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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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만의 글쓰기 아웃사이더 (마수드 후세인, 까치, 2025, 가제본)

저자의 주장은 매우 간결하다. 우리의 자아와 정체성이 의 인지기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주장은 인간의 우월적 지위를 믿고 있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그렇게 간단히 생물학적 현상으로 정의될 수 있다면, 우리가 과연 다른 생명체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저자가 신경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로서 만난 환자들이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는 근거다. 그 환자들의 삶은 우리가 아주 쉽게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만든다.

 

“(뇌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개인 정체성과 사회 정체성, 즉 우리 자아를 형성하는지를 알 수 있는데, ……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들의 작동에 (사회 정체성과 개인 정체성이) 어떻게 의존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11, 들어가는 말)

 

이 책은 인물, 장소, 역사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이야기를 만든다. 그래서 의사가 휘갈겨 쓴 알아볼 수 없는 진료 기록이나 처방전과 달리 매력적이다. 저자의 기억과 경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마치 일기장 같은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더욱 환자들의 사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

 

왜 제목을 아웃사이더로 결정했을까. 나는 저자가 환자에게 느끼는 동질감을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환자의 사례를 단순히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돕고 싶어 한다. 뇌 인지기능에 오류가 있는 환자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배척당하는 괴로움에 주목한 것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경험으로부터 일종의 동질감을 느낀 것이다. 바로 아웃사이더의 경험이다.

 

나는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인 1968년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 (영국) 동네 사람들은 우리를 자신들에게 속하지 않는 외부인이라고 여겼다.”(23, 서문)

 

이 책에서 만난 7명은 …… 뇌 질환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 결과, 그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 관계망에 더 이상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여겨졌다.”(359, 자아 그리고 정체성)

 

그래서 저자는 환자가 진심으로 사회 집단의 구성원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저자는 배척당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환자들이 사회 정체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본다. 그래서 그는 의사로서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방안을 찾는다. 저자는 명의(名醫)가 아니라 심의(審醫, 깊이 살피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뇌 인지기능 오작동(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

 

우리는 뇌의 인지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뇌 인지기능 오작동을 두려워한다. 저자는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뇌 인지기능 오작동으로 인한 사회적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말입니다. 환자분이 잘못해서 병에 걸린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솔직해야 해요. 그분들은 당신을 돌보겠지만,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들어야 하겠지요.”(173,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고요?)

 

기억을 잃어가는 환자는 치매라는 단어를 인정하기 두려워한다. 기억이 없어지는 것보다도 소중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사회적 관계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그것이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지 정확히 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에서는 광증(狂症)을 이해하지 못해요. 용납할 수가 없는 거죠. 당사자에게 틀림없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정령에 사로잡혔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184, 한밤의 방문자들)

 

뇌 인지기능 오작동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환자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에게도 두려움이 있다. 길을 가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중얼거리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그 사람이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고 본다. 적절한 치료와 대처를 통해 이런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나온 모든 환자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수는 없었다. 당연히 사회적 관계가 회복되는 것도 일부만 가능했다. 뇌 질환은 완벽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뇌 인지기능 오작동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이다. 저자의 노력을 통해 뇌 질환과 환자를 우리가 좀 더 정확하고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사회 정체성을 치유하는 신경과 의사-

 

저자는 신경과 의사이면서 신경과학자다. 뇌의 각 영역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그것이 오작동했을 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연구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그는 환자의 자아와 정체성까지 치유하고 있다.

 

나는 그(환자)가 처한 곤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친구 집단에서 쫓겨나기 직전에 있었다. 나는 뇌졸중 환자들을 도울 수도 있는 연구에 그가 참여하고 있음을 친구들이 알도록, 그를 더 일찍 우리 연구에 참여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252, 조용한 무시)

 

뇌 질환 환자들은 사회가 받아들일 만한 행동이라고 간주하는 경계를 반복해서 넘는다.(297) 그래서 그들은 쉽게 주변 사람으로부터 배척받는다. 저자는 그런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환자들을 구하고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이 점이 저자와 이 책이 다른 의사들이 쓴 책과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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