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중립적이지 않다
서윤영 지음 / 지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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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집은 중립적이지 않다_도무스에서 아파트까지, 사람이 살아온 공간의 세계사(서윤영, 지노출판사, 2026, 초판 1쇄, 175쪽)

#집은중립적이지않다 #서윤영 #지노출판사 #도무스 #인술라 #세장형주택 #상인주택 #팔라초 #컨트리하우스 #타운하우스 #오텔 #아파르트망 #콜로니얼하우스 #개량한옥

#서양건축사 #주택 #원류

건축을 공부하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우선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서양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살았던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도 저자가 공부한 건축사를 기반으로 썼을 것이다. 목차를 보면 주로 서양 건축사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지금의 주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한 '원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집 #기억 #우리나라 #주거사

"대학 시절에는 부모님이 서울의 아파트를 팔아 용인에 집을 짓고 이사를 내려갔다. 1920~1930년대 조성된 개량한옥, 1970년대 집장사가 지은 불란서주택 그리고 1990년대의 전원주택까지, 내 삶의 궤적은 우리나라의 전반적 주거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6쪽, 프롤로그)

아마도 저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라면 이와 비슷하게 집에 관한 기억이 남아 있을 거이라 추측해본다. 나도 어렸을 적에 살았던 집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에는 반지하의 셋방에서 살기도 했고, 연립주택이라는 곳에서 살았던 기억도 난다. 2층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기억도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 나이만큼 내가 살았던 공간인 집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살았던 그 많은 주택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왜 그렇게 지어졌으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갈 역량이 충분했을 것이다.



#로마 #도무스 #주택의과거

로마 제국의 지배자들은 도무스라는 귀족 주택에 살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ㅁ자 한옥을 닮았다. 분명 시간과 공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다른 상황에서 지어진 집이지만, 그 구조와 기능이 나에게는 익숙해보였다.

"일반적으로 도심에 고밀이 진행되면서 거리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기본적인 면적을 유지하고 채광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에 안마당을 갖는 중정주택의 형태가 등장한다."(14쪽, 1장 로마의 도무스 주택)

'일반적으로' 주택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에 당시 맥락에서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걸 도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무스라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그 구조와 기능은 매우 익숙해보였던 것이다. 또한, 로마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던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들의 주택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내 역사 배경 지식이 +1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건축 지식 레벨 업)

그리고 하나 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의외로 과거 주택에서 비롯된 것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옛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던 말이니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 기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쏠쏠한 재미 중에 하나였다.

"지금도 우리가 기업이나 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처음 접하는 곳을 포털Portal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정문이라는 뜻의 포르타Porta이다. (17쪽, 1장 로마의 도무스 주택)


#주택의미래 #변화 #중립적이지않다

과거를 살피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에 다가올 변화를 얻는 것은 덤이다. 이 책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주택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것 같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이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재산(부동산)이지만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따라 쉽게 변화할 수 있다. 그 예로 든 것이 현재 우리 주거문화다.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인구가 25~33평형 중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구가 폭증하던 1960~1970년대 정부에서 내세운 가족계획 슬로건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기 때문이다. 부부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이 정책결정의 모델이 되면서 모든 것이 4인 가족 기준으로 계획되었다."(174쪽, 에필로그)

