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중립적이지 않다
서윤영 지음 / 지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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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집은 중립적이지 않다_도무스에서 아파트까지, 사람이 살아온 공간의 세계사(서윤영, 지노출판사, 2026, 초판 1쇄, 175쪽)

#집은중립적이지않다 #서윤영 #지노출판사 #도무스 #인술라 #세장형주택 #상인주택 #팔라초 #컨트리하우스 #타운하우스 #오텔 #아파르트망 #콜로니얼하우스 #개량한옥

#서양건축사 #주택 #원류

건축을 공부하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우선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서양에서부터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살았던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도 저자가 공부한 건축사를 기반으로 썼을 것이다. 목차를 보면 주로 서양 건축사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사는 지금의 주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에 대한 '원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집 #기억 #우리나라 #주거사

"대학 시절에는 부모님이 서울의 아파트를 팔아 용인에 집을 짓고 이사를 내려갔다. 1920~1930년대 조성된 개량한옥, 1970년대 집장사가 지은 불란서주택 그리고 1990년대의 전원주택까지, 내 삶의 궤적은 우리나라의 전반적 주거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6쪽, 프롤로그)

아마도 저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독자라면 이와 비슷하게 집에 관한 기억이 남아 있을 거이라 추측해본다. 나도 어렸을 적에 살았던 집이 떠올랐다. 어렸을 적에는 반지하의 셋방에서 살기도 했고, 연립주택이라는 곳에서 살았던 기억도 난다. 2층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기억도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 나이만큼 내가 살았던 공간인 집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이 살았던 그 많은 주택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왜 그렇게 지어졌으며,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고 있으니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갈 역량이 충분했을 것이다.



#로마 #도무스 #주택의과거

로마 제국의 지배자들은 도무스라는 귀족 주택에 살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ㅁ자 한옥을 닮았다. 분명 시간과 공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이 다른 상황에서 지어진 집이지만, 그 구조와 기능이 나에게는 익숙해보였다.

"일반적으로 도심에 고밀이 진행되면서 거리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기본적인 면적을 유지하고 채광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에 안마당을 갖는 중정주택의 형태가 등장한다."(14쪽, 1장 로마의 도무스 주택)

'일반적으로' 주택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기에 당시 맥락에서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걸 도무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도무스라는 이름은 처음 듣지만, 그 구조와 기능은 매우 익숙해보였던 것이다. 또한, 로마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던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들의 주택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내 역사 배경 지식이 +1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건축 지식 레벨 업)

그리고 하나 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의외로 과거 주택에서 비롯된 것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옛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던 말이니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 기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쏠쏠한 재미 중에 하나였다.

"지금도 우리가 기업이나 회사의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가장 처음 접하는 곳을 포털Portal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은 정문이라는 뜻의 포르타Porta이다. (17쪽, 1장 로마의 도무스 주택)


#주택의미래 #변화 #중립적이지않다

과거를 살피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에 다가올 변화를 얻는 것은 덤이다. 이 책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주택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것 같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이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재산(부동산)이지만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 따라 쉽게 변화할 수 있다. 그 예로 든 것이 현재 우리 주거문화다. 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인구가 25~33평형 중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인구가 폭증하던 1960~1970년대 정부에서 내세운 가족계획 슬로건이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기 때문이다. 부부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이 정책결정의 모델이 되면서 모든 것이 4인 가족 기준으로 계획되었다."(174쪽, 에필로그)

로마의 아파트 인술라는 1층은 상가, 2층은 부유한 로열층이었다. 3층 이상으로 갈수록 부엌도 없고 좁고 가팔라졌으며 단칸방으로 주거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수도나 전기, 각종 시설이 연결될 수 없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래서 연회나 접대와 같은 만남은 모두 집 밖에서 이루어져야만 했다. 대규모 광장이나 놀이시설, 목욕탕이나 화장실이 공용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집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모두 외부 공용 시설에서 해결해야만 했던 로마 시민들에게는 황제가 제공하는 "빵과 서커스"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주택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저자는 그 해답을 내놓지 않는다. 아마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며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찾아가길 바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내가 우리 주택의 미래를 살짝 그러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집의 전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 예상해본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에 맞춰 집의 규모가 작아질 것이라 예상치 않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거주 공간이 작아지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건에 맞춰 작아진 것들은 분명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대신에 1~2인으로 분할이 가능한 큰 집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분할할수도, 통합할수도 있는 공간 분할이 유동적인 집이 더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 살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로움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그리고 도심에서는 주택이 고층화되는 대신에 공용 공간이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건물이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제적인 이유로 도시가 고밀화될 수밖에 없지만, 공원과 도서관 등 공공 공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밀화된 공간과 연결된 다양한 공용 공간이 늘어나 로마와는 다른 의미로 기능할 것이라 예상한다. 로마는 황제가 시민을 지배하기 위해 빵과 서커스를 제공하는 공용 공간을 만들어냈다면, 미래에는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켜나갈 수 있는 숙의의 공간으로 공용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사실상 건축은 이과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강해 주택이 갖는 사회적, 문화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주택을 따라가다보니 뭔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문화적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주 흥미로운 발견이다. 그래서 건축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사실 유현준 교수의 책을 읽었을 때는 이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조금 아쉬운 점. 이 책은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기 위해 당시 주택 내부의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구조를 말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대표적인 주택의 내부 공간을 그림으로 표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문과 출신들은 머릿 속에서 구조를 상상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필요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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