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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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TV프로그램에 전 국회의원이자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가 나와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렵고 지루하기만 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얘기가 재미있는 게 아닌가!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경제 및 여성 분야의 입법·정책 보좌진으로 10년간 일했던 전 국회 보좌관이 쓴 책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국회의원, 2장에서는 보좌관, 3장에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소 기사를 통해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지지리 일을 안 하는 모습을 봐왔는데,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국회의원과 그들의 보좌진이 어떤 일을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국회의원들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특히 초반에 국회 기본기와 국회 1년 타임라인, 중간에 있는 법률안 심사 과정과 국회 결산안 심의 과정이 표로 정리되어 있는 건 책을 읽으며 도움이 되어서 좋았다.




내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국회 이야기는 역시 흥미로웠다.

왜 정치만 하면 사람이 이상해지는지, 국회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와 같이 국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들에 대한 저지의 생각을 읽는 것도 그렇고, 국회에 있는 지하 통로에 대한 이야기처럼 내부 사람만이 잘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오거나 너무 춥거나 더울 때 직원들은 그 통로를 이용한다. 비가 올 때 상임위 회의가 있으면 한쪽 팔에 자료를 안고 다른 손으로 우산을 쓰고 가야 하는데, 복잡한 회의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회의 서포트를 한다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p.138

 그 뒤로도 말단을 벗어날 때까지 수없이 손수레를 끌고, 또 상사 심부름 등을 하러 지하 통로를 이용했다. 결산, 예산 자료 중에서도 두꺼운 자료가 몇 권씩 되었고 국정감사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본청과 의원회관 사이에는 자료를 싣고 오갈 일이 참 많았다. 자료뿐만이 아니다. (...) 토론회 같은 의원실 주최 행사를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나눠 줄 토론회 자료집 수백 권, 행사에 필요한 각종 준비물 등을 운반하는 데도 지하 통로가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온갖 턱에 울퉁불퉁한 지상 아스팔트 위에서 수레를 끌고 다녀야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겁난다.


p.140

그가 일부러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글은 진심이었고, 그의 정책 업무에도 진정성이 있었다. 그 괴리는 그의 도덕성 따위보다는 이론과 현실, 책과 행동, 말글과 실제 활동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같은…. 출중한 능력으로 혜성같이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역시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런 사람들이 대중의 기대와 사랑을 얻게 된 계기가, 실질적 정치 활동의 성과물이 아니라, 주로 말글 같은 의견 표명이니까. 말글이 아무리 진정성 가득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의도와 생각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특히 정치는 더욱!


p.130


 "남자한테는 남비서라고 하지 않으면서 우리한테는 왜 꼭 여비서라고 하는 거야?"


p.152

그리고 앞서 말한 TV 프로그램에서 국회는 특히 보수적인 곳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비서'라는 호칭에 대한 부분은 국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였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이런 부분들이 앞서 바뀌기를 바란다.

(저자가 처음 일했던 20년 전과 10년 전의 국회가 바뀌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런 부분도 그대로일까?)

저자는 업무 특성 때문에 그 말이 기분 나빴던 것이었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을 떠나 책에서도 말했듯 그 호칭에 포함되는 고정관념이 있고 굳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시대 흐름에 따라 그러지 말자는 의견이 자주 보임에도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직업 앞에 '여'르르 붙이는 경우가 많다.

'남비서'같은 단어는 없으면서 '여비서'를 사용하지 않는 게 그렇게 힘들까?

그나마 이제는 그런 호칭 사용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저자와 내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국회에서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 알 수 있다는 건 의미 있었다.



우리나라 국회와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부정적이어서 (개인적으로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웨덴과 같은 나라의 국회의원과 비교하면)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오거나 화가나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항상 국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국회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국회에 대해 알 수 있게 도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회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하는 데 일조할 책으로 보인다.

내부자의 시각을 알고 싶고 국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을 잡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국회의원은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한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받습니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그 지적에 동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종종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늉에 그치고 맙니다. 그들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 사회 문제 해결을 법에 의존하는 사회구성원의 태도가 있다면, 국회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길 기다린느 것보다 법과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시민 자율의 영역을 점차 만들어나가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시민사회가 크고 강해질 때 비로소 국회도 제 역할을 하고, 또 국가 운영에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의회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개인이 모여서 합의하고 운영하고 책임지는 영역을 만들어나갈 때, 그런 강하고 능력 있는 개인들의 영역이 존재할 때, 국회 또한 비로소 진짜 자유민주주의의 전당이 될 것입니다.


p.314-315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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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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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9년도 얼마 안 남았는지 2020년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페이지가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 자기계발서와 성공담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기록하기'이다.

