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아웃사이더 (마수드 후세인, 까치, 2025, 가제본)

저자의 주장은 매우 간결하다.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이 의 인지기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주장은 인간의 우월적 지위를 믿고 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그렇게 간단히 생물학적 현상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 우리가 과연 다른 생명체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저자가 신경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로서 만난 환자들이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근거다. 그 환자들의 삶은 우리가 아주 쉽게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만든다.

 

“(뇌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 즉 우리 자아를 형성하는지를 알 수 있는데, ……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들의 작동에 (사회 정체성과 개인 정체성이) 어떻게 의존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11, 들어가는 말)

 

이 책은 인물, 장소, 역사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의사가 휘갈겨 쓴 알아볼 수 없는 진료 기록이나 처방전과 달리 매력적이다. 저자의 기억과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마치 일기장 같은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더욱 환자들의 사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

 

왜 제목을 아웃사이더로 결정했을까. 나는 저자가 환자에게 느끼는 동질감을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환자의 사례를 단순히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돕고 싶어 한다. 뇌 인지기능에 오류가 있는 환자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괴로움에 주목한 것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경험으로부터 일종의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바로 아웃사이더의 경험이다.

 

나는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인 1968년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 (영국) 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자신들에게 속하지 않는 외부인이라고 여겼다.”(23, 서문)

 

이 책에서 만난 7명은 …… 뇌 질환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 결과,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관계망에 더 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여겨졌다.”(359, 자아 그리고 정체성)

 

그래서 저자는 환자가 진심으로 사회 집단의 구성원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배척당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환자들이 사회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본다. 그래서 그는 의사로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방안을 찾는다. 저자는 명의(名醫)가 아니라 심의(審醫, 깊이 살피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뇌 인지기능 오작동(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

 

우리는 뇌의 인지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뇌 인지기능 오작동을 두려워한다. 저자는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뇌 인지기능 오작동으로 인한 사회적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말입니다. 환자분이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솔직해야 해요. 그분들은 당신을 돌보겠지만,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야 하겠지요.”(173,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고요?)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는 치매라는 단어를 인정하기 두려워한다. 기억이 없어지는 것보다도 소중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사회적 관계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그것이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정확히 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광증(狂症)을 이해하지 못해요. 용납할 수가 없는 거죠. 당사자에게 틀림없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정령에 사로잡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184, 한밤의 방문자들)

 

뇌 인지기능 오작동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환자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에게도 두려움이 있다. 길을 가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중얼거리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사람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본다. 적절한 치료와 대처를 통해 이런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모든 환자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는 없었다. 당연히 사회적 관계가 회복되는 것도 일부만 가능했다. 뇌 질환은 완벽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뇌 인지기능 오작동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이다. 저자의 노력을 통해 뇌 질환과 환자를 우리가 좀 더 정확하고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 정체성을 치유하는 신경과 의사-

 

저자는 신경과 의사이면서 신경과학자다. 뇌의 각 영역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그것이 오작동했을 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연구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그는 환자의 자아와 정체성까지 치유하고 있다.

 

나는 그(환자)가 처한 곤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친구 집단에서 쫓겨나기 직전에 있었다. 나는 뇌졸중 환자들을 도울 수도 있는 연구에 그가 참여하고 있음을 친구들이 알도록, 그를 더 일찍 우리 연구에 참여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252, 조용한 무시)

 

뇌 질환 환자들은 사회가 받아들일 만한 행동이라고 간주하는 경계를 반복해서 넘는다.(297) 그래서 그들은 쉽게 주변 사람으로부터 배척받는다. 저자는 그런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환자들을 구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이 점이 저자와 이 책이 다른 의사들이 쓴 책과 다른 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최강욱, 최강혁, 한겨레출판, 2025, 초판 2)

매우 좋은 정치 교양서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정치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올바른 정치를 꿈꾸는 사람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쓰고 싶은 사람이 만나 책을 만들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1부에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세계사를 간략하게 살핀다. 프랑스 혁명을 이토록 쉽게 설명한 교양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2부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두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그들의 입으로 설명한다. 보수와 진보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관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사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 도서 등을 함께 보여준다. 3부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어떻게 화합하고 연대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제시한다. 나는 이 3부의 내용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두 저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다.

