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는 뇌 - 삶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진정한 멈춤의 과학
조지프 제벨리 지음, 고현석 옮김 / 갤리온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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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멈추지 못하는 뇌 (조지프 제벨리, 갤리온(웅진지식하우스), 2025, 초판 1)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뇌의 작동 원리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휴식이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뇌는 집중할 때 가동되는집행 네트워크와 휴식과 사색할 때 가동되는디폴트 네트워크로 활성화되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집행 네트워크만을 강조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지금껏 간과해 온 디폴트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원제인 휴식 상태의 뇌(The Brain at Rest)”는 바로 이 디폴트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디폴트 네트워크는 휴식과 사색에 최적화된 상태로 진정한 멈춤’, ‘인생 회복을 위한 돌파구’, ‘아무것도 하지 않기’, ‘한발 물러서기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에 중독된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대체로 어떤 상태일까.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우리의 피곤한 뇌(집행 네트워크만 활성화된 뇌)를 설명한다.

 

과로는 점진적으로 정신 건강을 갉아먹는 진행성 질환이다. …… 심지어 과로는 나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뇌를 늙게 한다. …… 과로는 몸의 모든 장기에 악영향을 미친다.”(46~47, 과로는 어떻게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가.)

 

과로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면 내 상태와 너무 유사한 증상들이 보여 깜짝 놀랄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과로로 인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어떻게 지친 뇌를 쉬게 해야 하는지 휴식의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단순히 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휴식을 바탕으로 뇌의 창조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놀이. 저자는 신경과학적 연구와 실험을 통해 밝혀진 디폴트 네트워크의 효과를 제시하고, 휴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통념에 저항하면서 앞으로의 인식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뇌 건강을 위한 선언문(295)-

 

저자는 신경과학자로서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라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이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실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다. 저자는 일에 중독되어 결국 건강을 해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았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장기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자기 삶을 재구성해 휴식과 놀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저자의 연구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연구가 발전해나갈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뇌 건강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방법을 휴식놀이로 나누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먼저 휴식은 마음방황(87)’, ‘나무 끌어안기(114)’, ‘의도적 고독(145)’, ‘(177)’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핵심은 지금껏 우리가 바쁘게 일하는 것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에 이 휴식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죄책감(84)’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 부분이 가장 공감이 갔다. 일이 최우선이고, 시간을 쪼개 많은 것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휴식은 견딜 수 없는 시간일 수 있다. 마치 담배나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 겪는 금단증상과도 같을 것이다. 그래서 이 죄책감을 이겨내는 것이 휴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놀이에서는 비디오 게임(217)’, ‘능동적 휴식-운동(237)’, ‘닉센-아무것도 하지 않기(262)’를 제시한다. 특히 그는 모든 놀이를 실천하기보다 자신의 놀이 성격에 맞는 활동을 주로 해 나갈 것을 권장한다. 놀이 활동을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 그것에 맞는 활동을 찾아 나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로 무언가를 수집하는 사람(223)’에 해당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는 것이 가장 좋은 놀이라 생각했는데, 내 성향에 맞는 것만 실천하기보다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나 부족해 보이는 놀이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이다. 운동을 통해 평소 내가 활성화하지 못했던 뇌 영역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내 삶에 더욱 풍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뇌 건강 회복을 통해 우리 삶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래서 뇌 건강을 위한 일종의 선언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과 휴식의 사회적 통념-

 

근대 이후 우리는 노동이 강조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와 같은 이념만이 아니더라도 노동은 신성하고, 반대로 휴식은 게으름이라는 인식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도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휴식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건강을 해치며 살아왔다. 나는 그래서 저자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처음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제목 자체도 매우 충격이었지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더욱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이라는 주장에 매우 놀랐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방법이 옳은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는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로 다뤄졌지만, 아직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한 주당 4.5일제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더 늘어날 수 있고, 더 많은 노동자가 노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은 여러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감한 도전과 실천만이 남은 상태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처럼 이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실험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어 가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인 일의 펜데믹”(35, 1장 괄로는 어떻게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가.)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그 바쁨에 대한 집착이 애초에 우리가 바쁨을 견뎌낼 능력 자체를 파괴한다는 사실이다.”(78, 2. 일의 뇌과학)

 

저자의 주장을 보면 왜 우리가 적극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과감하게 게을러져야만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죄책감을 이겨내고 우리 뇌를 디폴트 네트워크상태로 만들기 위해 도전해보자.

