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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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는 여러 권을 책을 썼는데,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책으로 그를 접한 나에게는 소설이나 다른 장르보다는 전기 작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흥미롭게 읽었다는 기억이 남아있는 만큼,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또다른 전기인 <메리 스튜어트>도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내가 읽은 이 <메리 스튜어트>는 절판된 책이 다시 번역되어 새옷을 입고 이번에 재출간된 것이다.

메리 스튜어트는 왕비가 여러 번 바뀌어 여섯 명의 왕비를 두었을 정도로 여성 편력이 심한 헨리 8세… 정확히는 그 여섯 왕비 중 앤 불린에 대한 이야기와 후계자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런 이유로 읽은 책들은 잉글랜드 왕실을 중심으로 했으니 메리 스튜어트는 조연일 뿐이었는데,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이 책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알게 되니 꽤 흥미로웠다.

메리 스튜어트는 태어난 지 6일만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제임스 5세가 그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인데, 그게 아니라도 상황은 영 좋지 않았다.

일단 스코틀랜드라는 나라 자체가 척박했고, 관습이나 문명에 있어서도 주변국인 잉글랜드나 유럽에 비해서 한 세기는 뒤쳐져 있는 상태여서 그리 좋은 유산은 아니었다.
옆 나라에서 은행과 증권 거래소가 번창할 때 스코틀랜드에서는 땅과 양을 세며 재산을 따졌다니 말 다했지.

그런 데다 나라 안팎으로 가톨릭vs개신교 종교 갈등이 심한 상황이었고(지금도 종교 때문에 전쟁이 나고 난리인데 저때는 어떠했겠는가), 왕조차 귀족들에게 휘둘리고 전장으로 내보내질 정도로 왕권이 약했으니… 여왕이라는 지위가 대단해 보이지만 여러모로 힘든 짐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옆 나라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와 라이벌 관계라는 것과 더불어 이러한 배경은 메리 스튜어트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한층 흥미롭게 만들었고, 이야기꾼 슈테판 츠바이크의 필력으로 쓰여지니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메리 스튜어트라는 인물의 일대기도 그런 면이 있지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묘사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 것이다.

예를 들면, 메리 스튜어트는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왕세자와 혼인했는데, 프랑스 왕이었던 앙리 2세가 죽고 메리 스튜어트가 왕비가 되어 권력의 정상에 올라갔을 때.
궁정 행사 가장 앞에 서는 건 더 이상 앙리 2세의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권리가 아니게 되었으니, 그녀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메리 스튜어트가 머뭇거리며 그 옆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출이 극적이지 않은가.
1년쯤 지나 메리 스튜어트의 남편이자 국왕이었던 프랑수아 2세가 죽고 다시 두 여성의 입장이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권력 교체가 되는 장면을 이렇게 묘사하니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는데, 책에는 그런 장면이 종종 등장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장면 묘사와 내면 묘사가 아니어도, 어떤 입장이나 관계를 표현할 때도 인상적인 문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메리 스튜어트가 프랑스에 있는 동안 스코틀랜드 섭정을 맡은 제임스 스튜어트(모레이 백작)는 그녀와 어머니가 다른 이복 오빠인데, 왕족의 혈통으로 인정 받기는 했으나 사생아이기 때문에 왕위 계승권에서 배제된 그를 두고 ‘자연이 피와 얼굴에 새겨넣은 권리를 국가와 종교, 세속의 법이 빼앗아 버리는 비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전기임에도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작가의 시선과 손을 거쳐 마치 소설 같은 인상을 주는 글이지만, 고문이나 강요에 의해 억지로 받아낸 진술은 배제하고 작가 나름대로의 엄격한 검증을 거친 끝에 나온 글이다.
사진이나 그림 자료는 물론이고 편지나 (과장되었다고 솔직하게 밝힌) 시와 같은 글도 삽입되어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졌을 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과 분위기가 더 잘 그려지기도 했다.

