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이 이야기>가 일러스트 특별판으로 다채롭게 돌아왔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로도 개봉되었던 이 작품은 인도 소년 파이의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이지만 다양한 종교를 바라보는 파이의 시선, 동물들과 태평양 한 가운데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살아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까지 소설은 긴장감 속에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파이가 바라본 첫 세계는 종교이다. 인도는 모두가 알다시피 힌두교를 믿는다. 하지만 파이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도 접하며 모든 신을 믿고자 한다. 그저 어리며 신앙심 깊은 아이는 이쪽 신도 저쪽 신도 모두 자신에게 대단해 더 깊이 알고 싶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어른들에게 파이는 말한다.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p.115)

 

아무도 이 말에 반문하지 못한다. 우리는 종교를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사랑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 다음으로 파이가 바라본 세계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세상이다. 캐나다로 향하는 배가 좌초되고 파이는 벵골 호랑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등 같이 동승했던 동물들과 태평양 한 가운데 남겨진다. 어린 나이에 생존과 투쟁하고 하이에나와 벵골 호랑이라는 맹수들과 공존해야 한다. 구명보트 밑에는 상어가 득실거린다. 망망대해에서 구조선을 만나는 기적을 경험하기 전까지 어린 아이는 스스로 생존을 해야 한다. 물과 식량도 부족한 열악한 상황에서 기약 없는 희망을 기다리기엔 너무 멀고 헛된 기대 같다. 하지만 파이는 포기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살기 위해 보트를 뒤져 물과 식량을 찾아냈고 맹수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뗏목을 만들고 벵골 호랑이를 길들였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p.358~359)

 

무려 227일 동안 그는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살아남는다. 불가능해 보이는 숫자 같다. 더불어 맹수 한 마리가 그의 동반자가 되어있다. 처음에는 잡아먹힐까 전전긍긍하며 심기를 건들이지 않으려 노력하던 소년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맹수를 길들이고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여긴다. 생존과 공존을 동시에 이뤄냈다.

 

마지막으로 그가 바라본 세계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이다. 파이의 이야기를 듣고자 찾아온 오카모토는 그가 탔던 배의 좌초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파이는 계속해서 동물들과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만 계속한다. 듣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배가 가라앉던 이야기를 해줘도 그가 듣고 싶던 대답은 아니다. 마지막에 파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동물의 이야기가 사람인 경우였다. 이것도 오카모토가 원하던 답변은 아니었다.

 

짧은 인생동안 파이는 많은 고난을 겪었다. 책의 결말은 무사히 캐나다로 건너가 잘 사는 파이, 227일 간의 여정을 끝낸 파이 2개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가 더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파이가 오카모토에게 들려주었던 마지막 이야기. 그것은 진짜가 아니었을까?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은 대만 선원, 얼룩말의 다리를 물어뜯은 하이에나는 요리사, 오랑우탄은 어머니, 벵골 호랑이는 파이 자신. 그 좁은 구명보트 안에도 세상은 존재했다. 물고 뜯는 양육강식의 세계가, 힘 있는 자가,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극한의 악이 존재했다. 결국 마지막에 살아남아 멕시코에 도달한 것은 파이였다. 호랑이는 없었다고 한다. 파이는 이렇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우화의 방식을 빌린 것이 아닐까?

 

모든 진실은 파이만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