 

당신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이웃에게 이로움을 주고, 사회를 더 의롭게 만들고자 한다면 나는 당신과 공존할 수 있다.”(9, 추천사)

 

보수와 진보는 선악을 나타내는 상징이 아닙니다. 만고불변의 절대적 진리도 아닙니다. 세상은 변하고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 다양한 생각 속에서 움직입니다. 처한 상황과 배경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언제든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324, 나가는 말)

 

 

-보수와 진보는 무엇인가?-

 

가까이 지내는 우리의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보수이거나 진보냐고 물으면 과연 몇 사람 정도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나는 보수(또는 진보)라고,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말할 수 있을까요?”(27, 1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

 

이 책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유가 이 문장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모르고 쓴다.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상대를 배척할 수밖에 없다. 사사건건 내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을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걸 그냥 상대의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내버려 둘 문제인가. 개인적인 관계라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굳이 친하게 지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좋든 싫든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게 민주제(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데모크라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우리 공동체의 운명은 좋고 싫음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상대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사와 현재-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우파와 좌파 등의 단어는 프랑스혁명 이후로 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혁명까지의 역사, 그 이후의 역사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28, 1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

 

내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다. 일단 역사부터 살펴본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역사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면 조금 과장된 것일지 모르지만, 분명 세상을 볼 때 역사적 지식은 필요하다. 역사적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무엇으로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는지 일종의 안경이나 돋보기 같은 도구를 습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2027년에 국제 관계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게 되었다. 교과서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주요 내용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국제 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당연히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과목이다. 그래서 이 책처럼 간단하게 현대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와 원리를 설명하는 강의로 수업을 시작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으로 2부의 내용을 활용하여 보수와 진보, 강대국과 약소국이 왜 이런 관계를 맺고 있는지, 왜 갈등하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별로 살펴보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토론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다. 저자가 제시한 영화와 도서 자료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풍부한 수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지금 진행하고 있는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에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학생들의 입을 여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적당한 수준의 토론 주제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이 책에 제시된 두 인물의 대화를 자료로 제공한다면 학생들이 쉽게 읽고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이 읽기에도 적당한 수준의 정치 교양서이다 보니, 같이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 활동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학기에는 소설 또는 이 책을 추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술술 읽히는 책-

 

대화체여서 술술 잘 읽힙니다.”(101, 2부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

 

마치 이 책을 설명하는 문장 같았다. 매우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다루고 있는 책임에도 매우 쉽게 읽혔다. 그래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두 인물이 나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이다. 나는 특히 이걸 토론 수업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매우 중요한 핵심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화체이고, 술술 읽히며, 유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정말 좋다.

그리고 이 책에는 유명한 책, 영화, 연예인이 등장한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자료로 제시하려고 한 노력이 돋보인다. 나도 역사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전달할 교과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그림이나 사진, 영상 자료를 찾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정말 오랜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자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차이를 알아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서로의 도덕적 기반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기만 하면,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적으로만 보지 않고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114, 2부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

 

이 책은 우리에게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보수와 진보가 왜 다른지 이해하면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생각이 다를 뿐이다. 그것이 자라온 배경의 영향이든, 감정과 이성의 작용 때문이든, 중요한 것은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하는 점이다. 그러니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그것을 위기로 인식하거나 적대감, 혐오를 표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상대가 공존하고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조선 후기 붕당 정치는 공론에 따랐다. 비록 일부 양반 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성리학적 여론이라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상대를 인정하고 공존했다. 그러다 갈등이 심각해지고, 서로를 인정할 수 없는 혐오의 수준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조선의 정치는 붕괴했다. 정치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편가르기와 패싸움이었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의 권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했다. 작년 12.3 계엄 이후, 집권 여당이 하는 말들에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대당에 정권을 넘길 수 없으니 결집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당 대표라니. 정치가 아니라 패싸움을 하려고 그 자리에 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좋은 보수(또는 진보)란 어떤 것일까요?”(278, 4부 이상적인 정치의 모델)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그 답을 이로운 보수의 전형인 메르켈 총리와 의로운 진보인 오바마에게서 찾는다. 그런데 참 그 답이 재미있다. 메르켈은 독일에만 이롭고, 오바마는 미국에만 의롭다는 사실을 함께 밝힌다. 메르켈과 오바마가 분명 위대한 지도자인 것은 맞고, 그들의 모습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태극기 부대처럼 그들을 신격화하거나 우상화해서 무작정 숭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그들은 그들의 국민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수나 진보 한쪽에서만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분단과 전쟁 이후 잘못된 정치 성향이 강제로 주입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건강한 보수가 고장 난 보수를 자연스럽게 소멸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진보가 보수의 상대 세력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좌우 양 날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양 세력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해야만 바람직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저자의 바람대로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데 이 책이 꼭 필요한 마중물이 되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 1인분의 육아와 살림 노동 사이 여전히 나인 것들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이 고독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김수민, 한겨레출판, 2025, 초판 1)

