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 눈치 보지 않고 나답게 사는 연습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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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먼저, 현실은 그다음" 과연 그럴까?


현실이 생각처럼 따라주면 바라는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맘대로 되지 않고, 좌절과 절망 그리고 포기란 단어를 뱉게 만든다. 쓴소리를 들으면 참아야 하고, 노력은 누구나 다 하는 기본 바탕이다. 아무리 피나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어도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더 많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는 건 다 이룰 수 있다고, 느릴지라도 언젠가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고 품었던 희망은 빛 바래진다.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이제 그런 속박들로부터 벗어나라고 한다. 열심히 하지 말고, 의존하고, 탓하고, 표출하며 살라고 조언한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달콤한 말이라 생각한다. 마음 가는 대로 누가 안 살고 싶겠는가. 다들 그런 욕구를 갖고 있지만 관계가 중요한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가 너무 잃을 것들만 생각하며 살지 않았나 생각했다. 노력을 100배, 1000배 쏟아부어도 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붙잡으며 내가 더 시간 관리를 잘했어야 했다고 탓했다. 내가 1%의 재능이 없으니 그것을 커버할 수 있는 99%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기회는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있을 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내가 열심히 해야 해.”
이런 악마 같은 주문.
“역시 열심히 했더니 잘 됐어.”
이 엄청난 착각의 주문.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
이런 세뇌 혹은 착각이 점점 더 열심히 해야만 하는 현실을 대량생산해내는 것입니다. (p. 63)


감사하단 말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얻기 위해 가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맙다고 말한다. 나를 보다 좋은 사람으로 인식해주길 바라는 감사였다. 노력에는 내가 이만큼 했다는 것을 남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깔려있다. 경쟁 사회에서는 더더욱 타인보다는 내가, 권위 있고 명망 높은 사람에게는 내가 눈에 띄기를 바란다. 성공의 조건이 타인의 시선에 맞춰져 버린 삶이 과연 추구하던 행복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도 감사하지 않습니다.
그저 행복하게 성과를 얻기 위해서 감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것이 ‘해야만 하는 감사’, ‘성과를 얻기 위한 타산적 감사’입니다. (p.74)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처에만 매여있으면 발전은 없다. 저자는 기분과 사실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상황에는 나의 기분이 투영되어 있다. '바보 취급을 당한 기분',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은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잊고 있던 상처를 들추면서 계속 과거에 매이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타인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재단한 기분으로 우울해진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깨달아야 기분 탓에 상처를 안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단언하는데, 이 모든 게 전부 기분 탓입니다.
당신 마음대로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기분은 기분일 뿐 사실이 아닙니다. 누구도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말고는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p. 115~116)


정말 나다운 것은 시간이 지나며 바래진 사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선명했던 색깔들이 누렇게 변해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시간의 무상함을 느낀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때의 멋모르던 순수한 나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를 찾는 과정은 사춘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인생에서 오춘기, 육춘기도 겪어야 한다. 깜깜한 거리 속, 희미한 가로등 불빛 하나를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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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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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가 일러스트 특별판으로 다채롭게 돌아왔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로도 개봉되었던 이 작품은 인도 소년 파이의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이지만 다양한 종교를 바라보는 파이의 시선, 동물들과 태평양 한 가운데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살아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까지 소설은 긴장감 속에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파이가 바라본 첫 세계는 종교이다. 인도는 모두가 알다시피 힌두교를 믿는다. 하지만 파이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도 접하며 모든 신을 믿고자 한다. 그저 어리며 신앙심 깊은 아이는 이쪽 신도 저쪽 신도 모두 자신에게 대단해 더 깊이 알고 싶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어른들에게 파이는 말한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p.115)

 

아무도 이 말에 반문하지 못한다. 우리는 종교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사랑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 다음으로 파이가 바라본 세계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세상이다. 캐나다로 향하는 배가 좌초되고 파이는 벵골 호랑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같이 동승했던 동물들과 태평양 한 가운데 남겨진다. 어린 나이에 생존과 투쟁하고 하이에나와 벵골 호랑이라는 맹수들과 공존해야 한다. 구명보트 밑에는 상어가 득실거린다. 망망대해에서 구조선을 만나는 기적을 경험하기 전까지 어린 아이는 스스로 생존을 해야 한다. 물과 식량도 부족한 열악한 상황에서 기약 없는 희망을 기다리기엔 너무 멀고 헛된 기대 같다. 하지만 파이는 포기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보트를 뒤져 물과 식량을 찾아냈고 맹수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뗏목을 만들고 벵골 호랑이를 길들였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p.358~359)

 

무려 227일 동안 그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살아남는다.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 같다. 더불어 맹수 한 마리가 그의 동반자가 되어있다. 처음에는 잡아먹힐까 전전긍긍하며 심기를 건들이지 않으려 노력하던 소년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맹수를 길들이고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여긴다. 생존과 공존을 동시에 이뤄냈다.