얼마 전에 내가 읽었던 <스탠퍼드 새벽 5시 반>에는 기록의 한 가지로 일기가 중요하게 언급되었는데, 일기 쓰기는 예전부터 꾸준히 언급되는 자기관리 방법이다.

아침에 하루를 계획하거나 하루를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되는 글을 쓰는 아침 일기, 하루를 마치고 돌아보고 반성하며 쓰는 일기, 그리고 요즘 자주 눈에 띄는, 크고 작은 감사거리를 찾아 적으며 소중함을 느끼는 감사 일기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동주 다이어리>는 5년 다이어리로, 보통 일기장하면 떠오르는 형태와는 좀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서든 스케줄 관리를 위해서든 다이어리를 쓰고 나면 나중에 다시 들춰보는 일이 많이 없다.

하지만 5년 다이어리는 만년 다이어리로, 5년 치의 1월 1일을 한 페이지에 넣어 일기를 쓸 때마다 그 전 해 혹은 몇 년 전 같은 날짜에 쓴 일기(이 예에서는 1월 1일)를 읽어볼 수 있게 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루에 적을 수 있는 분량이 많지 않아 매일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그래서 특히 감사 일기처럼 짧고 꾸준히 적어야 하는 글을 쓰기에 가장 적합해 보였다.


<동주 다이어리>는 일반적인 5년 일기장보다 더 특별하다.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 '별 헤는 밤'이 생각나게 하는, 짙은 밤하는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박힌 표지의 다이어리 안에는 윤동주 시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먼저, 다이어리 앞쪽에 윤동주 시인에 대한 정보가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고, 매달 앞부분과 페이지 중간중간마다 시를 한 편씩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그리고 기록을 할 수 있는 각 페이지 상단에는 시와 수필과 같은 작품과 동생, 당숙, 벗이 그와 관련해 한 말에서 일부를 가져와 적었는데, 그래서 매일매일을 시구절과 함께 할 수 있다.

이전에 윤동주 시집을 읽고 서평할 때 적었듯 윤동주 시인의 시는 대부분 읽기에 어렵지 않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들이기에 그의 시는 두말할 것 없이 추천하는데, 그런 좋은 시들과 매일 함께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위에서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아니라 윤동주 시인이 담겨 있는 다이어리라고 표현했는데, 그 이유는 앞쪽에 수록된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정보 때문만이 아니다.

다이어리에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관련 글만 담긴 게 아니라 정지용, 장 콕토, 폴 발레리,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샤를 보들레르, 백석, 이상, 김영랑,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도 수록되어 있는데, 이 시들은 윤동주 시인이 애독했던 시들이라고 한다.

때문에 다른 시인의 시까지 접할 수 있다는 것에 더하여 그 시들을 읽으며 윤동주 시인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시와 함께하는 일기 쓰기라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함께 한다면 하루의 일부를 행복하게 일기 쓰기에 내어주며 꾸준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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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홀이금하 1~2 - 전2권
명전우후 지음, 이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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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중국 드라마가 여기저기에서 언급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소개글을 보게 되기도 했는데, 중국 로맨스 드라마 <홀이금하>가 그랬다.

처음으로 중국 드라마 소개글에 영업되어 나중에 한 번 봐야지 했던 터라 이 드라마가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반가움이 컸다.

그런데 그 책이 출간 10주년 기념 완전판이라니, 원작 소설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에 한 번 더 끌렸다.

(10주년 기념 완전판에는 외전과 작가 후기가 포함되어 있어 더욱 풍성하다)



소설의 주인공 허뤄는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부터 벌써, 고1 겨울방학에 같은 수학 경시대회 수업을 듣는 장위안에게 마음이 가 있다.

그래서 허뤄는 아빠가 원하고 또 본인이 소질이 있는 문과가 아니라 그와 같은 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과를 선택해 2학년에 진학한다.