퇴사, 결혼, 출산1, 출산2를 해낸 뒤……”(206, 후회할 수 없는 삶)

 

마치 내 아내의 십수 년 전 일기장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아내는 위 표현보다 하나가 더 있다. ‘출산3’이다. 출산3으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 책을 통해 아내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나는 남편(남의 편). 아내에게는 완벽한 타인(他人)이기 때문에 그 이해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영영 그가 남편으로 살아가는 기분을 알 수 없고, 그 또한 영원히 그의 아내로 살아가는 내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89, 배우자라는 타자)

 

 

-결혼과 출산 고백서-

 

저자도 나혜석을 읽었다. 아마도 이 책은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녀도 나혜석처럼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던 여성이었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이 그녀에게 가져온 변화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가 결혼하게 된 상황부터 시작하여 출산으로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의 경험들은 기혼자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례가 참 많다. 나도 곳곳에 나오는 표현들이 가슴에 와서 꽂혔다고 느꼈다. 저자는 예술적 소질도 있고,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가진 적 있었으며, 글 쓰는 재주까지 있었다. 같은 기혼자로서 부러울 뿐이다.

 

나도 저자처럼 20대에 결혼했다. 울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게 벌써 20년 전인데, 그때에도 저자의 표현처럼 20대의 결혼은 마이너한 경험’(7)이었다. 그래서 아내도, 나도 일찍 결혼한 것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나는 아무래도 남자다 보니 결혼 결정을 내릴 때 저자처럼 광기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보다 나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결혼에 접근했다고 본다. 결혼할 적정한 나이가 되었고, 함께 가족을 꾸려보고 싶은 여성을 만났고,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첫 아이도 20대에 낳았다. 저자는 출산이 여성만의 고유한 경험’(26)이라고 표현했지만, 남자도 출산을 곁에서 지켜보는 방식으로 경험한다. 내 배 속에 아이를 넣고 길러서 꺼내는 과정을 경험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통념과 직장에서의 문화와 가족들의 기대, 아내의 변화에 대한 준비까지 남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그저 출산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내의 변화였다. 아내의 모든 상황에 남편은 맞춰져 가기 시작했고, 맞추는 것이 당연했고, 맞추지 못할만한 상황이나 맞출 수 없는 특성은 버려야만 했다. 결혼으로, 출산으로 여성이 아내와 엄마가 되어가는 것처럼, 남자도 남편과 아빠가 되어갔다. 그래서 저자가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느꼈다고 표현한 고독’, ‘외로움은 남편에게도 있을 수밖에 없는 상대적인 감정이었다. 저자는 그걸 책으로 표현했고, 남편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걸 하지 못했다. 아내에게 내 상황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싸움으로 이어지는 시작이었으니까.

 

 

-가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의 변화-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우리 사회 가정의 전략은 대개 경제적 안정을 목표로 세워졌던 것 같다. …… 현재 우리는 더 이상 성별에 따라 차등한 교육을 받지 않는 세대이고, 고착화된 성 역할에 맞춰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 세대다.”(57, 1인분의 육아?)