 

마지막으로 그가 바라본 세계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이다. 파이의 이야기를 듣고자 찾아온 오카모토는 그가 탔던 배의 좌초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파이는 계속해서 동물들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만 계속한다. 듣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배가 가라앉던 이야기를 해줘도 그가 듣고 싶던 대답은 아니다. 마지막에 파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동물의 이야기가 사람인 경우였다. 이것도 오카모토가 원하던 답변은 아니었다.

 

짧은 인생동안 파이는 많은 고난을 겪었다. 책의 결말은 무사히 캐나다로 건너가 잘 사는 파이, 227일 간의 여정을 끝낸 파이 2개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가 더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파이가 오카모토에게 들려주었던 마지막 이야기.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을까?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은 대만 선원, 얼룩말의 다리를 물어뜯은 하이에나는 요리사, 오랑우탄은 어머니, 벵골 호랑이는 파이 자신. 그 좁은 구명보트 안에도 세상은 존재했다. 물고 뜯는 양육강식의 세계가, 힘 있는 자가,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극한의 악이 존재했다. 결국 마지막에 살아남아 멕시코에 도달한 것은 파이였다. 호랑이는 없었다고 한다. 파이는 이렇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우화의 방식을 빌린 것이 아닐까?

 

모든 진실은 파이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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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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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심리상담이 필요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요즘에는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보편화되진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찾아가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 있다. 진료기록이 남을까 불안해 하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들, 특히 속에 담아두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한 사연들을 생판 남인 상담자 앞에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수치심 역시 상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를 집필했던 강현식(누다심)이 이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담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 위해 쓰셨다. 또한, 이해하기 쉽게 '서늘한 여름밤'이 짧은 만화를 통해 친근하게 상담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상담은 상담을 전공한 전문가로부터 받는 것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 돈을 내고 비즈니스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가장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다. 이런 점이 일반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와 다르다. 또한, 상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히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지인과의 대화와 다르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민을 듣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충고나 조언을 해주고 싶어야 하는데 상담은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받고나면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즉,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힘든 과거를 돌아보며 감정을 표출하고 매듭짓지 못했던 문제를 함께 묶는 작업을 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상담이란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받는 것'이라 말한다. 따라서 이들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상담가는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지켜봐 준다. 과거의 일은 이미 일어난 것으로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과거의 일이 다시 반복되어 내가 힘들지 않도록 과거의 아픔을 올바르게 아파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양가감정이 드는 것도 보기 싫었던 내면을 바라봐야 하는 것도 모두 성장통이다. 상담가가 있기에 성장통을 조금 덜 아프게 겪을 수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죠.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요? 내가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입니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입니다. (p.47)

안타까운 점은 내담자를 이용하려면 몇몇 안 좋은 상담가들이다. 돈을 목적으로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 판단을 내리고 내담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으려는 상담자, 자격도 없는 일반인이 상담가라며 센터를 차리는 등의 부정한 행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상담을 받아야 할 사람이 정작 오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에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상담을 받는 것이 눈치가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음의 짐이라도 상담가를 찾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타인과의 유대관계가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것 같다. 상담가가 늘 유망직종으로 분류되는 것도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이유는 바로 이렇게 상대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배려해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본다.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담은 필요한 것 같다. 불완전한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혹시나 상담을 고민하고 있거나 받고 싶지만 두려움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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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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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 계속 생각났던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 '김지영'은 출생부터 워킹맘의 생활을 하다 육아문제로 퇴사를 하기까지 수차례 차별을 받는다. 소설이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한국 사회의 여성의 모습이었다. 소설이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을 무시하는 사회를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일하는 여성, 리더로서의 여성을 말한다. 여성이 학습된 사회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그 어떤 부조리한 상황을 견디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라고 말한다.

