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나도 누구에게도 말 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은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줄어들고, 스스로 비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점차 비밀이 아닌 것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주변에 편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깃거리로 변해벼린 것도 많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청소년은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른에게는 별 것 아닌 듯 보일 수 있는 사소한 것들도 청소년에게는 매우 심각한 것일 수 있다.

 

이 소설은 어른과 청소년의 비밀을 넘나든다. 그래서 뭔가 청소년기 풋풋한 고민에 공감하며 애틋하게 읽어가다가 어른의 범죄로 넘어가려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교차한다. 조금만 더 심각해지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청소년의 비밀이란 것은 무엇일까. 사실 그 아슬아슬한 순간을 나누는 기준은 비밀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비밀을 어떻게 다루는가의 방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나 말하기 힘든 사정이 있거든."(207)

 

소설의 주인공 해민과 도경은 비슷한 비밀을 가졌다. 당연히 그들은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해 비밀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친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스스로 해결해 나간다. 자신의 비밀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친구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그래, 그게 진짜 네 이야기지. 통쾌한 반전은 필요 없어.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네 인생을 응원해 주고 싶게 하면 되는 거야."(54)

 

동아리 선생님의 말씀은 주인공 해민과 도경이 어떻게 그들의 비밀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비밀이 밝혀질까 두려워 자신을 감추려하지 말고 자기 인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도경이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용기를 배운다. 그것도 자기 아버지를 통해 매우 아프게 배운다. 나는 이게 참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배울 기회를, 시간을 주는 것이다.

 

"(도경이는) 뼈아픈 경험으로 배운 것이 있지 않은가. 문제는 못 본 척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았다."(184)

 

하지만 안타깝게도 또 다른 등장 인물인 소정이는 자신의 비밀을 받아들이지도, 털어놓지도 못한다. 그 이유가 매우 안타깝다. 소정이는 학생이지만 어른스럽다는 칭찬을 많이 받은 학생이다.

 

'또래답지 않게 어른스럽고 영특하다.'(39)

 

학생은 학생다워야 가장 행복할 수 있다. 어른스럽다는 칭찬은 학생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주변 어른들에게 좋은 것이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강박은 학생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한다. 그러다보니 소정은 자신의 문제(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어른스러운(?) 방법을 동원한다. 그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해결 사이트가 이렇게 시작했다는거야. 나에겐 힘든 일도 전혀 관계없는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일 수 있다는 데 힌트를 얻어서 만들었지. 내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면 다른 누구도 내 부탁을 들어주는 식이지. 한 가지 다른 점은, 해결 사이트에서는 내가 돕는 사람과 나를 돕는 사람이 달라. 일부러 그랬어. 서로 관심 가질 일 없는 게 피차 이로우니까."(228~9)

 

어른들의 문제 해결 방법은 '해결 사이트의 방식'이다. 가장 손쉽게 고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바로 상대에 대한 관심과 공감이다. 그것 없이 타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어른들은 쉽게 간과한다. 마치 메마른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면 뭐든지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천박한 사고방식을 닮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어른스러움'을 닮은 소정이가 매우 안타까웠다. 아이들에게 어른스럽다는 말을 던지는 부모가,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주인공 해민이는 소정이를 보며 다시 한번 아프게 성장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보다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것을 청소년들보다도 어른들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번듯하고 높은 집에 산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을."(242)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비밀이라도 그것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청소년은 아직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용기를 배우지 못한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은 어떨까. 그 용기를 배운 사람들일까. 나는 어른들이 오히려 주인공 해민과 도경이처럼 제대로된 배움이 없었기에, 아니면 그 배움을 외면하고 있기에 지금 우리 모습이 이토록 삭막하다고 생각한다. 부디 주인공 해민이와 도경이처럼, 그 곁에서 그들을 받아들여준 주경이처럼 우리 어른들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