 

 

-휴식은 일의 일부(58)-

 

저자는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는 했지만,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동 시간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건강을 지키기 위한 건강상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휴식은 일의 본질적인 일부(58)’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진 인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제시한 휴식과 놀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가. 처음에는 일에 중독된 뇌가 죄책감을 느끼고 어색해할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궁극적으로 이 모든 노력이 어우러진 가장 건강한 상태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냥 평범하게 행동하라.”(306, 나오며. 휴식하는 삶)

 

사회적 통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삶을 개조하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듯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휴식이 일의 일부라는 인식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당당히 휴식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휴식이 주는 죄책감 따위는 아주 깔끔하게 해소될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가 평범하게 행동하기 위해 단호한 경계를 세울 것을 주문한다. 우리가 휴식을 요구하는 것은 낙오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위해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다양한 신경과학적 실험과 연구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동양 사상이나 문화를 예로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이 일본 문화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아마도 서양에서는 일본 문화가 더욱 친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어 발음으로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는 정확히 어떤 한자를 사용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도 있어서 비슷한 우리 개념을 추가 설명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가 동양 문화에서 근거를 찾고 있다는 점을 통해 동양 문화권에서 저자의 주장이 더 쉽게, 먼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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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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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나도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줄어들고, 스스로 비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점차 비밀이 아닌 것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편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변해벼린 것도 많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청소년은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른에게는 별 것 아닌 듯 보일 수 있는 사소한 것들도 청소년에게는 매우 심각한 것일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른과 청소년의 비밀을 넘나든다. 그래서 뭔가 청소년기 풋풋한 고민에 공감하며 애틋하게 읽어가다가 어른의 범죄로 넘어가려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교차한다. 조금만 더 심각해지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청소년의 비밀이란 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나누는 기준은 비밀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비밀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방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나 말하기 힘든 사정이 있거든."(207)

 

소설의 주인공 해민과 도경은 비슷한 비밀을 가졌다. 당연히 그들은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해 비밀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친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그래, 그게 진짜 네 이야기지. 통쾌한 반전은 필요 없어.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네 인생을 응원해 주고 싶게 하면 되는 거야."(54)

 

동아리 선생님의 말씀은 주인공 해민과 도경이 어떻게 그들의 비밀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 자신을 감추려하지 말고 자기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도경이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용기를 배운다. 그것도 자기 아버지를 통해 매우 아프게 배운다. 나는 이게 참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배울 기회를, 시간을 주는 것이다.

 

"(도경이는) 뼈아픈 경험으로 배운 것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못 본 척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았다."(184)

 

하지만 안타깝게도 또 다른 등장 인물인 소정이는 자신의 비밀을 받아들이지도, 털어놓지도 못한다. 그 이유가 매우 안타깝다. 소정이는 학생이지만 어른스럽다는 칭찬을 많이 받은 학생이다.

 

'또래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영특하다.'(39)

 

학생은 학생다워야 가장 행복할 수 있다. 어른스럽다는 칭찬은 학생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주변 어른들에게 좋은 것이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강박은 학생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한다. 그러다보니 소정은 자신의 문제(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어른스러운(?) 방법을 동원한다. 그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해결 사이트가 이렇게 시작했다는거야. 나에겐 힘든 일도 전혀 관계없는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일 수 있다는 데 힌트를 얻어서 만들었지. 내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면 다른 누구도 내 부탁을 들어주는 식이지. 한 가지 다른 점은, 해결 사이트에서는 내가 돕는 사람과 나를 돕는 사람이 달라. 일부러 그랬어. 서로 관심 가질 일 없는 게 피차 이로우니까."(228~9)

 