로마의 아파트 인술라는 1층은 상가, 2층은 부유한 로열층이었다. 3층 이상으로 갈수록 부엌도 없고 좁고 가팔라졌으며 단칸방으로 주거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수도나 전기, 각종 시설이 연결될 수 없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래서 연회나 접대와 같은 만남은 모두 집 밖에서 이루어져야만 했다. 대규모 광장이나 놀이시설, 목욕탕이나 화장실이 공용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집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외부 공용 시설에서 해결해야만 했던 로마 시민들에게는 황제가 제공하는 "빵과 서커스"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주택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저자는 그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아마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찾아가길 바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내가 우리 주택의 미래를 살짝 그러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집의 전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 예상해본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에 맞춰 집의 규모가 작아질 것이라 예상치 않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거주 공간이 작아지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건에 맞춰 작아진 것들은 분명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대신에 1~2인으로 분할이 가능한 큰 집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분할할수도, 통합할수도 있는 공간 분할이 유동적인 집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 살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로움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그리고 도심에서는 주택이 고층화되는 대신에 공용 공간이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건물이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가 고밀화될 수밖에 없지만, 공원과 도서관 등 공공 공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밀화된 공간과 연결된 다양한 공용 공간이 늘어나 로마와는 다른 의미로 기능할 것이라 예상한다. 로마는 황제가 시민을 지배하기 위해 빵과 서커스를 제공하는 공용 공간을 만들어냈다면, 미래에는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켜나갈 수 있는 숙의의 공간으로 공용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사실상 건축은 이과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강해 주택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주택을 따라가다보니 뭔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적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다. 그래서 건축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실 유현준 교수의 책을 읽었을 때는 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조금 아쉬운 점. 이 책은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기 위해 당시 주택 내부의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구조를 말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대표적인 주택의 내부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문과 출신들은 머릿 속에서 구조를 상상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필요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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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어요, 오늘도 - 독서 커뮤니케이터 책여사가 초대하는 유쾌한 읽기의 세계
책여사(이지혜)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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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같이 읽어요, 오늘도_독서 커뮤니케이터 책여사가 초대하는 유쾌한 읽기의 세계(책여사, 현대지성, 11, 243)

 

 

#같이읽어요_오늘도 #책여사 #현대지성 #독서커뮤니케이터

 

  

이 책은 독서 커뮤니케이터 책여사의 활동 경험을 담은 책이다. 그녀가 어떤 계기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도전과 노력을 통해 현재의 모습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순서대로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그녀 앞에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책에 관한 인생 수다를 들은 느낌이 들었다. '라떼 이즈 호올스~'를 남발하는 꼰대가 아니라 그저 인생 선배로서 자신은 이렇게 살아왔으니, 후배인 당신도 이렇게 살아보는 것은 어떠냐는 일종의 조언을 들은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솔직함 #독서커뮤니케이터

 

 

이 책의 가장 큰 무기는 솔직함이다. 그래서 편안하면서 동시에 믿을만하다. 저자는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점 때문에 작가는 지금처럼 막강한 내공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솔직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는 다시 솔직함을 무기로 삼기로 했다."(183, 4장 꾸준히 읽는 사람은 어디로든 나아간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책여사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을 권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책여사에게는 솔직함이라는 무기가 있다. 자신도 책을 읽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경험도, 책을 좋아하게 된 지금의 마음도 모두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으니 그 덕에 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 덕에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손에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책과 담쌓고 살던 사람을 책 덕후로 만드는 일만큼은 권위자라고 자부합니다."(13, 에필로그)

 

 

나도 책여사만큼은 아니지만, 우리학교에 책읽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다. 교사들보다는 학생들이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교사 독서 모임을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독서가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이 읽은 사람은 고집이 너무 셌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했다.) 학생이 책을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독서토론 동아리도 만들었고, 매년 벽돌책 함께 읽기 방과후 수업도 개설해보았다.(물론 신청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계속된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렇다 할 정도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사실 나는 사서 교사도 아니고, 국어 교사도 아닌데 이런 시도를 왜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책여사처럼 책을 읽으면 좋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추측은 해본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책여사의 조언을 어떻게 우리 학교의 상황에 적용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면서 읽었다. 학생이 책을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일단 자주 접하게 하고, 즐겁게 하고,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없애는 측면을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에 접목해보기로 했다. 작가의 말처럼 조금씩 나아질 것을 기대하면서, 더 좋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 확신하면서 말이다.

