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치명적인 검은 유혹 - 낭만적인 바리스타 K씨가 들려주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스민 커피 이야기
김용범 지음, 김윤아 그림 / 채륜서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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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수령하자 마자 미리 계획되어 있던 강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결혼 기념일도 있고 커피를 너무 사랑하는 나와 더불어 신랑도 빠져들고 있는 그 커피의 도시를 찾아 나섰다. 강릉 카페 거리와 유명한 커피공장 테라로사 까지.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만큼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강원도에서 예전의 유명한 관광명소는 타국 사람들의 관광지로 변모했고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인들의 취향과 기호 식품이라지만 그 위상도 높아져서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길과 입맛, 코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커피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와서 펼쳐든 책!

 

  '예술인들이 즐겨 마셨던 커피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들에게 영감을 준 커피를 나도 마셔볼 수 있을까?' 갖가지 의문점을 가지며 책을 들었다.

우선 '바리스타 k 씨'가 아는 범위내에서 예술인들이 마신 커피를 나름 정리한 듯했다. 그들의 예술 작품속에서 드러나는 커피를 고증의 작업을 거쳐 작품으로 승화된 배경이나 뒷이야기 같은. 뭔가 구미가 당기듯이 적은 듯 하면서도 2%가 아쉬웠다고나 할까?

물론 작품에 드러나는 커피의 예를 들고 작가나 예술인들의 일생을 겉핥기 식으로 기술하기는 했다. 바리스타의 시와 'art recipe' 로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나같은 경우는 작가와 작품만 아는 정도고 그의 일생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들도 다수 있었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이효석'은 1930년대 대표적인 '모던 보이'였고 한국의 대표적인 '딜레탕트'였다는 점. 헤밍웨이도 지독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쿠바 커피를 사랑하며 인생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외에도 '스타벅스'에 얽힌 이야기들. 커피 자체가 서양 문화를 대표하는 산물이라 서구 예술인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다채로웠다.

 

  예술가들에겐 그들의 창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큰 공을 세운 나름의 기호품 또는 사람이 있다. 담배, 와인(술), 음식 그리고 여자인 경우가 그렇다.

그 기호품이 준 영감은 사실 작품속에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생활의 수필이나 주변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한 예술인의 인생 전반에 대한 이해와 주변 인물들을 통한 전반적인 이해가 있어야 '기호품이 작품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 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업은 방대하고 오랜 시간을 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인들이 즐겨 마셨던 커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그것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와인 같은 경우 그 한 병의 '라벨'에 숨겨진 뒷 이야기가 가득하다.

 

  커피의 기원은 중동, 아랍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나 많은 이들은 서양 제국의 전유물로 알고 있고, 또 그들에게서 더 눈에 띄게 발달되어 온게 사실이다.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인들의 노동 착취로 이어진 그 열매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자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의 이름으로 어린 아이들의 노동력 착취로 이어지고 있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나름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기호 식품의 깊이 있는 이해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나 또한 쓴 커피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시던 그 시기를 지났으니 한 잔을 마시더라도 원산지와 향을 음미하는데 주력하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터키에서 머리털이 설 만큼 짜릿하다는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며 그 속에 녹아든 나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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