어른들의 문제 해결 방법은 '해결 사이트의 방식'이다. 가장 손쉽게 고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바로 상대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다. 그것 없이 타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어른들은 쉽게 간과한다. 마치 메마른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을 닮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어른스러움'을 닮은 소정이가 매우 안타까웠다. 아이들에게 어른스럽다는 말을 던지는 부모가,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주인공 해민이는 소정이를 보며 다시 한번 아프게 성장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보다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것을 청소년들보다도 어른들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번듯하고 높은 집에 산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을."(242)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비밀이라도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청소년은 아직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용기를 배우지 못한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어떨까. 그 용기를 배운 사람들일까. 나는 어른들이 오히려 주인공 해민과 도경이처럼 제대로된 배움이 없었기에, 아니면 그 배움을 외면하고 있기에 지금 우리 모습이 이토록 삭막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주인공 해민이와 도경이처럼, 그 곁에서 그들을 받아들여준 주경이처럼 우리 어른들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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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6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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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 일부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최근에 주목받는 방법이 북캉스(책+바캉스)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여유로운 시간에 그리 어렵지 않은 흥미로운 책이 한 권 함께 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책은 한 여름 밤 열대야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오싹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 무속 신앙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K-문화가 새로운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소녀 퇴마사, 주인공 채령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채령이는 완전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얼떨결에 엄마의 능력을 전수받고, 이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하나씩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주인공 채령의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게다가 그녀 주변에는 그녀를 돕는 존재들이 하나씩 등장하는데, 우선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고양이다.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 채령의 이모가 기르는 고양이들(다섯 마리나 등장한다.)이다. 이모는 그 고양이와 함께 타로 점성술을 한다. 그 이후에는 또래 친구도 등장하면서 점차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문제는 가제본이다보니, 그 이후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고양이 이름에 '카리나'가 등장하는데, 이 이름이 서양에서는 세례명으로 사용되는 모양이다. 서양 문화와 동양의 연예인이 융합하는 아주 흥미로운 존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이름이다.

또한 인상적인 설정은 채령을 돕는 인물들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통 무당이다. 이모는 서양 타로와 고양이를 이용한 점성술을 하는 존재이며, 그녀를 돕는 또 다른 존재로 서양인 신부가 등장한다. 주인공 채령은 전통 문화와 서양 종교가 융합하는 존재다. 그걸 상징하는 도구로는 엄마가 준 팔찌, 이모가 준 머리띠, 그리고 신부가 준 묵주가 있다. 이 어울리기 어려운 세 도구가 주인공 채령의 몸에 걸쳐져 있다. 이 정도 도구라면 그 어떤 악귀도 충분히 물리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여름에 태어나 더위에 약한 나는 습하고 땀나는 순간을 참 견디기 어려워 한다. 일제 강점기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된 채령도 아마 지금까지의 인생에서(물론 십대 초반의 여자 아이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일제 강점기 폭력에 가장 피해를 입었던 존재는 바로 어린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어린 아이 채령이 주변의 도움으로 성장하면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마다 얻는 그 쾌감이 견디기 힘든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일본 귀신으로 대표되는 악의 세력을 조선 퇴마사, 서양 점령술사, 서양인 신부의 활약으로 퇴치할 때의 쾌감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일종의 오컬트물 집합소와도 같은 이 소설에서 조선 퇴마사 채령은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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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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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한민용, 이야기장수, 2020, 초판)



책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우선 저자가 유명한 방송국 뉴스 진행자다. 이름은 조금 낯설어도 얼굴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 표지에 저자의 사진을 담았다. 방송에서 보는 익숙한 모습이다. 선뜻 손이 가는 표지다. 다만 약간 부제가 약간 어색하다. 부제가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이다. 뭔가 요즘 시대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릴 때나 통하던 개천에서 용난다.’는 식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식의 계층 이동(?)이 일반적인 시대가 아니다보니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출판사 이름이 참 매력적이다. ‘이야기장수라니. 뭔가 이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도 재미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맨 마지막 표지를 보니 역시나. 이 출판사는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만들었다. 내가 딱 좋아하는 책들이다. 나는 나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두 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내 직업이 그다지 다른 직업에 비해 힘들지 않다는 안도감이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진로에 대한 직업인의 답변-

 