 

#책선물 ####목표

 

 

이 책은 대부분 작가의 간증(?)과 팁, 노하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녀의 고민이 생생하게 곁에 다가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라서, 다른 하나는 너무 아름다운 생각을 담은 문장이라서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 선물하기"(126)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책 선물. 하지만 그 좋아하는 것을 대학생 때 해보고 그 뒤로는 거의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로 존경하는 선배 선생님께서 퇴직하시기 전에 그분께 책 선물을 한 것이 고작이다.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그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선물을 받을 상대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래서 나는 책 선물이 다른 그 어떤 선물보다도 큰 사랑을 담은 행위라는 것을 잘 안다. 그만큼 책 선물은 쉽게 할 수도 없었다. 책을 잘 알더라도, 상대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경우도 많았다. 책 선물은 책과 나와 상대방이 모두 박자가 맞아야만 할 수 있는 고도로 아름다운 행위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정해진 빛을 따르려 하지 마세요. 우리에겐 오직 각자의 점과 각자의 별이 있을 뿐입니다."(43, 박웅현, 여덟단어에서 인용)

 

 

작가도 이 문장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지만, 나는 거의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할 듯 하다. 우리 인생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을 쉽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점을 더욱 넓게 흩뿌리느라 그토록 힘겨웠던 것이고, 그 점들을 연결하는 것이 다른 이들에 비해 몇 배나 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점들이 연결되어 별이 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더 크고 아름다운 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의미를 청소년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위 문장을 읽는다면 얼마나 큰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다.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 꿈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집이 좁아서 아이들 다 크기 전까진 불가능한 꿈일 것이다. 그래서 은퇴 후 숲속에 작은 집을 짓고 모든 공간을 책에게 내어준 뒤 나는 그 곁에서 쪼그라든채 살아가고 싶다.) , 가까운 독서 모임에 참여하거나 직접 만드는 것도 목표다. 일종의 '방과후 독서모임' 같은 것이면 좋지 않을까. 모든 수업활동이 끝난 오후, 책을 한 권씩 손에 들고 도서관에 모여 신나게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들고 온 책에는 온갖 표시와 낙서들로 가득하다.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한지 주변에서는 그 모임을 궁금해 한다. 하나둘 참여자들이 늘어난다. 독서가 우리 학교의 즐거운 놀이가 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상을 하면 정말 행복하다. 그 상상의 원천은 책여사가 제공해주었다. 그녀의 조언대로 하나씩, 조금씩 도전한다면 언젠가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날이 있지 않을까. 내 상상을 응원하고, 책여사의 '베스트셀러 작가' 꿈을 응원한다.

 

 

 

#같이읽어요_오늘도

#책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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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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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 우리의 비밀 과외 오늘의 청소년 문학 47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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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941, 우리의 비밀 과외_말과 글이 금지된 시대의 시인과 소녀(이민항, 다른, 2026, 초판1, 163)

 

#1941우리의비밀과외 #청소년역사소설 #청소년소설 #교과연계도서

#윤동주 #창씨개명 #순이 #어울리는 #전자공학자

 

험상궂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161, 작가의 말) 저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책은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다. 작가가 전자공학을 전공한 개발자였다는 점도 험상궂은 얼굴만큼이나 이 시집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부조화(?) 속에서 탄생한 이 소설은 어쩐지 모든 요소가 잘 어울렸다. 1941, 암울한 역사적 현실과 윤동주의 시가 그럴듯하게 연결되었고, 윤동주의 삶과 주인공 을순의 삶이 매우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1941, 말과 글이 금지된 시대-

#창씨개명 #민족말살 #변명

 

작가는 1941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사용한다. 조선의 말과 글이 금지된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시인 윤동주의 삶을 을순이라는 인물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고 싶어서일 것이다. 실제로 윤동주는 1930년대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는 중 시인이 되었고, 1942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하였다. 그가 일본 유학을 위해 일본식 성명을 만든 것이 알려져 한때 논란이 되기도 하였으며, 그의 사후에 시집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그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그가 느꼈을 부끄러움, 참회의 마음을 어떻게든 이해해보려 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던 작가는 스스로 윤동주의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시대를 주인공 을순으로 살아보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작가가 부끄러워하는 윤동주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윤동주의 삶에서 그 어떤 오점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대신 변명해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상과 현실-

#이상 #목표 #현실 #욕망

 

