들고 작가나 예술인들의 일생을 겉핥기 식으로 기술하기는 했다. 바리스타의 시와 'art recipe' 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나같은 경우는 작가와 작품만 아는 정도고 그의 일생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들도 다수 있었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은 1930년대 대표적인 '모던 보이'였고 한국의 대표적인 '딜레탕트'였다는 점. 헤밍웨이도 지독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쿠바 커피를 사랑하며 인생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외에도 '스타벅스'에 얽힌 이야기들. 커피 자체가 서양 문화를 대표하는 산물이라 서구 예술인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다채로웠다.

 

  예술가들에겐 그들의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큰 공을 세운 나름의 기호품 또는 사람이 있다. 담배, 와인(술), 음식 그리고 여자인 경우가 그렇다.

그 기호품이 준 영감은 사실 작품속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생활의 수필이나 주변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한 예술인의 인생 전반에 대한 이해와 주변 인물들을 통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기호품이 작품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 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업은 방대하고 오랜 시간을 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인들이 즐겨 마셨던 커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그것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와인 같은 경우 그 한 병의 '라벨'에 숨겨진 뒷 이야기가 가득하다.

 

  커피의 기원은 중동, 아랍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나 많은 이들은 서양 제국의 전유물로 알고 있고, 또 그들에게서 더 눈에 띄게 발달되어 온게 사실이다.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인들의 노동 착취로 이어진 그 열매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자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이름으로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 착취로 이어지고 있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나름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호 식품의 깊이 있는 이해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나 또한 쓴 커피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시던 그 시기를 지났으니 한 잔을 마시더라도 원산지와 향을 음미하는데 주력하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터키에서 머리털이 설 만큼 짜릿하다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며 그 속에 녹아든 나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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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1
맥스 애플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강주헌.하윤숙 옮김 / 홍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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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의 사전적 의미는, 생산적인 목적을 위하여 몸이나 정신을 쓰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생산적인 목적을 도모하여 경제적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일'의 정의가 아닐까? 예전엔 남성의 활발한 경제 활동으로 돈을 버는 일이 바깥일이 되는 것이고 그것만이 일의 큰 목적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일'의 의미도 확장되여, 어린아이 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함으로써 이 일련의 과정도 '일'의 범주에 속하게 되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묘한 실웃음이 나왔다. 이런 생각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만족하건 만족하지 않건 주어진 일상을 살아내며 거기서 기쁨과 행복을 찾기도 하고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일이 없는 세상에 살 수 없고 혼자일 수 없다면 사람들과 부대끼고 자연스런 관계를 맺는 법을 알아가는 것 또한 지루한 일상의 반복을 그나마 즐길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 책의 기본 소재는 '일'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여러 작가의 단편을 묶어 놓은 책이다. 다양한 직업군을 엿볼 수 있고, 여러 작가들의 시선을 다방면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어 즐거운 읽기였다.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고 소설을 요소를 더 가미한 환타스틱한 것도 있었다.

요즘 세상이 혼미하고 짐승들이 활보하다 보니 독특한 소재이고 비현실적이긴 하나 이런 일이 가능한 날이 왔으면 하고 바래보기도 한다.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그들 스스로 해결하고 마음 사람들은 침묵한다. 그들은 그것을 사업으로 확장시켜 범죄자를 완벽하게 처단하고 돈을 번다. 현실에선 해결하지 못하고 나약하기만 한 민중의 지팡이를 믿는 거 보다 이런 사람들의 등장이 비현실적이고 불법적임에도 은근히 기대된다. 내가 비정상이 되고 있는 것인가.