 

저자와 나는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저자가 가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분석한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남녀 차별은 당연한 문화였고, 남성이 바깥일을, 여성이 집안일을 담당하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성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더욱 활발할 수밖에 없고, 1980년대와 동일한 형태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여성의 자기 정체성은 큰 타격을 받는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경험하는 그 정신적 트라우마를 현재 대한민국 여성 대다수가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나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내 아내도 퇴사 후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아내도 저자처럼 여성으로서의 자아와 엄마로서의 자아가 충돌하는 지점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당시 나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는 내 역할과 기대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래서 아내의 마음을 잘 보듬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이 지난 10년간 아내와 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었을 것이다. 내가 저자의 책을 조금이라도 앞서 읽었었더라면, 아내와의 갈등을 줄이는데, 조금은 도움을 얻었을지 모른다. 남편으로서 아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내 상황만을 걱정하며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부부는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사회적 통념이 어떤 것이든 어려움이 닥치면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렵더라도 가족 내에서는 평온할 수 있다. 행복할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어떤 어려움도 해결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행복-

 

저자는 결혼을 매우 흥미롭게 정의한다. (아마도 나혜석의 이혼고백서를 읽은 후 이거나 남편과 크게 싸운 다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혼이란, 갖은 상황과 갈등을 조율하고 서로를 부양할 의무를 떠안으면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뒤로하고 도박같은 선택을 감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87, 배우자라는 타자)

 

쉽게 표현하자면 맞는 말이지만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이 말이 맞는다고 동의하는 순간 내 결혼 생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 같았다. 말이 곧 생각이 되고, 생각이 곧 행동이 되며, 행동이 습관이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나 보다. 그렇다. 결혼은 도박보다도 더 끔찍한 일일지 모른다.

 

결혼은 아주 쉽게 지옥을 가져다줄 수 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은 지옥이 된다. 사랑은 쉽게 증오가 되고, 나를 사랑하던 사람이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망선고가 된다.”(81, 사랑이 배신하면)

 

그래서 저자는 쉽게 주변 사람에게 결혼을 권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자유행복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삶이 도박으로만 느껴졌을 테니까. 그런데 나는 이 부분에서 저자와 그리고 나혜석과 약간은 다른 생각을 했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 나를 줄여나가고 상대방에게 나를 맞춰나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 이후에 해야 할 갈등 조율, 서로에 대한 의무를 떠안는 것이 사랑이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사랑이 무엇인지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저자는 사랑해서 결혼한 것인데, 나는 결혼해서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 대한 의무가 없는 연인은 그저 내키는 사랑을 하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결혼을 해야만 내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랑은 이기적이다.”(123, 아이들은 걱정이 없다.)

 

저자는 아내로서 남편에 대한 사랑,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사랑조차도 이기적이라고 본다. 나도 동의한다. 내 이기심 때문에 상대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면 상대를 사랑하면 할수록 상대의 삶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가. 저자는 독립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을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다. 이기적인 사랑으로 파괴되지 못하도록 자신을 지키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사랑이 이기적이라는 명제에 동의하지만, 독립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이기적인 마음이 조율되고, 서로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마치 저자도 자신의 독립적 삶을 위해 엄마에게 의존했던 것처럼. 육아와 유학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사랑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 모습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조건 없이 이타적일 수도 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어찌 항상 같은 모습으로만 나타나겠는가. 끊임없이 달라질 수도 있다.

 

 

-커리어(Career)와 직업(Job)-

 

저자는 클라우디아 골딘의 책을 인용하면서 커리어와 직업을 언급한다. 커리어는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 선택하고 키워야 하는 영역인데 반해, 직업은 급여를 위해서만 갖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좀 놀라운 점은 저자가 아이 키우는 것도 커리어의 영역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저자가 끊임없이 커리어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를 재우고 자기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자기소개서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원에 가고 싶어 했던 1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지만, 가족을 위한다는 핑계로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었다. 커리어를 쌓기 위한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저자를 보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무엇 때문에 공부하고 싶은 것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저자는 그 피곤하고 힘든 순간과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나도 앞으로 저자처럼 한 가지만 명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그것을 하기 위해 매일 조금씩 노력하겠다고. 모든 가족이 잠든 지금, 나도 내게 배정된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저자처럼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 신병주 교수의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신병주 교수의 인물 따라 공간 따라 역사 문화 산책 (신병주, 매일경제신문사, 2025, 초판 1)

 

역사과의 꽃은 현장답사다!”