왕족이란 정치적으로 결혼과 결혼을 반복하며 관계가 얽혀있고, 거기에서 거기인 이름을 물려주기까지 하기 때문에 제임스 5세, 제임스 스튜어트, 제임스 6세 등으로 비슷하여 헷갈릴 수도 있는데, 책 앞쪽에 친절히 왕실 가계도와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넣어 두어서 인물간의 관계를 파악하기 좋았다.
영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여왕인 메리 스튜어트도 정치적인 이유로 결혼을 여러 번 했고, 이야기 속 무대도 스코틀랜스, 프랑스, 잉글랜드로 바뀌는데, 세 국가의 가계도를 나눠 넣어서 찾아보기도 수월했고.

그런 배려에다 과연 이야기꾼이다 싶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솜씨가 더해지니,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라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메리 스튜어트>를 읽고 나니 다시 역사에 관심이 가서 다른 역사책도 읽고 싶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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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폰만 보는데 왜 돈이 많을까
긍정필터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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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성의 제목을 가진 책은 인스타그램 릴스 관련 도서로, 릴스 왕초보를 위한 안내서다.
특히 수익화에 맞춰, 인스타그램 릴스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방법을 왕초보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는 책이다.

만약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수익화에 관심이 있어서 그에 대해 조금이라도 찾아보거나 관련 서적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면, 이 책에 나오는 전략과 노하우는 익숙할지도 모른다.
릴스 특성상 영상 길이가 짧더라도 시청자들이 끝까지 보는 게 중요하다거나, 수익화를 위해서는 팔로워 수보다 댓글과 같은 반응이나 콘텐츠 목적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거나, 초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훅에 대한 얘기 등….
치트키라고는 하지만 생각지 못한 방법이 나온다기보다는 기본에 (그렇지만 중요한) 충실한 내용이었다.

한편으로는 동기부여에 의미를 두고 읽어도 괜찮겠다.
릴스로 수익화까지 성공한 저자의 이야기부터, 일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건 의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에 달려있다는 핵심까지, 일단 시작을 할 수 있게 격려하기 때문이다.
릴스로 돈은 벌고 싶지만 시작이 쉽지 않은 이들의 마음가짐부터 바로 잡고 세팅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의욕이 샘솟는 게 느껴졌다.

그밖에 자신이 드러나는 게 꺼려진다면 얼굴 노출 없이 릴스를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장도 있고, 저자가 시행착오 끝에 정착한 루틴은 직장 생활과 릴스 제작 및 계정 운영을 병행하는 데 참고하기 좋은 꿀팁이 되어줄 것이다.
깊지는 않지만 수익화 구조도 파악할 수 있게 했고. (자동화에 대한 건… 생각보다 더 짧았지만)

<쟤는 폰만 보는데 왜 돈이 많을까>는 그 대상이 명확해서 그렇지 왕초보에게 유용한 책인데, 특히 아래에 해당하는 경우 책에 나오는 조언과 방법들이 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1. 인스타그램 계정을 수익화해서 부업 삼고 싶은 직장인
2. SNS 영상은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왕초보
3.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고 시작을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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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 실리콘밸리, 워싱턴 D.C. 그리고 텍사스 - 토스증권 애널리스트가 직관한 미국의 핵심 기업과 산업
토스증권 리서치센터 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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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주식을 매매하는 국내 투자자도 많아졌다.
나도 관심을 가지고 미국 주식 종목을 살펴보고 있는데 투자 대상으로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나라의 기업이다보니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만 지나도 휙휙 바뀌는 세상이다 보니, 해외에서 뭐가 뜬다더라 해서 보면 이미 끝물이 경우도 있었으며, 애초에 크게 부풀려진 소식이거나 아예 낭설인 적도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현지에서는 어떨지 늘 궁금했는데… 토스증권 애널리스트들이 미국까지 날아가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담은 책이 있다고 해서 (이 책이다) 도움을 받았다.

토스증권 애널리스트들이 미국 출장을 가게 된 이야기인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저자들이 이 책을 어떤 의도로 썼는지 파악하고 본문을 읽기 시작했더니 내용 파악이 더 잘 됐다.