허뤄가 이토록 장위안과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된다.

내가 학생일 때도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될 확률을 높이려고 문이과 선택을 하는 친구가 있기도 했고, 장위안은 매력 있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불려나가 수학 문제가 적힌 칠판 앞에서 쩔쩔매는 허뤄를 장위안이 돕는 장면은 소설을 읽는 내내 잊히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허뤄에게 장난을 치는 그 나이 또래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과 함께 엉뚱한 면도 있지만, 사소한 것에서 배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허뤄의 눈에는 그가 순정 만화 남주인공처럼 보이는 데다 수학도 잘 하고, 농구 코트 위를 누비는 장위안은 서태웅이라고 불리기도 하니 매력이 있는 건 분명하다.



 "네 공식은 너무 복잡해."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와 옆으로 물러나라는 듯 허뤄의 어깨를 탁탁 쳤다. 뒤이어 칠판 지우개를 들더니 쓱쓱 문질러 두 줄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는 직접 문제를 풀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단 두세 마디 말로 핵심만 찔러 문제를 풀었다.

 "미안. 내가 성질이 좀 급해서." 그는 학생들을 등지고 분필을 허뤄 손에 다시 돌려주며 윙크했다. "사실, 너도 이렇게 풀려던 거지?"

 허뤄는 부끄럽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1권 p.17

장위안과 같은 반이 된 허뤄는 장위안과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무리를 이뤄 학교생활을 한다.

함께 수다를 떨고, 놀고, 장난치고, 여행 슷가고, 친구의 사랑을 밀어주기도 하는 유쾌한 친구들.

그리고 투닥투닥 대지만 그 안에 애정이 있는 게 다 보이고, 지나치는 말에도 신경이 쓰이고 하루 동안 웃다가 한숨 쉬다 하며 기분이 널을 뛰는 사랑.

이들의 학교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내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배경이 중국이고 중국 소설인데도 곳곳에서 내 학창시절이 떠오르거나 공감이 됐다.



장위안과 여름 밤하늘을 바라보던 허뤄가 순정 만화를 읽고 나니 28개 별자리 이름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고 얘기하는 것을 읽으면서는 나도 만화를 보면서 십이간지나 여러 행성 이름이 외워졌던 게 생각나 피식 웃었다.

아마 내 또래라면 대부분 공감하지 않을까?




앞서 말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장위안이다 보니, 그에게 빠진 건 허뤄만이 아니었다.

허뤄와 달리 애교 있고 벤츠를 타고 등교할 정도로 부잣집 딸인 후배 정칭인이 장위안을 좋아해서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럼에도 허뤄와 장위안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그 장면이 평범해 보이는 대화에서 시작되고 아무렇지 않은 대화 속에 녹아있는 듯해서 더 풋풋하고 간질간질하다.




 "넌 무슨 생각을 하는데?" 허뤄가 놓치지 않고 물었다.

 장위안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태연스럽게 말했다. "너랑 같은 생각."

 "에이......." 허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창밖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이 잇따라 그녀의 두 볼을 덮쳤다. "만약에 다른 생각이라면?" 허뤄가 머뭇거리며 물었고, 장위안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그럼 네 생각이 틀린 거지."

 "난, 혼자 헛물켠 거라고 생각했는데." 허뤄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니까 네가 틀렸다는 거야." 장위안이 웃었다.


1권 p.108

하지만 이 둘에게는 어른들의 반대와 진로같이, 놓여있는 장애물도 많았다.

허뤄는 아빠로부터 외삼촌이 미국의 유명 여대인 웰즐리 칼리지에 등록해주겠다고 한 것을 듣는다.

그곳은 나도 아는 유명 대학인데, 허뤄도 속으로는 가고 싶었지만 망설인다.

허뤄와 장위안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조금 말하자면 먼저 1권 프롤로그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26살의 허뤄는 장위안과 헤어진 상태고 해외에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둘이 헤어질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희미해질 만큼 이 둘의 풋풋하고 간질거리는 학창시절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저러면서 시샘하는 게 아니래." 장위안이 소리 내어 웃으며 허리를 굽혀 날아오는 허뤄의 주먹을 옆으로 슬쩍 피했다. 그리고 허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근데, 난 네가 샘내는 모습도 귀여워."