 

대학 학부생 때 늘 들었던 말이다. 역사 전공자들만 갖는 어떤 자부심이 있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뭔지 모를 동질감 같은 것이 있어 답사의 중요성을 대부분 인정한다.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역사 전공자 집단은 다른 전공보다 조금이라도 앞서야 하고, 단합해야 하며, 뚜렷한 정체성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서 쉽게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전공자들은 역사 전공자들을 보면 뭔지 모를 이상한 시선을 던진다.) 저자도 역사를 전공했고, 현장답사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실 나는 신병주 교수를 오래전부터 방송에서 자주 봐왔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방송이 폐지되면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내가 가장 즐겨보던 역사 교양 프로그램이었다.

 

나도 현장답사야말로 역사 학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현장답사를 다니고 있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답사를 따라다니던 인연으로 인해 현재 서울중등교육연구회 중 한 단체의 총무도 맡고 있다. 현장답사를 왜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물으면 생생함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교과서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몸으로 와 닿는다라고 표현하면 정확할 것이다. 공간이 주는 느낌이나 감정이 더욱더 생생하다. 게다가 교과서 속 인물들이 사실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 가면 역사 인물처럼 생각하고 행동해볼 수 있다. 그래서 역사 인물의 인간적 고뇌에서는 동질감을, 그의 위대한 행동에서는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장답사와 인물-

 

이 책은 역사적 현장과 인물을 연결하고 있다. 답사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답사할 때 무엇을 공부하고 가면 좋은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조선사를 전공해서 조선 시대 인물을 중심으로 현장답사를 하고 있어서 조선사를 공부한 직후나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답사를 하면 더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조선의 중심 공간인 궁궐에서 출발하여 서울, 경기, 경상, 전라, 충청, 강원과 제주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으니, 지금 독자가 생활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사를 공부할 때 활용 가치가 높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창덕궁 시대를 맞이하면서, 창덕궁의 후원 영역은 정조가 가장 애착을 가지며 활용하는 공간이 되었다.”(26, 1부 왕실의 역사, 궁궐 속으로)

 

지금도 창덕궁 후원에 가면 이 공간을 활용했던 정조의 흔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 흔적의 의미를 저자처럼 따라갈 수 있다면 더는 역사가 암기 과목이 아닐 것이다. 쉽게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우리 이웃 사람의 이야기로 변화할 수 있다. (물론 정조가 이웃에 살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ㅋㅋㅋ)

 

 

-현장답사와 수학여행-

 

역사 학습에서 현장답사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역사 전공자들은 매년 매 학기 현장답사를 한다. 나도 학부생 때 현장답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기억은 너무도 강렬해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모두 포함한다.) 학부생이 준비한 현장답사 내용을 답사지에서 지도교수들이 듣고 강하게 비판했다는 정도만 이야기하고 싶다. 그날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현장답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으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현장답사가 중고등학생의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학문을 갈고닦는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학여행에 현장답사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학문을 생생하게 체득하여 오랜 시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현장답사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찾는 현장이 누구(인물)’와 관련된 것인지에 따라 소설가가 될 수도 있고, 음악가가 될 수도 있으며,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현장답사는 학교가 교육 활동으로 충분히 계획하고 실행해나갈 수 있게 보장된다면 충분히 다양한 학문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현장답사가 매년 매 학기 교육과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놀이공원이나 관광지를 아무 의미 없이 순서대로 돌면서 단순히 즐기는 형태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현장답사와 융복합 프로그램-

 

학교 교육과정에 현장답사가 포함되려면 다양한 의미와 목표를 담은 융복합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을 전국적으로 공유하면서 활용한다면 더 많은 프로그램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장소에서 어떤 학문적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도록 현장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국가적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개인이나 지역, 학교와 교사의 노력만으로 유지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런 부분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적절한 아이디어를 이곳저곳에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이곳(압구정 표지석)을 볼 때마다 겸재 정선의 그림 압구정을 활용하여, 원래 위치에 그림을 확대해 놓거나, 야간에는 조명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81, 2부 갈등과 변화의 공간, 서울)

 

이외에도 표지판에서 오타로 볼 수 있는 글자들이 많았다. 역사 유적을 설명하는 표지판 제작에는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125, 2부 갈등과 변화의 공간, 서울)

 

역사 유적지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를 발굴하고, 관리하며, 알리는 모든 작업을 담당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의미를 우선 학습해야 할 대상은 학생들이다. 그래서 나는 교육부가 이 역할을 담당하면 좋겠다. 학문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이 방문한다면 그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다.