본문은 지금 왜 주식 투자를, 그것도 미국주식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지부터 이유를 들어서 알려주고 들어간다.
미국 주식이 시장 규모가 크고 거래량도 많다는 건 모두 알고 있을 텐데, 신뢰도와 주주환원이라는 장점도 더해진다.
1929년 대공항 이후로 금융시스템 개혁이 이루어져서 시장을 관리•감독했으며,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으로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건 국내 주식과 비교해서 매력적인 부분이다.
달러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것도 큰 이점이고 말이다.

책에 가장 먼저 등장한 지역은 역시 실리콘밸리다.
미국 주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들, M7이라고도 불리는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의 본거지이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는 곳.
이 장을 읽으면서는 저자들이 완전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를 직접 타보고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자율주행 기술이라고 하면 테슬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테슬라와 웨이모를 비교하기도 하고 리스크도 짚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이 어떻게, 그리고 어느 정도로 상용화 되었고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지 궁금했는데, 직접 이용해보니 쾌적하고 이용도 생각보다 많이 한다고.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영감을 얻어 첨단 산업 투자 인사이트를 공유해주기도 해서, ‘기술을 실현시키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과 같이 실용적인 조언을 여럿 얻을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비슷한 개념의 제품을 먼저 내놓은 IBM이라는 기업의 주가와,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여 제품을 출시한 애플의 주가를 비교해서 들으니 기억에도 남고 이해가 갔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 D.C. 에도 갔다.
정치적 결정과 정책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요동치는 주가를 보며 더 체감 중인 요즘인데, 트럼프 정부의 DOGE(정부효율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수혜를 볼 산업과 피해를 볼 산업도 나눠서 보았다.
대단한 혁신 기업도 정치 이슈 앞에서는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걸 경험했기에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장이었다.

그리고 저자들이 방문한 도시로 텍사스가 있다.
텍사스 하면 보수적인 분위기와 서부 시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석유와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에다, 의외로 NASA를 비롯한 미국 우주산업의 전진기지 역할도 하고 있으며, 테크 기업도 위치하고 있었다.
텍사스는 투자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 없는 도시여서 또 얻어갈 게 많았는데, 이민자의 나라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산업을 살펴보고 우주 산업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국내외 주식 시장에서 항공우주 회사인 스페이스X의 상장이 큰 관심을 받고있는 만큼, 나도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그밖에도 로봇과 첨단 안보 등 주목할 만한 미국 산업도 다룬다.

저자들이 바다 건너 모임과 행사에 참여해서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현지 분위기를 느끼며 발로 뛰어 수집한 상황을 집에서 편하게 책 한 권 읽으면서 알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투자 관점에서 알 수 있다는 게 편하고 유용했다.
글로벌 시대고 정보의 바다 인터넷이 있으니 직접 검색하고 찾아보면 되지 않아? 할 수도 있는데, 주식 전문가들의 필터를 거치고 인사이트가 더해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책을 읽는 게 주식 초보자에게는 더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 중 믿을 만한 정보와 걸러야 하는 것을 가리는 것부터가 꽤나 품이 들고 어려우니까.

토스증권은 유용한 기능과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UI)로 알려졌는데, 책 또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 국내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시장 상황도 영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식 투자에서 멀어질 게 아니라 책에 나온 내용을 참고해서 투자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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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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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라는 건 참으로 매력적인 관계여서, 라이벌이라고 일컬어지는 쪽 모두가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 중 하나가 싸움 구경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경쟁한다니 관심을 끌 수밖에.
그러므로 ‘라이벌’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욱 흥미진진해 보이고 가슴이 뛰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물며 지어낸 이야기(픽션)도 아니고 실화다? 그것도 역사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그러면 재미없을 수가 없지!