나도 교직에 몸담은 지 20년 정도 되어 간다. 이제야 조금씩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 중에 교사를 꿈꾸는 경우가 있다면 조금은 현실적이면서 조심스러운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20대에는 막연히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고, 30대에는 현실적인 조건이 하다고 말했다면, 40대에는 그 모두를 아우르고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자기 기준이 마련되었다.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학생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한다(8). 뉴스 앵커를 꿈꾸는 학생이 현직 앵커에게 이메일을 보낼 정도라면 나는 매우 적극적인 학생이라고 느꼈다. 어떤 내용을 보냈을지 상상해볼 수 있다. 아마도 그 정성스러운 메일을 보며 저자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쉽게 던지는 조언이 학생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잘 알고 있어서 어떤 말이든 쉽게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3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놓았다. 이 책이 그 학생에게 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저자는 학생에게, 언젠가 자신의 후배가 될지 모르는 그 상대에게 많은 답변을 남겼다. 내가 봐도 참 애정이 어린 조언들이다. 아마도 그 메일을 보낸 학생을 포함해 자신이 편들어야 하는 아이들을 염두에 둔 말들일 것이다. 몇 가지만 보아도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가장 좋은 이야기만 골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를(21)”, “Who Cares!(34)”, “재능은 없다.(115)”, “‘니나 내나정신(155)”, “명성 없는 명예(211)”, “, 괜찮은 동료(234)”

 

뉴스 앵커를 꿈꾸는 학생이 읽어도 좋겠지만, 어떤 직업을 희망하더라도 이 책은 미래 직업인을 꿈꾸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0대로 접어든(사실 정확한 나이는 모른다. 그저 저자가 나와 유사한 상황인 것 같아 40대 초반 정도로 유추해본다.) 직업인이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이들의 삶을 똑같이 따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특히 학생부에 어떤 내용을 기록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부 특기사항은 단순히 어떤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기 기준이고 철학이며 방향이다. 나는 그것을 설정하는 저자의 태도를 학생들이 보고 응용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이야기-

 

나는 저자를 뉴스 앵커로만 봤다. 그래서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그 경로가 매우 상상하기 쉬운 이야기의 형태로 되어 있다. 그래서 마치 저자를 오래 알아 왔다는 기분이 들게끔 만든다. 매우 친한 친구가 상대의 과거를 함께 공유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물론 책이기에 이 감정은 독자인 내가 일방적으로 느끼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저자는 자신의 과거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을 부끄럽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그 부끄러움도 당당히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어른이 된 장면이다.”(31, 가장 좋은 이야기만 골라 스스로에게 들려주기를)

 

나는 저자의 경험 중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나도 어른이기에 매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나도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인지, 견디기 힘든 것이었는지 매우 아프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저자의 불운한 과거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저자가 매우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그 불행했던 과거를 견뎌냈다. 그것도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기억을 회상하는 부분을 통해 유추하기로) 그 힘든 시기에 매일 일기를 쓴 모양이다. 자기의 상황, 솔직한 심정, 그날의 경험을 통해 배운 점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매일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매일 실천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어서 잘 알 수 있다. 또한, 저자는 그 힘든 경험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한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은 더 성장한 내일의 나를 만나려면, 과거의 아픔을 성장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저자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픔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 저자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또 다른 증거였다.

 

저자가 베이징에서, 뉴욕에서, 경찰서에서 얻었던 그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모두 그녀를 만드는 자양분이었다. 덕분에 나도 배울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저자만큼 풍부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내 수준이, 그릇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것마저도 저자와 닮은 모습이었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저자와 같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이 주는 벅차오르는 감동, 그 아름다움. 흑백 같던 내 인생에 색이 입혀졌다. 왜 어떤 정치인이 국민 모두가 악기 하나쯤 다루는 나라를 꿈꿨는지 이해하게 됐다.”(47, Who Cares!)

- 문화 강국을 꿈꿨던 김구 선생이 떠오른다. 나도 그래서 악기를 하나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왜 나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인가. 외워서 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외울 텐데.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어디서 틀렸는지라도 알 텐데.”(64, 실패는 실패고 넘어지면 무릎만 아프다.)

- 이게 정말 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부딪힐 때 왜 실패하는지, 그 실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저자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어디까지 넘어져도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내라고 조언한다.(65) 실패는 반드시 경험할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왜 실패했는지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걸 넘어서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선배는 내가 사회생활하는 내내 두고두고 떠올릴 말을 건넸다.”(71, 실패는 실패고 넘어지면 무릎만 아프다.)

- 선배는 이런 존재여야 한다. 이미 경험했다는 것은 그 경험을 따라 경험할 후배를 위해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나는 이 책이 저자의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무언가를 잘하려면,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113, 하리꼬미)

- 능력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공한 사람도 노력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지금의 내 연차쯤 되면 경험이 쌓인 만큼 감정도 더 잘 추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어렵다.”(154, 죽음을 좇는 직업)

- 이 부분은 정말 공감된다. 수업을 정말 오래 했지만, 아직도 수업 시간에 학생을 대하는 것이나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처럼 계속해서 새로움에 도전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얘기되게하는 능력-

 

기자들은 모든 주제를 얘기 된다안 된다로 분류하는 사람들이었다.”(74, 인턴을 하려고 퇴사하겠다고?)