주인공 을순의 아버지 한문주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조선말과 글을 모르는 사람을 돕고 싶어 출판사를 차리겠다는(21) 드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의 딸 을순은 그런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기 위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매우 모범적인 학생이다. 하지만 시대는 매우 엄중했다. 그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드높은 이상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문주는 인쇄소를 지키기 위해 총독부가 지시하는 인쇄물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을순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10대 소녀의 현실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가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 넓고 넓은 세상에는 어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 작은아버지께서 일생에 한 번은 꼭 봐야 한다고 편지로 말씀하신 뉴우요크의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보고 싶기도 하고.”(36, 시의 형태)

 

아무리 고상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도, 드높은 이상을 품고 사는 지사(志士)라고 하더라도 결국 발은 땅에 딛고 살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시인 윤동주도 당시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를 쓰기 위해서는 현실에 어느 정도는 천착(穿鑿)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시인을 위해 준비한 작가의 변명은 아니었을까

 

 

-시를 사랑하는 마음-

##와카 #하이쿠 #내선일체

 

1940년대, 일본은 전쟁 수행을 위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말살하는 민족 말살 정책을 시행한다. 한국인들은 말과 글을 금지당했을 뿐 아니라 일본인이 되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만이 옳은 길이었을까 작가는 반문한다. 내지인(일본인)이 되는 것이 지상 목표인 소명이의 모습을 보며, 을순이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을순은 소명이 적극적으로 조선인임을 포기하고 내지인이 되고자 발버둥치는 모습을 아니꼽게 보면서도, 결국 그 모습이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는 이 지점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시인이 아니라 역사 교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 시가 일본말이든 조선말이든 어떤 말로 되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시에서 중요한 건 감정이고 말은 그 감정을 담는 그릇에 지나지 않거든요.”(41, 시의 형태)

와카에 관해 학교에서 듣던 수업 자료인데 하이쿠를 처음 지은 사람이 우리 조상이라고 하더군요.”(42, 시의 형태)

조선말의 형태는 없어져도 말이 품고 있던 의미 정도는 살릴 수 있지 않을까?”(119, 복습)

 

시인은 정말 이렇게 생각할까. 정말 궁금했다. 일제강점기에 시인은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을까. 조선말이 아닌 일본말로도 그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여기면서?

 

하늘을 우러러 소라오미떼

부끄러움이 없기를 하지나이요오니

죽는 날까지 사이고마데

(142, 시를 읽는 밤)

 

나는 을순이 윤동주의 시를 하이쿠로 만들어 발표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윤동주는 차마 할 수 없었던 그 행동을 을순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윤동주는 조선말로 시집을 발간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후일을 도모한다. 하지만 을순은 일본말로 윤동주의 시를 일본인들에게 낭독하고, 그 뜻을 조선말로 다시 전한다. 아마도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선인과 내지인(일본인)을 연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 교사인 나는 이 을순의 행동이 매우 이상적인 행동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이런 행동이 용납받을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시를 배우는 을순을 보며,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1941년과 같은 그 암울한 식민지 조선에서도 을순이 시인이 된 것처럼(그것도 일본말로 하이쿠를 짓는 어려운 일을 해낸 것처럼), 지금도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잘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시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에게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윤동주의 시를 조금 더 세심하게 감상하고 싶은 이에게도 이 소설을 추천한다. 작가가 윤동주의 시를 당시 상황에 맞춰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글을 써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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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로빈 워터필드 편역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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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두려워할필요없는삶에대하여 #로빈_워터필드 #푸른숲

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

로빈 워터필드는 고전 철학과 역사학에 정통한 학자로 많은 고전을 현대에 적합하도록 번역해 학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에서 발췌한 문장을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표지와 속지, 내지에는 마르쿠스 황제로 생각되는 얼굴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좀 궁금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화폐에 새겨진 얼굴로 보이며, 마르쿠스의 얼굴이 맞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사실 나는 이 책의 원문인 '명상록'을 읽지 않았다. 즉,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명상록에 대한 지식은 이 책의 서문에 담겨 있는 내용이 전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는 로마 제국의 제 16대 황제였다. 그는 서기 161년 3월 7일부터 180년 3월 17일까지, 향년 58세로 서거할 때까지 제국을 다스렸다. 로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끈 다섯 황제 가운데 마지막 인물이었으며, 자신이 이상적인 군주로 여긴 선왕(先王) 안토니우스 피우스의 성품과 태도를 본받고자 하였다."(7쪽, 서문)