장애아를 키우는 아버지의 일상이나 부모의 흔들림 속에 방치된 아이들이 나름의 일을 하고 자기네 방식대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도 그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의 한 형태다. 한국 사회 모순의 한 단면일까. 주부의 일이 방대하고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경제적인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업군에 넣기를 꺼리고 괄시하는 느낌 . 물론 지금은 그 예전의 주부들보다 지위가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일의 중요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내가 그 주부군에 속하다보니 주부의 '일'에 시선을 둔 소설이 눈에 더 들어온 건 당연한 일. 남편의 위치를 생각하며 행동하고 자식의 감정에 충실하게 대해 주려고 노력하는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 가족의 그 누구도 감정을 보살펴 주지 못하는 그 자리 아내이자 엄마의 자리. 바람처럼 스치는 인연에 마음이 흔들리는 연약한 여자. 결혼 전 이해하기 조금은 난해했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났고 그 감정에 충분히 공감가는 내 모습이 자연스런 나이 먹기인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남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친화적인 사이가 된다는 고전적인 소재의 소설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때론 열악한 환경에 욕하고 뛰쳐나가고 싶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사랑하고 남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다 보면 그들속에 녹아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일'의 형태는 다양하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세상에서 하찮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왈가왈부할 본질의 것은 아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단순한 카피 문구처럼 일상에 감사하고 즐기는 법을 아는 우리가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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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독일 대통령은 왜 지금 자유를 말하는가
요아힘 가우크 지음, 권세훈 옮김 / 부엔리브로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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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는 태어나면서부터 공기처럼 필수 조건에 속해있었음으로 그것을 위해 어떤 투쟁의 역사가 있었는지, 그것을 누리기 위해선 어떤 의무가 따르는지, 지구 어딘가에선 아직도 이것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책을 보면서 강렬한 느낌의 이 '자유'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아이들과 함께 본 '새미의 어드벤처2' 가 생각났다. 미국 애니메이션 자체가 주인공의 역경을 시작으로 그 주인공의 곁엔 항상 든든한 지원자가 등장하며 그들은 힘을 합쳐 해피 엔딩의 결말을 만들어낸다. 특이할 거 없는 구조지만 그 속엔 미국이라는 나라의 기본 근간인 '자유'에의 의지와 의미가 살며시 녹아든 작품이 많다. 이 에니메이션에서는 드넓은 수족관에 갇힌 망치 상어가 수족관의 벽을 향해 끝없이 자신의 몸을 부딪힌다. 다른 물고기들은 바다로 나가기를 포기하지만 상어는 내가 원하는 곳에 있을 자유로의 의지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기꺼이 바치며 사람들에겐 경각심을 물고기들에겐 희망을 선사한다.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으며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익숙해짐에 물들고 편안함에 안주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누리고 사는 삶에 대한 고마움은 잊고 산다.

 

  이 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현 독일 대통령의 연설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랑 같은 분단의 역사를 갖고 있었으나 통일을 이루어냈고 통일 당시 유럽국가들의 보이지 않는 반대와 불안감을 종식시키며 차근차근 그들만의 온전한 독일의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혹자들은 유럽 최강의 나라라고 하기도 한다.

히틀러를 탄생시키며 최악의 전쟁을 일으킨 나라! 모든 사람이 동조했든 안했든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하는데 일조한 나라! 그 희대의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어찌 전쟁의 상흔을 지우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영화화되는 '악의 나라'라는 이미지. 그 트라우마를 어떻게 벗게 되었을까? 대통령의 간략한 연설문에서 이 끝나지 않는 의문점을 밝혀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이고, 그 과거를 발판삼아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미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관건이 아닐까? 그 중심에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자유'가 있다. 통치자는 시민들에게 자유를 통한 권리를 부여하고, 시민들은 그것을 누릴 권한에 대한 의무를 다한다.

 

  독일 대통령도 크게 자유, 책임 그리고 관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은 학생 시절 귀가 따갑게 듣긴 했지만 몸소 실천하지 못하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전쟁이나 기아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 그렇다고 극한의 체험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책임' 부분에서 관계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평범한 일상에서 서로에게 책임지는 삶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구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던지는 물음' 관용'은 무엇인가? 무조건으로 용서하고 상관하지 않는 것은 관용이 아닌 무관심이거나 혹은 무책임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견하지 못한다면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보다는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며 완전하지 않은 '민주주의'지만 그것은 모범적인 성격의 학습 능력을 가진 시스템이라 역설한다.

대선을 앞 둔 이 나라는 어지럽기 그지없다. 누구를 위한 선거인지 잊고 있고 오직 자신들의 권력 추구에만 전력질주한다. 어떤 세력에 붙어야 그 세계에 발을 오래 붙일 것인가. 국가를 믿고 의지하며 자유를 만끽하고 책임을 다해서 올곧은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다.

허나 우리나라 현실속 정치인들의 관심사는 국민에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권력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언제쯤 우리도 사람답도 인간다운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인가??

독일 대통령의 마지막 문구를 인용하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우리 사회가 관용을 가지고'

가치를 의식하면서 무엇보다 자유에 대한 사랑으로 발전하기를,

그리고 성숙한 자유란 책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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