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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최강욱, 최강혁, 한겨레출판, 2025, 초판 2쇄)
매우 좋은 정치 교양서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정치에 대해 완전히 무관심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올바른 정치를 꿈꾸는 사람’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쓰고 싶은 사람’이 만나 책을 만들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1부에서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세계사를 간략하게 살핀다. 프랑스 혁명을 이토록 쉽게 설명한 교양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2부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두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그들의 입으로 설명한다. 보수와 진보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관점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그 사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 도서 등을 함께 보여준다. 3부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어떻게 화합하고 연대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제시한다. 나는 이 3부의 내용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두 저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다.
“당신이 진보이든 보수이든, 이웃에게 이로움을 주고, 사회를 더 의롭게 만들고자 한다면 나는 당신과 공존할 수 있다.”(9쪽, 추천사)
“보수와 진보는 선악을 나타내는 상징이 아닙니다. 만고불변의 절대적 진리도 아닙니다. 세상은 변하고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도 늘 다양한 생각 속에서 움직입니다. 처한 상황과 배경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언제든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는 점을 분명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324쪽, 나가는 말)
-보수와 진보는 무엇인가?-
“가까이 지내는 우리의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보수이거나 진보냐고 물으면 과연 몇 사람 정도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나는 보수(또는 진보)다’라고,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말할 수 있을까요?”(27쪽, 1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
이 책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이유가 이 문장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지 모르고 쓴다.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상대를 배척할 수밖에 없다. 사사건건 내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을 어찌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걸 그냥 상대의 성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내버려 둘 문제인가. 개인적인 관계라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굳이 친하게 지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국가라는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과정에 좋든 싫든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게 민주제(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데모크라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다. 우리 공동체의 운명은 좋고 싫음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상대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세계사와 현재-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우파와 좌파 등의 단어는 프랑스혁명 이후로 이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혁명까지의 역사, 그 이후의 역사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28쪽, 1부 보수와 진보의 위대한 탄생)
내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다. 일단 역사부터 살펴본다.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나는 그래서 역사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하면 조금 과장된 것일지 모르지만, 분명 세상을 볼 때 역사적 지식은 필요하다. 역사적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무엇으로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는지 일종의 안경이나 돋보기 같은 도구를 습득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2027년에 ‘국제 관계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치게 되었다. 교과서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주요 내용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국제 관계에 관한 내용이다. 당연히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과목이다. 그래서 이 책처럼 간단하게 현대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와 원리를 설명하는 강의로 수업을 시작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으로 2부의 내용을 활용하여 보수와 진보, 강대국과 약소국이 왜 이런 관계를 맺고 있는지, 왜 갈등하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별로 살펴보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토론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다. 저자가 제시한 영화와 도서 자료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풍부한 수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지금 진행하고 있는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에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학생들의 입을 여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적당한 수준의 토론 주제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이 책에 제시된 두 인물의 대화를 자료로 제공한다면 학생들이 쉽게 읽고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이 읽기에도 적당한 수준의 정치 교양서이다 보니, 같이 읽고 토론하는 동아리 활동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학기에는 소설 또는 이 책을 추천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술술 읽히는 책-
“대화체여서 술술 잘 읽힙니다.”(101쪽, 2부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
마치 이 책을 설명하는 문장 같았다. 매우 어렵고 복잡한 개념을 다루고 있는 책임에도 매우 쉽게 읽혔다. 그래서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두 인물이 나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이다. 나는 특히 이걸 토론 수업 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매우 중요한 핵심을 담고 있으면서도 대화체이고, 술술 읽히며, 유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정말 좋다.
그리고 이 책에는 유명한 책, 영화, 연예인이 등장한다.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자료로 제시하려고 한 노력이 돋보인다. 나도 역사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전달할 교과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그림이나 사진, 영상 자료를 찾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정말 오랜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저자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차이를 알아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서로의 ‘도덕적 기반’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기만 하면,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적으로만 보지 않고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114쪽, 2부 보수와 진보가 세상을 보는 법)
이 책은 우리에게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보수와 진보가 왜 다른지 이해하면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생각이 다를 뿐이다. 그것이 자라온 배경의 영향이든, 감정과 이성의 작용 때문이든, 중요한 것은 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해하는 점이다. 그러니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그것을 위기로 인식하거나 적대감, 혐오를 표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대전제는 상대가 공존하고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조선 후기 붕당 정치는 ‘공론’에 따랐다. 비록 일부 양반 계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성리학적 여론이라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상대를 인정하고 공존했다. 그러다 갈등이 심각해지고, 서로를 인정할 수 없는 혐오의 수준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조선의 정치는 붕괴했다. 정치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편가르기와 패싸움이었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의 권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했다. 작년 12.3 계엄 이후, 집권 여당이 하는 말들에서 그런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대당에 정권을 넘길 수 없으니 결집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당 대표라니. 정치가 아니라 패싸움을 하려고 그 자리에 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좋은 보수(또는 진보)란 어떤 것일까요?”(278쪽, 4부 이상적인 정치의 모델)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그 답을 이로운 보수의 전형인 메르켈 총리와 의로운 진보인 오바마에게서 찾는다. 그런데 참 그 답이 재미있다. 메르켈은 독일에만 이롭고, 오바마는 미국에만 의롭다는 사실을 함께 밝힌다. 메르켈과 오바마가 분명 위대한 지도자인 것은 맞고, 그들의 모습을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태극기 부대처럼 그들을 신격화하거나 우상화해서 무작정 숭배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그들은 그들의 국민을 위해 헌신한 지도자다. 저자는 우리에게도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수나 진보 한쪽에서만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보수든 진보든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분단과 전쟁 이후 잘못된 정치 성향이 강제로 주입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건강한 보수가 고장 난 보수를 자연스럽게 소멸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또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진보가 보수의 상대 세력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좌우 양 날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양 세력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해야만 바람직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저자의 바람대로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데 이 책이 꼭 필요한 마중물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