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흥미로움을 자극한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답해주는 곳. 허나 시공간을 넘나들며 문답이 이뤄지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잡화점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행동했던 일들이 현재와 연결되는 고리가 조금은 억지스러웠다고나 할까?

시간의 흐름을 이해 못하는 바보스런 독자여서 일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그들만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의 흐름을 놓친 것 같기도 하다.

현대를 사는 지금의 우리는 혼자일 때가 많다. 예전의 풍성한 가족관계도 없고 대화도 단절되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 주의에 의거. 먹고 사는 것에 어린 나이 때부터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인격 형성은 나중 문제고 그로 야기되는 문제가 범죄와 연결돼 책으로 쓴다면 책 지면이 모자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사회속에서 우리는 누구와 대화하고 누구와 고민을 이야기 할 것이며 그 돌파구를 향한 대답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이런 상점이 있다면 돈을 내고서라도 사람이 몰리지 않을까 싶다.

 

  '쇼타, 야쓰야, 고헤이'는 이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찌들린 청춘이다. 그들은 우연히 발견한 상점안에서 기이한 경험을 하는데 편지를 통해 과거로 향하고 과거에 있는 사람은 편지를 통해 현재와 맞닿아 있다. 여러명의 고민 상담자가 스쳐가고 그들 또한 사람이든 장소든 다 하나의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그러고 보면 소설이고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라고 하지만 이치에 맞고 그럴싸한 걸 보면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 없는 미래는 없는 듯 하다.

혹자들은 과거는 과거일 뿐,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면 된다 라고 한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문구라 나 또한 좋아하는 말이지만 과거의 나가 없었다면 현재의 나도 없고 미래의 나도 없을 것이다. 물론 현재를 마지막처럼 쓰면서 노력한다면 미래를 보다 나은 나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우리는 알 수 없고 지금껏 살아온 나를 돌이켜보면 이유 없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뭐든 무시하고 잊어버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게 아니고 무시했던 일은 언젠간 내 앞에 돌아오고 잊어버린 일 또한 부지불식간에 내 속에 들어오게 된다. 잊지 않고 직시하고 돌파구를 찾아서 조금씩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연결된 시간 고리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참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나 또한 질문을 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나 할까.

 여러 명의 고민 상담자 중 '고스케'의 이야기가 와 닿는다. 야반 도주하려던 부모님을 떠나 혼자 18년의 세월을 살아낸 사람. 부모님의 생사도 모르고 그 어린 날 사춘기때 접한 비틀즈의 해체 원인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치부하고 본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여긴 사람. 그 사람의 인생의 실타래는 어떻게 풀렸을까?

어린 날의 비틀즈 영화를 보며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것이 그의 인생을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나이도 아닌데 지금도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이 글을 보느 순간, 사춘기를 앓고 있는 내가 아닌가 순간 부끄럽고 움츠려 든다.

재고의 여지를 두지 않고 단정하는 나쁜 습관!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명의 인생 이야기는 책 속의 또 다른 단편집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고민이 있다면 해결을 한다기보다 들어주는 사람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싶다.

누구나 자신이 느끼는 인생의 무게는 각기 다른 법! 왈가왈부할 거 없이 그 사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기! 내가 이 책을 덮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게 아닐까 싶다. 거창하게 상담자가 아니라 내 이웃의 가족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치유되는 이웃이 많다는 사실을! 그럼 나의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지? 인간 관계는 해답이 없고 참 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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