"마르쿠스 (황제)는 중부 유럽에서 원정 활동을 벌이는 동안 일종의 개인적인 비망록을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남긴 공책 열두 권과 자필 기록물 490점은 사후에 발견되었고, 주변에서 이를 보존하여 후대에 전했다. ... 이후에는 서구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사랑받는, 영감을 주는 대중 철학서로 확산되었다. 우리는 이 책을 간단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부른다."(9쪽, 서문)


정리하자면, 명상록은 로마 제국 최고 번영기 황제였던 자가 스스로에게 남긴 기록이며, 출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기에 후대 사람이 읽기 편하도록 누군가 발췌를 해 주제별로 정리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그 역할을 고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저자가 한 것이고, 그 덕에 나와 같은 후대 독자는 편안하게 마르쿠스 황제의 글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스토아철학 #불교철학 #명확한_기준


이 책은 읽고 싶으면서도 읽기 싫어질 때가 있다. 또한, 명확한 답을 주기도 하지만 답답한 결론에 이르게도 한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읽는 내내 스토아 철학과 불교 철학서를 읽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되었다.


1장에서는 우리가 근심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그 기준은 세 가지다. 시간으로는 '현재', 사람으로는 '자신(나)', 정신적으로는 '철학(신 또는 자연법칙)'이다. 마르쿠스는 모든 문제를 이 세 가지 기준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아주 이성적, 현실적이다. 답을 찾아 헤매는 사람에게는 매우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는 큰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일종의 '팩트 폭격'을 날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흐리멍덩한 사람에게는 '따끔한 일침'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는 이 책의 조언이 매우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에서는 집착을, 3장에서는 모든 것이 내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전한다. 4장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4장을 읽다보면 이 명상록이, 스토아 철학이 불교 철학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교에서도 모든 고통의 원인이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은 마음으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를 주장한다. 게다가 모든 개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설( 또는 인연은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과 연결되는 중요한 내용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스토아 철학이나 불교 철학이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해 왔다. 즉, 내 본성과 이들 철학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마르쿠스 황제처럼 말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슬금슬금 반항심이 들고 일어났다. 모든 말이 맞는 말이며, 모든 문제는 내탓이라고 설명해서 그런 감정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황제가꿈꾼삶 #평온한삶 #옳바른삶 #좋은삶


이 책은 마르쿠스 황제가 스스로를 위해 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기준으로 책을 읽어나가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중부 유럽 원정을 떠나 있는 황제, 병약한 몸으로 전쟁터에 나가 있는다는 것은 그로서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황제라는 직책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삶. 그는 그런 삶으로부터 도피처가 필요했던 것일지 모른다.


"이 덧없는 순간을 오직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라. 잘 익은 올리브가 자신을 맺은 나무에 감사하고 자신을 낳은 땅을 축복하듯, 너 역시 평온한 삶을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나라."(103쪽, 감사에 대하여)


아마도 황제는 '평온한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견딜 수 없는 과중한 업무와 온갖 의무들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황제였기에 살 수 없었던 그 이상적인 삶은 현재 우리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말들이 우리의 마음에 깊이 들어와 박히는 것은 아닐까.


황제는 또한 '올바른 삶'을 꿈꿨다. 황제로서 자신의 삶이 제국의 모든 신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자신만의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공인(公人)으로서 자신의 삶에도 충실하고자 했다.