세계 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알려줘서 재미있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해준다는 tvN 방송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 내용을 엮은 책은 시리즈로 꾸준히 출간되었는데, 이번에는 역사 속 라이벌 관계를 담아 더욱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때로는 라이벌이라는 관계가 불러일으키는 흥분을 느끼기도 하며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라이벌이라고 하면 양측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되는데, 그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줄 모르고 읽으면서도 전문가가 들려주는 역사 정보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에는 아홉 쌍의 라이벌이 나온다.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건 르네상스 천재 예술가 두 사람,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다.
아니, 두 사람은 워낙 유명하니까 오히려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알고보니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가 극과 극의 인물이어서 라이벌 사이로도 매력이 있었고, 이번에 두 예술가의 천재성을 새롭게도 새삼스럽게도 깨닫게 되었다.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는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동시대에 활동했는데, 외모나 성격도 예술 성향도 정반대였다.
레오나르도는 미남에 사교적이었던 반면, 미켈란젤로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고집불통에 까다로운 성격이었던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회화를 최고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릴 때 선이 흐리고 경계를 부드럽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썼다면, 미켈란젤로는 조각이 더 낫다고 생각했으며 윤곽선이 뚜렷한 그림을 그렸다는 게 예술 성향도 영 달라 흥미롭다.
그렇다보니 둘이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는 두 벽화를 각각 하나씩 맡아 그리게 되는 일까지… 완벽한 라이벌 구도와 연출이 아닌가! 재밌다, 재밌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의 예술 작품도 다시 보게 됐다.
온갖 명화에 익숙해진 배부른 눈을 가진 현대인인 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명성도 익히 알고 잘 그렸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렇게까지 칭송할 정도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다른 화가의 그림을 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린 회화의 대단함을 깨달았다.
특히 같은 주제를 두고 그린 그림 둘을 비교하니까 말 그대로 눈이 확 트이는 게… <최후의 만찬>… 너무 잘 그렸잖아…!
전체적인 구도부터 후광 차이와 창문 같은 디테일까지, 왜 시대를 넘는 명작인지 확 와닿았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에 대해 읽고 사진 자료를 보면서는 다시 한번 놀랐고 새삼스럽게 대단함을 느꼈다.
매끄러운 조각 실력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분위기와 구도에 따른 크기 변화까지… 정말 섬세했다.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와 우리가 올려다 봤을 때 예수 조각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데, 때문에 인간이 아닌 하나님 보라고 만든 게 아닌가 한다는 설명을 보고 감탄이 나왔다!

두 경우 모두 알맞은 사진 자료 덕분에 체감이 된 것이다.

두 천재 예술가의 일화를 통해서 얻은 교훈도 있다.
레오나르도는 천재성을 가졌음에도 작품 완성을 하지 못해 공방이 망하기도 했는데, 그걸 보고 완벽주의보다는 완성주의가 낫구나 다시금 가슴에 새겼다. (뭐라도 내놓자)
그리고 어느 사람이 <피에타>를 다른 화가의 작품으로 알자 충동적으로 작품에 이름을 새겨넣었지만, 이후에는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도 이름을 새기지 않았는데’ 하며 반성해서 <피에타>가 이름을 새긴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는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읽고는 나도 겸손해졌다.

<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에는 이런 인물vs인물뿐만 아니라 런던 세계박람회vs파리 세계박람회와 같은 비인물간의 관계도 나오는데, 이번 중동 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이란vs이스라엘도 포함되어 더욱 유익했다.

그리고 영상이 다듬어진 데다 미방영분 내용도 수록되어있으니 책으로 읽어보는 것도 <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방송 프로그램 후기를 보면 패널들이 중간중간에 끼어들거나 말을 더하는 게 방해가 된다거나 아쉽다는 의견도 있던데, 특히 그런 경우라면 책쪽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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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책 The Kimchi Book - 셰프들의 김치 선생님, 고은정의 기본 김치 레시피
고은정 지음 / 몽스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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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에 김치가 빠지는 걸 본 적이 없다.
급식 식단에 쌀밥이 빠지는 날은 간혹 있어도 김치가 빠진 날은 없었고, 김치찌개를 먹으면서도 그 옆에 또 김치를 놓는 게 한국인이니까.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하면서, 김치 없인 못살아 정말 못살아! 하는 노래도 있을 정도다.