과거와 다르게 성별보다는 각자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유리는 깨질 수 있으며 그것을 깨부술 수 있는 여성이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 역시 남녀의 차별을 받고 자랐으며 육아의 고통에 수없이 좌절하며 커리어를 포기할까도 생각했고, 종갓집 맏며느리라는 책임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위해 목적을 설명하고 설득을 거쳐가며 유학생활을 하고 해외근무를 지원하고 창업에 도전하여 CEO가 되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경력단절이 되는 가장 1순위 이유인 '육아'에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한 여성과 일하는 삶을 택한 사람 모두 각자 나름의 가치가 있고 어느 한 쪽이 맞는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방향은 육아를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는 것이다. 손길이 가장 많이 가는 시기인 영유아기, 초등학교 입학 시기는 한순간으로 지나가는 고비이지만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일 때 더 이상 부모는 '늘 같이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일을 그만두면 자신이 포기한 것들을 아이들에 대한 기대로 보상받고자 하며 그것은 학업을 강요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영될 수 있다. 아이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부모가 이를 인정해주고 양육을 같이 있는 시간적 양으로 채우기보단 짧은 시간이라도 질적인 양육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회사에서도 능력이 있는 여성이 보이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불필요한 술자리를 없애고 능력 하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좋았다. 누구나 꿈꾸는 직장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직장문화를 장착한 회사가 과연 한국에서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칼퇴근법, 육아휴직제도, 야근 금지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해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사회는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기에 예시로 든 미국의 실리콘 밸리의 기업은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나 싶었다.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르다. 성향도 기질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일반화 시켜 여성은 감성적이어서 업무의 잘잘못을 자신의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남성은 비난을 일적인 것으로만 대한다는 식의 표현은 불편했다. 보통 감정과 섬세함을 대표적인 여성적인 특징으로 뽑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도 많다. 한 예로 여성이 공감능력이 높아 드라마를 봐도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여 잘 눈물을 흘린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연히 개인차는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들 마저도 남녀의 구분 없이 그저 인간의 성격 및 행동 특성으로 이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 역시 잘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건의하고, 눈치를 보며 권리를 내려놓지 않고 내 후대를 위해서 당당히 요구하는 그런 모습들이 보다 많이 보이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정말 능력으로만, 인성으로만 인정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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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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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확의 계절 10월이다. 곧 있으면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밥을 먹을 것이다. 귀향길 정체, 고소한 전 냄새,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이 벌써부터 이미지로 떠오른다. 이번 샘터에는 이런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글들이 보인다. 노력의 결실을 말하는 글,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친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는 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의 글 등 다양한 소재들이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수많은 글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글은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알베르토가 쓴 것이다. 자신의 친구 스테파노가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위해 해준 말에 관한 글이었다.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가야 할지 말지를 고민 중이던 그에게 스테파노는 이렇게 말해준다.


"알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길은 생각보다 많아.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또 다른 길로 가면 돼.
그러니까 처음부터 정답만 고르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 (p.63)


이 말은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생각날 것 같은 말이다.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나를 가둬둔 것 같다. 이것저것 선택하며 대가를 치르다 보면 넘쳤던 선택지는 가지치기가 되어 진짜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스테파노가 위로를 건넸다면 모네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다. 미술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모네의 작품은 좋아해 찾아보던 편이었는데 이번 <미술관 산책>에 그의 작품에 관한 글이 실렸다. 모네는 정원을 열심히 가꿨던 화가로 유명한데 그중 변화하는 물을 그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순간 물 위에 하늘의 한 모퉁이가 반사되기 때문에 연못은 늘 변화하고 움직임이 있네.
이 움직이는 식물과 물의 변화하는 모습이 얼마나 흥미를 끄는가가 중요하다네."(p.79)

 

그가 그린 수련 연작 시리즈는 시간에 따른 물과 수련의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사소한 변화에 관심을 기울인 면도 좋았지만 즐거워하며 관찰했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 멋있기도 했다. 이런 그를 보며 나도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서 모네처럼 멋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영화 <더 테이블>에 관한 글도 좋았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이고 인상 깊게 봤던 터라 더욱 유심히 읽은 글이다. 카페라는 열린 공간에서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은 기분으로 70분간 네 커플을 바라보는 연출은 보는 내내 미소를 띠게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주 무대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으로 상영되니 그 이야기들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며칠 전에는 영화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스토리를 엮어 책으로 출간돼 꼭 책과 영화를 함께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다.


"영화들이 뜨거운 것에 집중하는 시기지만 사소한 것에도 집중하는 작품이 있어야 한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나누거나 엿들었던 일상의 여러 대화를 반추해보게 된다. 모두가 뜨거운 영화 같은 삶은 사는 건 아니기에 이 사소한 이야기들이 때로는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전해주기도 한다. (p. 96)

 

결실이 맺은 일도 그렇지 못한 일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끝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기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일을 차례차례 처리하면서 묵묵히 하다 보면 어느새 이 긴 여정도 '끝'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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