 

저자는 얘기되게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애초부터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사람이라기보다 혹독한 훈련과 경험을 통해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내 직업인 교사보다 훨씬 책 쓰기에 유리하다. 나도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얘기되게하는 능력이 없다. 일단 내 글은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다. 그것만 봐도 내 글이 별로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반면에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매우 재밌게 쓴다. 글 속으로 사람들을 마구 끌어들인다. 부럽다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분명 나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글로 써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어제 갑작스럽게 방문하신 장인어른께서 나도 이제 책을 써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 쓰고 싶다. 다만 역량이 부족할 뿐이다.

 

저자는 뉴스 특파원을 보고 기자가 되고 싶어 했다. 당연히 어릴 적에는 그 겉모습만 보고 직업을 선망하게 된다. 실제로 그 직업인이 되어보면 당연히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도 겉모습만 보고 희망 직업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저자처럼 직업인이 된 후 실제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준 내용을 읽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직업인 특강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딱 그런 의미로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만 보고 빠져든 사랑이라 의심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사랑할 이유가 샘솟았다.”(85, 이토록 적절한 타이밍에~)

 

나는 직접 겪어보니가 매우 중요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직업인 특강은 학생들에게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겪어본 내용을 들려주어야 한다. 직접 경험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럼에도 이 일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이 그런 의미로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명사로서 같은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동사로서의 답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195, 사라질 직업)

 

나는 학생들이 특히 이 동사로 표현하는 직업 부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밝혔지만, 같은 기자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가 다른 이 부분이 학생부 특기사항에 기록되어야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기자를 꿈꾸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하지만 역사의 현장에 서서 직접 기록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기자는 어쩌면 세상에 몇 명 없을 것이다.

 

다음에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297, 에필로그)

나도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책쓰기 선배인 저자의 말에 나도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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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알아듣는 하루 한 장 표현력 연습 - 관찰력과 전달력을 단련하는 103가지 실전 말하기 트레이닝
오구라 히토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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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단번에 알아듣는 하루 한 장 표현력 연습 (오구라 히토시, 알에이치코리아, 2025, 11)

말과 글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다. 나는 직업상 그 필요성을 절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늘 말과 글은 어렵다.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가 받아들이는 정보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생각이나 의도를 오해하는 경우가 참 많다.) 비슷한 이유로 많은 사람이 표현력을 기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토대로 30년 경력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쓴 일종의 표현력연습 지침서다. 103가지 상황을 아주 간결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표현하기 위해 관찰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사람은 관찰한 것만 표현할 수 있다.”

상황을 스쳐보듯 눈에 담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전할 때도 막연한 표현을 쓰고, 정확하게 관찰하는 사람은 정확한 표현으로 전달한다.”(7, 머리말)

 

아주 당연한 듯 보이지만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내용이다. 입력값이 정확할수록 출력값이 정확한 것은 사람이나 기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책은 정확한 표현을 하기 위해 관찰하는 연습을 하도록 유도한다. 103가지 상황을 모두 간결한 그림으로 표현해 우리가 정확한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주의하여 관찰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아무리 간단하고 재미난 것이라도 계속 반복된다면 지루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손쉽게 멈출 수 있도록 상황을 2페이지 정도로 간단히 나누어 두었다. 부담 없이 읽다가 언제든 책을 덮을 수 있도록 읽는 시간, 읽는 숨을 짧게 배치한 것이다. 가볍게 읽어보고 두어 번 연습한 후 책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면 좋은 책이다.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도록 비슷한 패턴으로 글을 배치해두었지만, 가볍게 읽고 덮어두기에 좋게 가볍게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아주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도 지침서를 만들어두고 그에 따라 생활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일본인의 문화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지침서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지침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모든 일에 지침서를 꼭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일본인들만큼이나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 답을 우리나라에서는 지침서로 만들어내지 않겠지만, 일본이라면 이런 지침서를 만들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거창하지는 않아도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침서는 들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하다. 부디 이 책이 표현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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