1권 p.126


2권은 미국에 간 허뤄가 또 새로운 인물을 만나는 이야기여서 1권가 다른 분위기이다.

나는 이후로 허뤄와 장위안이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그와 앞으로 관계가 변하지 않을지,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찾을지,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하면 소설을 읽어나갔다.

그런 점에서 표지가 각 권의 느낌을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오탈자가 있기는 하지만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은 소설이다.

학창시절 이야기는 역시 나도 그때를 지나왔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주인공이 성인이 된 이후의 이야기는 사랑이란 마음만 간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로맨스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와 원작 소설인 이 책은 비슷한 분위기가 있으면서도 내용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으니 드라마를 본 사람도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더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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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프랑스어 단어장 - 실전 말하기와 시험 준비까지 완전 정복! GO! 독학 시리즈
박미선 지음, Sylvie MAZO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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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독일어 단어장>에 이어 프랑스어 단어장도 시원스쿨닷컴에서 출판된 같은 시리즈의 단어장 <GO! 독학 프랑스어 단어장>을 보았다.

이 단어장은 저자가 머리말에 적은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공감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저자는 이 문장을 좌우명으로 새기고 프랑스어를 배우고 가르친다고 해서 좀 더 신뢰가 간 것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같은 시리즈의 <GO! 독학 독일어 단어장>과 비교하자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단어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과연 <GO! 독학 프랑스어 단어장>이 더 좋았다.

이전 단어장에서 약간 아쉽게 느껴졌던 것들이 대부분 해소되었고, 이전 단어장이 가진 장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약간 다른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이 단어장은 먼저 짧게 프랑스어 알파벳과 발음에 대해 알려주고 시작한다.

주제별로 일상에서 자주 쓸 단어를 묶었는데, 수록된 단어들을 보며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구할 때 쓸 수 있는 필수 어휘나 식당에 가거나 쇼핑할 때 쓸 수 있는 단어 등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챕터마다 가장 앞부분에 있는 짧은 글인데, 문장에 쓰인 주요 단어를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적어서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단어가 외워지게 했다.

예전에 이런 방법을 적용한 글로 이루어진 영어 단어책을 보며 다른 단어장과 다르게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랑스어 단어장에도 일부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원어민이 자주 사용하는 문장이어서 말하기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는, 각 단어마다 적힌 예문에 쓰인 단어의 일부도 예문 아래 추가로 적혀있고, 각 챕터 마지막에 있는 연습문제 앞쪽에 수록된 보너스 단어의 양도 적지 않다.

거기에 더해 마지막 장에는 자주 쓰이는 동사와 전치사 구, 접두사와 접미사, 어근도 정리되어 있어 이 단어장으로 꽤 많은 단어를 외울 수 있다.




삽화는 적지만, 예문과 함께 배치되어 단어와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Tip이 프랑스어를 더 폭넓게 공부하도록 도왔다.

중간중간에 '프랑스 Talk'이라고 프랑스에 대한 정보가 담긴 코너는 파리의 20개 구, 프랑스의 대학 시험인 바칼로레아, 프랑스의 동거 계약 제도, 파리의 숨겨진 이야기, 프랑스어 능력 시험 DELF, 프랑스 여행 필수 정보와 쇼핑 팁으로 호기심과 유용함을 둘 다 잡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내가 단어장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원어민 음성이 담긴 mp3 파일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러니 있을 것은 다 있으면서 풍부하고 유용한 단어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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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에프 모던 클래식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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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은 SF계의 거장으로 언급이 되는 작가여서 그의 소설은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작품은 전에 단편을 하나 읽어보기는 했지만 짧은 단편이었던지라 커트 보니것의 매력을 알기에는 충분치 않았는데, 이번에 <갈라파고스>라는 장편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은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가서 그 유명한 저작 <종의 기원>을 쓰는 데 큰 공헌을 한 곳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갈라파고스를 여행하고자 한 '세기의 자연 유람선 여행'을 위해 모인 사람들과 이 여행 상품에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속에서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원래 사람들은 '세기의 자연 유람선 여행'에 참가하여 에콰도르에서 바이아데다윈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여행할 예정이었으나 에콰도르와 그 주변 국가들의 상황이 변화면서 그 여행은 무산이 된 데다 주변은 약탈로 뒤집어졌고, 에콰도르의 엘도라도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시 약탈당해 아무것도 남지 않다시피 한 바이아데다윈호를 탄다.