"왕의 역할은 선을 행하면서도 욕을 먹는 일이다."(185쪽, 역할에 대하여)

"너(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말)는 두 가지 일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185쪽, 역할에 대하여)


그가 로마 제국 황금기의 마지막 황제인 이유가 이곳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공인으로 인식하고 공공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른 이들로부터 칭송받기를 포기한 황제. 그런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면서 동시에 고위 지도층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여야 한다. 대다수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위 지도층은 그렇게 두면 안 된다. 그들은 반드시 공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는 '좋은 삶'을 꿈꿨다. 이른 바 롤 모델이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기준은 누구나 하나쯤 꼭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롤 모델이 그의 선왕 안토니우스였는가보다. 그의 삶을 그는 좋은 삶이라 보고 본보기로 삼는다.

"그(안토니우스)는 충분히 숙고하여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어떤 일도 행하지 않고(성급하지 않고), 부당한 비판을 받아도 함부로 반박하지 않았으며(말을 아끼는), 어떤 일도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 악의적인 소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의 인격과 그들의 공과를 정확히 판단했지만, 누구도 함부로 폄하하지 않았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궤변의 언어를 말하지 않았다. 숙소와 침구는 물론 의복과 음식과 시종에 대해서도 쉽게 만족했다.(만족하는 삶) 그는 근면했으며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소박하게 식사하여 일정한 시간 외에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도 없었고, 덕분에 저녁까지 한 자리에 머물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벗이었다. 자신의 일을 비판해도 관대하게 받아들였고, 누군가 더 나은 방법을 알려준다면 진심으로 기뻐했다. 또한 미신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지키고자 했다."(135~6쪽, 삶의 방향과 목적에 대하여)


#질문 #최고선 #최고목표 #맑은샘


질문에는 힘이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면서 최고의 선, 최고의 목표에 도달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삶, 그의 기록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그처럼 묻고 답하며 최고의 선을 찾아나가는 삶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언제나 맑은 물이 솓는 샘"이 되었을 것이다. 누가 억지로 더러운 것을 쏟아 부어도 깨끗해지는 그런 샘 말이다.


"어떻게 하면 너도 그토록 맑은 물을 퍼 올리는 샘과 같을 수 있을까? 매 순간 자신을 살피고, 올바른 덕성과 관영과 소박한 삶을 실천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215쪽, 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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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16
함설기 지음 / 창비교육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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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상능력자 (함설기, 창비교육, 2026, 가제본, 292)

 

#능력 #각성 #초능력자 #이상능력자

인간은 누구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든, 스스로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얻은 것이든. 소설의 주인공 채수안은 갑자기 어떤 능력을 갖게 되었다. 각성(覺性). 본인은 원하지 않았는데, 심지어 경멸했는데도 갑작스럽게 내면에 있던 능력이 깨어난다. 그런데 그 능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스스로 노력으로 얻게 된 것인지 불분명하고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극소수만 가질 수 있는 능력’. 대다수는 그 능력을 부러워하면서도 두려워한다. 자신도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기에, 그리고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신이 위협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능력앞에 (, 훨씬 뛰어난)’를 붙이거나, ‘이상(異常, 정상적인 모습과 다른)’을 붙인다. ‘초능력자라고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이상능력자라고 하면 두려움이나 기피의 대상이 된다. 작가가 이상능력자라는 제목을 붙인 것에는 분명 그 의미를 담고자 했을 것이다.

 

 

-비현실 속 현실 이야기-

#비현실 #초능력 #현실 #이상능력

 

내가 생각하는 장소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면? 눈앞에 보이는 물건이나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분명 소설 속 능력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한번은 갖고 싶다고 상상해본 적은 있을 법한 능력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능력은 마블 히어로들이 갖고 있는 초능력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그 능력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CCTV를 피해 누군가를 살해하는 텔레포트 능력자가 있다면? 분명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대폭발을 일으켜 사람을 죽인다면? 우리는 그 능력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서처럼 그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당연히 대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에서는 대다수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상능력이 된다.

