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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걷다, 모던 서울 -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과 치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8월
평점 :
나는 유년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다. 부산도 대도시이건만 번화가가 아닌 끝자락에서 자라 굉장히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였고, 조금 나가면 바다가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서울로 이사를 왔지만 추억이 가득한 그곳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다행인지 이전 회사에서 부산으로 출장을 자주 갔었고, 출장 간김에 그 꿈을 이뤘다. 아버지랑 다녔던 목욕탕이나 구멍가게, 컴퓨터 학원 등을 찾아보았는데 없어진 곳도 있었지만 건물과 풍경은 그대로였다. 재밌는건 옛날 살던 집에서 학교까지 추억을 곱씹으며 걸어보았는데, 어렸을때 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은 등교길이 15분도 안걸리는 짧은 길이었다.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인 그길을 마음에 다시 고이 담아, 새로운 추억을 담아왔다.
가끔 곳곳을 지나며 건물을 보다보면 예전 모습이 궁금할때가 있다. 묵묵히 말없이 서있는 건물들이건만, 저 건물은 왜 저기 서있을까. 어떤 시간과 사람들을 보아왔을까 궁금하다.
이번 책은 서울 곳곳에 남겨져 있는 역사를 따라가보는 '모던 서울'이란 책이다. '시간을 걷다' 란 부제 안에 '식민, 분단, 이산의 기억과 치유'란 주제가 담겨 있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일제시대 경성의 공간을 소재로 광교, 화신상회, 종로타워, 낙랑팔라 등 그 시대의 모습을 그려내는 한편 음울했던 사람들의 삶을 유추해본다. 이어서 민주화 운동 등에서 큰 역할을 했던 기독교와 거점이 되었던 교회들, 식민지 자본화의 첨병으로 육성되었던 용산과 영등포의 과거와 오늘, 독재시절 중앙정보부와 관련된 남산, 전태일과 평화상가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속 아픔이 서려있는 서울 곳곳을 그때의 이야기와 함께 돌아본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와 함께 근대 서울 곳곳 또는 현재의 그곳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이다. 교회, 신문사, 은행건물, 박물관으로 변한 건물뿐만 아니라 골목, 공장건물 등 역사속에서 주목받지 못한 다양한 건물과 함께 그곳에 서린 역사 한켠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식민지배와 독립운동, 이념갈등과 남북분단, 독재와 민주항쟁에 관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지독히 무심한듯 서있는, 평범한 벽돌건물들마저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저자들의 전공이 '통일인문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이라 궁금했는데 책을 읽고보니 어떤 학문인지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건축과 우리역사, 근대사에 관심이 많다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번 책을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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