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르쿠스 황제가 스스로를 위해 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기준으로 책을 읽어나가니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중부 유럽 원정을 떠나 있는 황제, 병약한 몸으로 전쟁터에 나가 있는다는 것은 그로서는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황제라는 직책이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삶. 그는 그런 삶으로부터 도피처가 필요했던 것일지 모른다.
"이 덧없는 순간을 오직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라. 잘 익은 올리브가 자신을 맺은 나무에 감사하고 자신을 낳은 땅을 축복하듯, 너 역시 평온한 삶을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나라."(103쪽, 감사에 대하여)
아마도 황제는 '평온한 삶'을 꿈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견딜 수 없는 과중한 업무와 온갖 의무들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황제였기에 살 수 없었던 그 이상적인 삶은 현재 우리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말들이 우리의 마음에 깊이 들어와 박히는 것은 아닐까.
황제는 또한 '올바른 삶'을 꿈꿨다. 황제로서 자신의 삶이 제국의 모든 신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자신만의 평온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공인(公人)으로서 자신의 삶에도 충실하고자 했다.
"왕의 역할은 선을 행하면서도 욕을 먹는 일이다."(185쪽, 역할에 대하여)
"너(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말)는 두 가지 일에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185쪽, 역할에 대하여)
그가 로마 제국 황금기의 마지막 황제인 이유가 이곳에서 잘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공인으로 인식하고 공공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른 이들로부터 칭송받기를 포기한 황제. 그런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면서 동시에 고위 지도층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여야 한다. 대다수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삶을 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고위 지도층은 그렇게 두면 안 된다. 그들은 반드시 공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는 '좋은 삶'을 꿈꿨다. 이른 바 롤 모델이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기준은 누구나 하나쯤 꼭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롤 모델이 그의 선왕 안토니우스였는가보다. 그의 삶을 그는 좋은 삶이라 보고 본보기로 삼는다.
"그(안토니우스)는 충분히 숙고하여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 어떤 일도 행하지 않고(성급하지 않고), 부당한 비판을 받아도 함부로 반박하지 않았으며(말을 아끼는), 어떤 일도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 악의적인 소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람의 인격과 그들의 공과를 정확히 판단했지만, 누구도 함부로 폄하하지 않았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궤변의 언어를 말하지 않았다. 숙소와 침구는 물론 의복과 음식과 시종에 대해서도 쉽게 만족했다.(만족하는 삶) 그는 근면했으며 인내하는 사람이었다. 소박하게 식사하여 일정한 시간 외에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도 없었고, 덕분에 저녁까지 한 자리에 머물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벗이었다. 자신의 일을 비판해도 관대하게 받아들였고, 누군가 더 나은 방법을 알려준다면 진심으로 기뻐했다. 또한 미신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지키고자 했다."(135~6쪽, 삶의 방향과 목적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