 

낙산공원에 있는 홍덕이 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알기 위해 답사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금은 그 밭에서 더는 배추를 기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역사적 이야기를 답사 과정에서 학습하고, 그 의미를 담은 활동을 그 장소에서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홍덕이 밭에서 배추를 기르거나 김치를 담궈보고, 이것을 상품화하거나 다양한 매체로 이 이야기를 웹툰이나 소설, 그림과 음악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장소의 현장성을 느끼게 하면서도 다양한 진로와 활동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교사와 지역 사회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 교육과정이나 지역 교육과정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 문해력, 어떻게 가르칠까 - 미국의 사례와 시사점
김민정 외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역사문해력, 어떻게 가르칠까. (김민정 외, 사회평론아카데미, 2025, 초판 1)

외우는 것을 좋아해서 역사 교사가 되었다. 평생을 좋아하는 것만 암기하며 살 수 있을 테니까 언제나 행복할 거라 믿었다. 아마도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역사 교사가 되고, 역사 교수가 되고, 우리나라 역사 교육과정을 이렇게 만들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들도 나처럼 암기하는 역사가 즐거웠으리라. 교사가 되고 난 뒤에 깨닫게 되었다.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나는 즐기고 있는데,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대다수 학생은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나는 나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있었다. 지금 일반고 중에서도 여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어떻게 가르칠까.’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해온 고민이다. 하지만 이 고민은 아직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처음 교단에 섰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는 질문이다. 아마도 교단에 서는 마지막 날까지 이 질문은 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학생과 소통하고 교과서를 재구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목표나 방향이 필요한데, 이 책은 바로 그 목표와 방향을 담고 있었다. 바로 역사가처럼 읽고, 탐구하고, 쓰기. 학생도 역사가처럼 읽고 쓸 수 있게 된다면 역사 문해력을 갖추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해력은 흔히 사용하는 개념인데, 역사 문해력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

 

역사 문해력은 정보의 진위와 출처를 확인하고, 저자의 의도와 저술 맥락을 파악하며, 자료 간 비교와 교차 검토를 통해 합리적 판단과 성찰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문해력과 구분된다.”(5, 머리말)

 

위 머리말을 읽자마자 덜컥 겁부터 났다. 내 역사 수업에서는 절대로 역사 문해력을 위한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근차근 책을 읽을수록 저자들의 분석에 공감할 수 있었고, 조금씩 용기를 얻어갈 수 있었다. 나도 약간만이라도 흉내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저자분들이 교육과정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실제로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그 방안까지도 생각해보도록 내용을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역사 수업에서 역사적 사고를 실천하고, 역사를 탐구하며, 역사 문해력을 기르는 학습 과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대한 탐색의 일환으로, 국외에서 개발되고 실행되고 있는 다양한 역사 문해력 교육과정을 검토하였다.”(6, 머리말)

 

 

-역사 문해력을 기르는 수업-

 

역사 문해력을 기르는 역사 수업은 내 수업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내가 담당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한국사 수업을 묘사해보자면, 한마디로 학생이 모르는 개념어, 사건이 너무 많다. 개념을 설명하고, 사건 간 인과 관계와 시간 순서를 확인하다 보면 50분 수업 대부분을 교사 강의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 절대적 시험인 수능에 출제되는 내용을 모두 학습하려면, 교사의 압축적 설명이 없이는 절대로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 문해력을 기르는 수업은 사고하는 능력을 기르기 때문에 개념이나 사건 이해보다 훈련의 시간에 가깝다. 하나의 개념, 하나의 사건, 하나의 질문, 하나의 사료에 대해 반복적으로, 꾸준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역사가처럼 읽기> 교육과정은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미국사를 기준으로 전체 8개의 대주제를 주고, 그 안에 중심 질문이 제시되는데,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사고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 한국사 수업 시간에도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까지를 8개의 대주제로만 묶어서 가르칠 수 있을까. 개념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훈련을 하려면 학생이 스스로 연습하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과연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마찬가지로 <읽기, 탐구하기, 쓰기> 교육과정에서도 학생이 사료를 근거로 논증하는 글쓰기로 이어지려면 장기간의 훈련과 지도가 필요하다. 고등학교 1년의 과정이 아니라 3년의 과정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교육과정이 도입될 수 있다면, 교양 교과 중 논술이나 글쓰기 수업을 역사와 융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존 시간표처럼 교과목별로 나뉜 수업이 아니라 2~3시간 정도를 함께 묶어서 운영한다면 충분한 시간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빅히스토리와 역사-

