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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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TV프로그램에 전 국회의원이자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가 나와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어렵고 지루하기만 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얘기가 재미있는 게 아닌가!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경제 및 여성 분야의 입법·정책 보좌진으로 10년간 일했던 전 국회 보좌관이 쓴 책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국회의원, 2장에서는 보좌관, 3장에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소 기사를 통해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지지리 일을 안 하는 모습을 봐왔는데,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국회의원과 그들의 보좌진이 어떤 일을 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국회의원들은 일 좀 했으면 좋겠다)

특히 초반에 국회 기본기와 국회 1년 타임라인, 중간에 있는 법률안 심사 과정과 국회 결산안 심의 과정이 표로 정리되어 있는 건 책을 읽으며 도움이 되어서 좋았다.




내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국회 이야기는 역시 흥미로웠다.

왜 정치만 하면 사람이 이상해지는지, 국회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와 같이 국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제들에 대한 저지의 생각을 읽는 것도 그렇고, 국회에 있는 지하 통로에 대한 이야기처럼 내부 사람만이 잘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눈이나 비가 오거나 너무 춥거나 더울 때 직원들은 그 통로를 이용한다. 비가 올 때 상임위 회의가 있으면 한쪽 팔에 자료를 안고 다른 손으로 우산을 쓰고 가야 하는데, 복잡한 회의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들고 회의 서포트를 한다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p.138

 그 뒤로도 말단을 벗어날 때까지 수없이 손수레를 끌고, 또 상사 심부름 등을 하러 지하 통로를 이용했다. 결산, 예산 자료 중에서도 두꺼운 자료가 몇 권씩 되었고 국정감사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본청과 의원회관 사이에는 자료를 싣고 오갈 일이 참 많았다. 자료뿐만이 아니다. (...) 토론회 같은 의원실 주최 행사를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나눠 줄 토론회 자료집 수백 권, 행사에 필요한 각종 준비물 등을 운반하는 데도 지하 통로가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온갖 턱에 울퉁불퉁한 지상 아스팔트 위에서 수레를 끌고 다녀야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겁난다.


p.140

그가 일부러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글은 진심이었고, 그의 정책 업무에도 진정성이 있었다. 그 괴리는 그의 도덕성 따위보다는 이론과 현실, 책과 행동, 말글과 실제 활동에서 기인하는 것 아닐까.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 같은…. 출중한 능력으로 혜성같이 정치에 입문한 사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역시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런 사람들이 대중의 기대와 사랑을 얻게 된 계기가, 실질적 정치 활동의 성과물이 아니라, 주로 말글 같은 의견 표명이니까. 말글이 아무리 진정성 가득하더라도, 현실에서 그 의도와 생각대로 할 수 있는가 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특히 정치는 더욱!


p.130


 "남자한테는 남비서라고 하지 않으면서 우리한테는 왜 꼭 여비서라고 하는 거야?"


p.152

그리고 앞서 말한 TV 프로그램에서 국회는 특히 보수적인 곳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비서'라는 호칭에 대한 부분은 국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였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이런 부분들이 앞서 바뀌기를 바란다.

(저자가 처음 일했던 20년 전과 10년 전의 국회가 바뀌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런 부분도 그대로일까?)

저자는 업무 특성 때문에 그 말이 기분 나빴던 것이었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을 떠나 책에서도 말했듯 그 호칭에 포함되는 고정관념이 있고 굳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시대 흐름에 따라 그러지 말자는 의견이 자주 보임에도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직업 앞에 '여'르르 붙이는 경우가 많다.

'남비서'같은 단어는 없으면서 '여비서'를 사용하지 않는 게 그렇게 힘들까?

그나마 이제는 그런 호칭 사용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저자와 내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국회에서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 알 수 있다는 건 의미 있었다.



우리나라 국회와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부정적이어서 (개인적으로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웨덴과 같은 나라의 국회의원과 비교하면) 생각만 해도 한숨부터 나오거나 화가나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항상 국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국회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국회에 대해 알 수 있게 도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회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하는 데 일조할 책으로 보인다.

내부자의 시각을 알고 싶고 국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을 잡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국회의원은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한 기득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받습니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그 지적에 동의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종종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늉에 그치고 맙니다. 그들이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 사회 문제 해결을 법에 의존하는 사회구성원의 태도가 있다면, 국회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길 기다린느 것보다 법과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시민 자율의 영역을 점차 만들어나가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시민사회가 크고 강해질 때 비로소 국회도 제 역할을 하고, 또 국가 운영에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강한 의회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개인이 모여서 합의하고 운영하고 책임지는 영역을 만들어나갈 때, 그런 강하고 능력 있는 개인들의 영역이 존재할 때, 국회 또한 비로소 진짜 자유민주주의의 전당이 될 것입니다.


p.314-315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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