<김치 책>이라는 단순명료한 제목의 이 책은 셰프들의 김치 선생님이라는 별칭에 걸맞는 김치 장인 고은정 선생의 레시피를 담았다.
보통 ‘김치’라고 하면 전통적인, 한국적인, 이런 이미지인데 이 책은 안팍에 예술 감각이 가미되어 모던한 디자인이다.
단어 앞에 K를 붙인 한국 문화가 전성기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 음식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시대에 맞춰, 서문부터 김치 레시피까지 영어로 번역되어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에서도 현대와 전통의 조화가 느껴졌다.

본문에 이전에는 전반적인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한다.
매일 김치를 먹고 있지만 이렇게 보니 내가 김치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먹는 김치 종류도 몇 안되는구나 싶었다.
김치를 저장 음식으로만 알았는데 쉽게 무르는 채소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들기도 했고, 가을겨울에는 저장성이 뛰어난 무와 배추로 김장을 하지만 봄여름에는 산나물 등으로 만든 신선한 김치를 즐겼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김치라고 하면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색을 띄는 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모습인데, 김치에 고추를 넣기 시작한 건 조선 후기 무렵으로 역사가 길지 않다는 것도 의외였다.
젓갈 없이 간장으로 담가 먹는 장김치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고.

다양한 김치 이야기와 레시피는 계절별로 나누어 놓았다.
본문에는 해당 김치에 대한 소개와 (재료 고르는 법이나 맛있게 먹는 법 등의) 관련 노하우가 나오고, 재료와 만드는 법이 적혀있는데, 모두 (한두 페이지로) 간략하고 깔끔하다.
봄을 맞아 얼마 전 먹은 달래김치도 줄기가 굵고 알이 큰 달래로 만드는 게 좋으며, 갓 담근 달래김치는 알싸한 향을, 폭 익은 후에는 달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나와있는데, 내가 먹은 달래김치는 갓 담근 거였다는 걸 책을 보고 알았다.

완성된 김치 사진과 재료 사진은 모든 김치 레시피에 포함되어 있으며, 간간이 김치를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푸릇푸릇한 재료의 싱싱함이 종이를 뚫고 느껴지고, 완성된 김치는 얼마나 맛깔나게 찍혀서 들어갔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처음 보는 김치여도 말이다!)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김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겉절이, 오이소박이, 열무물김치, 백김치, 갓김치, 총각김치, 나박김치, 무생채, 동치미 등부터 고수김치, 가지소박이, 토마토김치, 단감김치와 같이 아주 생소한 김치까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전에 별의 별 재료 뒤에 ‘김치’를 붙여서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그런 김치가 정말 나온다면 벌칙을 받는 술자리 게임이 있었는데, 그 게임이 떠오르는 목록이다. (참고로 멜론 김치는 정말로 만들어 본 사람이 있었고 한 명도 아니었다)
가지는 나물로만 먹어봤는데… 김치로 먹을 수도 있었구나.
아삭아삭한 오이소박이와 달리 부드럽고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라니, 식감이 상상이 가서 더 맛있을 것 같다.

세상에 이렇게 여러 종류의 김치가 있었다니!
매일 김치를 끼고 살면서도 다양하게 즐기지는 못했다는 게 아쉬워졌는데, 앞으로는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활용한 김치를 맛봐야겠다.
고은정 선생의 연구와 고민을 바탕으로 발전한 레시피와, 김치를 더 맛있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조언을 참고해서 말이다.

고은정 장인의 전문적인 정보와 영문 동시 수록으로 유용할 뿐만 아니라 별의 별 김치의 향연에 의외로 재미도 있었고, 맛깔난 사진으로 눈과 혀를 다 사로잡아서 즐겁게 읽었다.
요즘 외국인이 김치를 직접 담그는 모습이 유튜브나 SNS에 보이는데, 김치를 좋아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흥미롭고 유용한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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