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6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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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 일부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최근에 주목받는 방법이 북캉스(책+바캉스)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여유로운 시간에 그리 어렵지 않은 흥미로운 책이 한 권 함께 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책은 한 여름 밤 열대야로 잠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오싹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 무속 신앙을 주 내용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K-문화가 새로운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소녀 퇴마사, 주인공 채령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채령이는 완전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얼떨결에 엄마의 능력을 전수받고, 이모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하나씩 알아채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주인공 채령의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게다가 그녀 주변에는 그녀를 돕는 존재들이 하나씩 등장하는데, 우선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고양이다.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 채령의 이모가 기르는 고양이들(다섯 마리나 등장한다.)이다. 이모는 그 고양이와 함께 타로 점성술을 한다. 그 이후에는 또래 친구도 등장하면서 점차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문제는 가제본이다보니, 그 이후의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고양이 이름에 '카리나'가 등장하는데, 이 이름이 서양에서는 세례명으로 사용되는 모양이다. 서양 문화와 동양의 연예인이 융합하는 아주 흥미로운 존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이름이다.

또한 인상적인 설정은 채령을 돕는 인물들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전통 무당이다. 이모는 서양 타로와 고양이를 이용한 점성술을 하는 존재이며, 그녀를 돕는 또 다른 존재로 서양인 신부가 등장한다. 주인공 채령은 전통 문화와 서양 종교가 융합하는 존재다. 그걸 상징하는 도구로는 엄마가 준 팔찌, 이모가 준 머리띠, 그리고 신부가 준 묵주가 있다. 이 어울리기 어려운 세 도구가 주인공 채령의 몸에 걸쳐져 있다. 이 정도 도구라면 그 어떤 악귀도 충분히 물리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여름에 태어나 더위에 약한 나는 습하고 땀나는 순간을 참 견디기 어려워 한다. 일제 강점기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된 채령도 아마 지금까지의 인생에서(물론 십대 초반의 여자 아이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일제 강점기 폭력에 가장 피해를 입었던 존재는 바로 어린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어린 아이 채령이 주변의 도움으로 성장하면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마다 얻는 그 쾌감이 견디기 힘든 여름밤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일본 귀신으로 대표되는 악의 세력을 조선 퇴마사, 서양 점령술사, 서양인 신부의 활약으로 퇴치할 때의 쾌감은 또 어떨지 궁금하다. 일종의 오컬트물 집합소와도 같은 이 소설에서 조선 퇴마사 채령은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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