그렇게 다양한 신분으로 위장해 결혼 사기를 치며 살아온 제임스 웨이트(이번에는 윌러드 플레밍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했다), 남편과 사별한 은퇴한 전 고등학교 교사인 메리 헵번, 만다락스라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담고 있는 휴대용 통역기를 발명한 젠지 히로구치의 아내 히사코 히로구치(이들은 겐자부로라는 가명을 쓰고 참가했다), 금융업자 앤드루 매킨토시의 눈이 먼 딸 셀레나 매킨토시와 그녀의 안내견 카자크, 갈라파고스로 그들을 데리고 갈 배 바이아데다윈호의 선장 아돌프 폰 클라이스트, 그리고 우연히 함께하게 된 칸카보노족 소녀들은 바이아데다윈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의 산타로살리아섬에 도착한다.

이렇게 산타로살리아섬에 고립되고만 이들이 최후의 인류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이 된 것이다.



이 책의 서술적 특징은 정체가 불명확한 화자가 최후의 인류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이 되는 인물들이 갈라파고스에 가게 되는 1986년으로부터 백만 년 후에 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 화자는 각 인물들의 과거와 사정을 모두 알고 있으며 백만 년 후에 존재하고, 또 바이아데다윈호를 만든 인부 중 한 명이었으니 백만 년 전에도 존재했다는 게 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화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조금씩 덧붙여지는데, 화자가 누구일지 추측하며 책을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화자가 곧 죽을 인물의 이름 앞에 ★을 붙이고 뒷 일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를 한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마치 누가 범인인지, 혹은 누가 죽을 것인지 미리 알려주는 추리물과 비슷한데, 김이 새기는커녕 어쩌다가 이 인물이 죽게 될지, 그리고 어쩌다가 그런 일이 발생할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게 되더라.

지구상에는 이제껏 그래 왔던 것처럼 전 인류가 소모할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연료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지만, 또 한편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 가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건장한 사람도 음식 없이는 고작 40여 일 정도만 견딜 수 있을 뿐, 그 후에는 죽음이 닥칠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기근은 베토벤 교향곡 9번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지나치게 큰 뇌가 빚어낸 산물이었다.


p.34

무엇보다 이 책은 풍자의 대가라고 불린 커트 보니것이 쓴 소설답게 곳곳에 찰진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다.

화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일들의 원인은 백만 년 후의 인류와 달리 과거의 인류들이 너무 큰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참... 커트 보니것이 이 소설을 쓴 지도 여러 해가 지났는데 지금도 공감이 되는 걸 보면 세상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최후의 인류와 새로운 인류에 대한 글의 배경으로 갈라파고스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다윈과 진화론에 대해 말하는 것에서는 커트 보니것의 노련함을 알 수 있었고, 아래 인용글에서 로켓을 묘사한 것과 같은 번뜩이는 묘사와 (갈라파고스에서의 생존에는 도움이 크게 안 되었다지만) 만다락스 안에 있는 인용문을 중간중간 배치한 것도 글을 읽는 맛을 살렸다.

아주 완벽하게 작동하는 그 로켓에 대한 공적을 어떤 인간도 단독으로 주장할 수는 없었다. 그 로켓은 자연이 가할 수 있는 분산된 폭력을 어떻게 포착하고 압축해서 작은 용기에 담아 자신들의 적에게 투하할 것이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다란 뇌를 열심히 굴린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성취해 낸 것이었다.


p.205

커트 보니것의 유명한 작품 <제5도살장>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서평을 읽어본 적이 있어서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과 소설 속에서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갈라파고스>도 반전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들은 조금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와 죽음을 냉소적으로 말할 때 '에이, 할 수 없지 뭐...... 어쨌든 그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작곡할 재목은 아니었잖아'가 반복되어 커트 보니것의 소설이라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나는 소설 속에 언급되는, 갈라파고스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을 찾아봐서 소설만큼이나 독특한 생명체의 모습을 보며 갈라파고스를 알아갈 수 있었는데, 이 책은 갈라파고스가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함과 신비로움을 영리하게 이용하며 재미를 더하고, 마치 오늘날 쓴 글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 소설이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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