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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얼마 전이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이었기 때문에 그런가, 제인 오스틴 관련 도서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제인 오스틴하면 <오만과 편견> 아닌가?
제인 오스틴 작품 중에 가장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오만과 편견>은 드라마, 영화, 연극 등으로도 만들어졌고,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영화까지 나왔으니 말 다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번역본으로 읽으려고 그랬나보다 싶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잠깐 언급하고 이 번역본이 마음에 든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베넷 가 다섯 자매 중 둘째고, 어머니인 베넷 부인은 딸들에게 좋은 혼처를 찾아주는 데 열심이다.
어느 날 베넷 가족이 사는 마을에 빙리라는, 잘 생기고 부유하고 성격 좋은 청년이 이사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엘리자베스와 빙리가 엮이는 걸까? 하면 그건 아니다.
빙리의 상대는 엘리자베스의 언니인 제인이고, 엘리자베스의 상대는 빙리의 친우인 다아시라는 청년이니까.
다아시는 빙리보다 훨씬 부유하고 잘 생겼지만, 빙리와는 딴판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못해 혼자 잘난 듯 남을 아래로 보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 호감가는 성격은 아니다.
주체적이고 당차지만 다른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하는 면이 있는 엘리자베스와, 잘났지만 싸가지가 없는 다아시는,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오해했다 화해했다 하고, 그 주변인들 이야기가 함께 하는 로맨스물이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유명한 만큼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세계문학전집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 작품 중 하나다.
어떤 책으로 읽을지, 선택지가 많은 소설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을 읽는다면, 엘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역자(옮긴이)가 김선형 문학가인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여성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번역 문체 덕분에 몰입이 잘 되고, 구어체여서 더 친근한 느낌을 준다.
다만 누군가 등장인물을 부를 때 한국식으로 ‘제인아’ 라든가 ‘리지야’라고 부르는 건 취향에 갈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번역본이 특히나 마음이 든 이유는, 무엇보다 풍부한 주석에 있다. (미주가 아닌 각주여서 더 좋다!)
주석은 영어 원문과 함께 해당 부분을 왜 이렇게 번역했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당시 시대 배경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아시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해 현재 한화 가치로 환산한 것도 꽤 흥미로웠는데, 연 소득이 17억 원이지만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고 당시 기준으로 100~200위의 자산가였다니, 그가 오만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주석은 등장인물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한 예로, 엘리자베스의 여동생인 메리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를 추론하고 그녀가 ‘무비판적으로 책을 읽으며 지식을 과시한다’고 해석한 걸 보고나서는 메리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지적 허영심이 묻어난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당시 예법이나 유행을 설명해준 덕분에 200년 전 영국의 모습을 머릿속에 보다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고, 등장인물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초반에 베넷 부인이 직접 빙리를 만나거나 하지 않고 베넷 씨를 재촉한 이유도, 당시는 모르는 사람을 방문할 때 엄격한 규칙이 있었으며 빙리가 남자이기 때문에 반드시 베넷 씨가 먼저 안면을 터야 했다는 설명을 보고 확실히 안 것이다.
이렇듯 소설을 읽으면서 배경 지식을 상당히 쌓을 수 있게 하고 때로는 안내자가 되어주는 든든한 각주 덕분에, 소설을 보다 편한 동시에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가가 전문적이고 정성을 들었다는 게 느껴져서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읽는다면 또다시 김선형 문학가가 번역한 책으로 읽고 싶었는데, <오만과 편견>과 함께 출간된 <이성과 감성>도 김선형 문학가가 번역을 맡았고, 책 날개를 보니 앞으로도 엘리 출판사에서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으로 <맨스필드 파크>와 <에마>, 그리고 <노생거 애비>와 <설득>을 김선형 문학가가 번역해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오만과 편견>에 만족한 만큼,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장편소설도 엘리 출판사에서 나온 김선형 문학가의 번역본으로 읽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