 

작가는 소설이라는 비현실현실을 담고자 한 것 같다. 현실에서는 초능력자이상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자는 소수고 다수를 조종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래서 다수가 뛰어난 소수를 제어하는 민주주의적 장치가 등장했다. 뛰어난 소수와 민주주의 장치를 갖춘 다수는 언제나 긴장 관계다. 그 극단적 긴장 관계는 소설 속에서 격리제를 주장하는 국회의원과 그를 살해하는 이상능력자로 그려진다.

 

 

-성장 소설-

#외로움 #특이함 #희망 #위로

 

이제 그 우리(격리파)’에 난 더 이상 낄 수 없다. …… 세상에 혼자가 된 두려움, 앞길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그리고 ……. 내 편이 아무도 없다는 초라함.”(29)

그 죽일 놈의 초능력자가 되고 나니 같은 영상(격리파 유튜버 영상)을 봐도 예전처럼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93)

 

주인공 채수안은 어쩌면 답답하고 두려웠을 것이다. 엄마가 죽고 난 후 믿고 의지할 존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라는 강력한 테두리를 제공하는 격리파 유튜버들에게 마음이 끌렸는지 모른다. 그녀의 아픔을 격리파 유튜버들이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내 편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은 어쩌면 가장 외로운 사람들일지 모른다.

 

확실히 여자(남민하 팀장)는 특이했다. 남들이 내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는 말을 했다.”(17)

 

그런데 진심으로 외로운 채수안에 다가온 존재는 남민하 팀장이다. 그녀는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의 국가 공무원. 당연히 겉보기에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은 특이함에서 보인다. 남들과 다른 말을 하는 남민하 팀장은 채수안을 진심으로 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채수안은 유튜버의 화려한 수사와 과장된 표현을 다정함이라 믿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주변의 진심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를 받아준 이모나 딱딱한 말투의 남민하 팀장.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어폰을 꽂고 있던 염우정까지. 언제나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해주는 존재는 주변에 있었다. 그들은 채수안이 진심을 발견할 때까지 묵묵하게 기다려주었다.

 

초능력이 있든 없든, 이 소설 속 주인공은 청소년이다. 한창 자신의 능력과 위치를 확인하는 성장 과정에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채수안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또래 염우정과 남예리일 것이다. 서로 아웅다웅 투닥거리면서도 결국 가장 먼저 수줍게 진심을 전하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이 상처와 위로, 아픔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풋풋한 청춘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나에게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의 아련함 같은 것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내가 초능력을 갖게 됐다면, 그건 어찌 됐든 나를 위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고.”(145)

 

나는 남예리가 한 이 말이 참 가슴에 와닿았다. 청소년이라는 불완전한 상황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과정이 청소년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매우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고, 뛰어난 능력을 자신있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과 오해하는 마음들-

#겉모습 #오해 #역지사지

 

사람은 겉만 보고선 절대 알 수 없는 것 같아.”(167)

 

언뜻 당연해 보이는 말이지만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떠올리지 못한다. 우리는 항상 겉모습에 매몰되어 상대를 평가하고,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일 때에는 이 자세가 필수적이다.

 

가슴 아픈 아이러니에 눈물이 났다. …… 격리로 고통받았던 초능력자들이 불쌍하고, 초능력자 때문에 죽고 만 엄마가 불쌍하고, 그로 인해 초능력자들을 다시 격리하라고 외쳤던 내가 불쌍하고 또 한심해서.”(150)

 

하지만, 언제나 다른 방법은 있다.”(194)

 

채수안은 자신이 혐오했던 초능력자가 되었기에 강제로 역지사지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라 믿었던 격리파 유튜브로부터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자신이 가했던 폭력을 반대로 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초능력자들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한다. 마치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애벌레가 스스로 딱딱하고 거친 고치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 보였다.

 

채수안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 미성숙한 상황에 머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각성을 통해 초능력을 얻었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순간에 억지로 내몰렸다. 어쩌면 가장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녀는 성장할 수 있었다. 아픔이 없었다면, 어려움이 없었다면 익숙하고 편안한 둥지 속에서 머물며 날아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짜 세상은 창문 너머에 있다. 언제나 그랬다. 그 사실을 몰랐던 적도 있고 일부러 외면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아니다.”(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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