 

일단 융합이다. ‘빅히스토리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받았던 충격이 떠오른다. 나는 빅히스토리가 역사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빅히스토리는 호주 매쿼리대학교의 크리스천 교수가 창안한 새로운 과목으로, 특정 학문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학문 분야를 융합하여 빅뱅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내려티브를 설명하는 과목이다.”(121)

 

빅뱅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이라는 표현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시공간적으로 역사의 앞뒤 외연을 확장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 영역을 역사에 융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표현이다. 내가 이 개념을 처음 본 이후 융합 주제를 찾아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이 책을 만났다. <세계사 프로젝트> 교육과정에서는 빅히스토리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교과 간 연계 활동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내용이 현재 내 방향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2단원에서 농업혁명 중단원 내의 마케팅 101 소단원은 농업혁명 이후 수렵채집 생활이 더 좋았는지 아니면 농경 생활이 더 좋았는지를 비교하는 활동을 제시한다. 농업혁명에 대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수렵채집 생활과 농경 생활을 홍보하는 광고를 만든다.”(129)

 

구석기 시대 수렵 채집과 신석기 시대 농업, 그리고 그 둘을 비교하여 마케팅 광고를 만드는 활동까지 연결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빅히스토리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역사 교과서는 매우 단선적이다. 구석기의 수렵 채집이 신석기의 농업과 목축으로 발전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분명 지금까지도 두 생활 방식은 공존한다. 그리고 그 둘은 비교할 수 있다. 정답으로서만 존재하는 교과서의 권위를 무너뜨려야만 학생들은 사고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에서 배울 점-

 

저자들은 왜 미국의 사례를 분석했을까. 우리나라의 현실과 매우 다른 미국의 교육과정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역사 가르치기, 시민성 배우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전근대사 비중이 매우 높다.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 내용에 따르면, 전체 분량 중 전근대사가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 너무 먼 시대의 역사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당연히 학생들은 1,000년 전에 사용된 수많은 개념과 사건이 생소하다. 현재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근대사 비중이 크지 않다. 미국 건국 이전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 미국인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기 힘들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 내용은 현재 미국의 삶을 직접적으로 형성한 배경들이다. 그래서 미국 교육과정에서는 역사 가르치기가 곧 현재와 매우 밀접한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바로 시민성이다.

 

시민 참여란 지역사회, 학교, 국가 또는 세계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필요한 사항이 생길 때, 이를 파악하고 시정하는 활동이다.”(169)

 

우리 역사는 과거성이 현재성을 압도한다. 아직도 김구의 국적이 한국인지 일본인지를 가지고 논란이 발생한다. 이런 모습으로는 역사교육이 현재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분란만 조장할 뿐이다. 우리 역사도 현재성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근현대사의 비중을 높이되, 일제 강점기의 서술을 줄이고 독립 운동사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역사가 현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주지시킬 수 있을 것이며, 역사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교육이 근현대에 발생한 논쟁을 중심으로 역사가처럼 읽고, 탐구하고, 쓰며, 교과 간 연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사고할 수 있는 훈련을 하도록 구성될 수 있다면, 분명 우리 교육도 미국의 교육과정처럼 시민성을 배우는 기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역사 교과는 애매하게 사회 교과군에 묶여 있다. 오늘도 사회과 교과 협의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면서 이 이상하고도 애매한 동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왜 역사는 사회 교과군에 묶여 있는가. 역사와 사회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역사를 가르치는 것이 곧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을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