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도시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 공학으로 읽고 예술로 보는 세계의 다리 건축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에드워드 데니슨.이언 스튜어트 지음, 박지웅 옮김 / 보누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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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때 차를 타고 긴 다리를 건널 때면 다리 무게만으로도 엄청날 거라고 추정되는 거대한 다리 위에 이렇게 많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데 다리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곤 했다.
후에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리에는 과학적 원리가 적용되어 있어서 내 생각보다 훨씬 튼튼하다는 건 알게 되었지만 역시 자세한 건 몰랐기 때문에 다리에 적용된 원리에 대해서 더 알게 되면 그런 불안을 떨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대한 도시에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는 구성이 탄탄하다.

1부 <다리의 이해>에서는 다리의 재료부터 알려준 다음, 구조와 목적에 따라 다리의 종류를 나눠 설명하고, 유명 다리 설계자를 소개하며 다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는 예스러운 다리로는 아름다운 아치교를, 현대적인 다리로는 현수교를 떠올렸는데, 이번에 아치교와 현수교에 적용된 원리를 알게 되었고, 여러 줄의 케이블이 눈에 띄는 외관 때문에 같은 종류로 여겼던 현수교와 사장교의 차이점도 알게 되었다.
(처음 본 사장교와 익숙한 이름의 현수교는 케이블을 사용하는 원리는 같지만 현수교의 케이블은 하나로 이어지고 사장교의 케이블은 서로 분리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책에 소개된 다리 설계자는 그 분야에서 유명하다지만 내가 이름을 들어본 설계자는 구스타브 에펠이 유일했다.
‘에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의 그 에펠이 맞는데, 에펠탑을 설계하고 건축한 구스타브 에펠은 다리도 설계하고 미국 자유의 여신 내부 골조도 설계한 인물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2부 <위대한 도시의 아름다운 다리>는 세계 곳곳의다양한 다리를 소개하는 부분으로, 1부를 읽고 나니2부에 등장하는 다리의 사진을 보고 어떤 다리인지 짐작하기도 하고 다리에 대해 읽을 때도 이해가 한층 잘 되는 것을 느끼며 1부를 허투로 읽은 것이 아니구나, 저자들이 이 책을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구나 깨달았다.

책을 읽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처럼 거대한 다리나, 장관 속 보기만 해도 아찔한 다리나, 움직이는 다리나, 다리 위에 가게와 집이 있는 주상복합 다리 등 다양한 다리를 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의 최대 장점인 풍부한 사진과 그림 자료를 활용해 다리를 요리조리 뜯어보며, 다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다리에 적용된 원리뿐만 아니라 다리의 아름다움까지 눈에 담으며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지는 않는 용어들 때문에 초반에는 이 책이 어려워 보였는데, 책 말미에 있는 용어 사전을 찾아가며 읽어나가니 점차 용어에 적응이 되었고, 관련 지식이 쌓일수록 처음보다 읽는 게 수월해졌다.
책을 읽을 때 풍부한 사진/그림 자료와 함께, 나에게는 낯선 용어가 정리되어 있는 용어 사전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이다.
다만 용어 사전은 책 말미에 철자 순으로 정렬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 책장을 넘겨서 단어를 찾는 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각 페이지에 일일이 각주를 달았다면 자리를 많이 차지했을 것이고, 이런 점을 고려해서 용어 사전을 수록한 게 아닐까 생각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자연스럽게 조금씩 용어를 익히게 되니 용어 사전을 찾아보는 것에 대한 번거로움이 줄어들기도 했고.

다리는 오래 전부터 인류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했으며, 교통과 운송수단이 발달한 지금도 효율적으로 사람과 그밖의 것들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크고 작은 다리가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사실 나는 다리를 건널 때에도 다리보다 다리 너머의 풍경에 더 관심을 가졌는데, 다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책의 원제인 <How to Read Bridges>처럼 (전문가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다리를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철로 만들어지고 구조가 다 드러나 투박해 보이기만 했던 다리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다리를 건너면서 그 너머의 풍경에만 시선을 두지 않을 것이다.


“ (...) 도심 한복판에 있는 다리부터 가장 외딴 협곡에 설치된 다리까지, 모든 다리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단지 보는 사람이 그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p.5 (머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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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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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과 비슷한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는 소설도 쓰는데, <러브레터>도 소설로 먼저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 <라스트 레터>도 이와이 슌지가 감독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러브레터> 속 하얗게 눈이 내린 배경에 담긴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을 생각하면 그의 소설은 어떨지 궁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설 <러브레터>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라스트 레터>는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라스트 레터>는 <러브레터>와 비슷하게 한 사람의 죽음과 편지가 주요 소재이고, 화자 오토사카 교시로가 줄곧 ‘너’라고 부르는 도노 미사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로 가장해서 쓰였다.

어느 날 중년의 오토사카 교시로는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옛사랑 도노 미사키인 척하는 미사키의 동생 유리를 보게 된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나 지나서인지 다른 동창들은 미사키가 아닌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오토사카 교시로는 그녀가 미사키가 아닌 동생 유리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미사키인 척하고 나타난 유리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장단을 맞춰주며 유리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고, 이후에 그 연락처로 보낸 문자를 유리의 남편이 보고 분노 조절을 못 해서 유리의 휴대전화는 박살이 나고 만다.
이게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면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세상에서 유리가 (여전히 미사키인 척하며) 교시로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유리가 주소를 밝히지 않아 일방적으로 교시로가 편지를 받아보기만 하다가 교시로가 미사키의 본가 주소를 찾아 답장을 보냈고 그 편지는 교시로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읽게 되는데...


“ (...) 네가 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만에 하나 네가 온다면. 그곳에 네가 있다면. (...)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상심 또한 오래전에 치유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가 건 마법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너를 만난다면 과연 너는 네가 나에게 건 이 마법을 풀어줄까? 아니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24년 만에 나를 만남으로써 내 스스로 결판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p.33“


계속해서 언니 미사키인 척 연기를 하는 유리를 보고 당사자인 교시로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그 이유가무척 궁금했고,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유리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가 궁금해서 나름대로 추리를 하며 소설을 읽었다.
아마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도노 미사키의 죽음 이후 주변인들이 어떻게 그녀의 죽음을 극복하는지가 그려지는 잔잔한 이야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소설을 읽기 전에 했던 예상과는 달랐던 점이 하나 더 있다.
겨울에 영화 <러브레터>가 생각나는 것처럼 여름이면 <라스트 레터>를 떠올리게 할 만큼 소설이 여름 느낌을 물씬 담아냈을 줄 알았는데 여름에 읽으면서도 소설에서 여름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글보다는 영상이 계절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더욱 잘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 여름 축제에 가거나 여름이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는 문장 정도만 있을 뿐 묘사가 풍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어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 나도 이 소설은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 우리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수없이 많은 인생의 선택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있는 졸업생 한 명 한 명은 지금까지처럼, 그리고 앞으로
그 누구와도 다른 인생을 걸어갈 겁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괴로울 때, 살아가기 힘들 때
우리는 몇 번이나 이 장소를 떠올릴 겁니다.
자신의 꿈이나 가능성이 아직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이 장소를.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귀하게 빛나던 이 장소를.

졸업생 대표 도노 미사키

p.247”


이와이 슌지 감독이 썼고 영화 <러브레터>와 제목이나 소재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으로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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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 - 2,000살 넘은 나무가 알려준 지혜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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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지고 싶은 책을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조금씩 구매해나간다.
산 책 중에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장바구니에 담긴 책 중에 아직 구매하지 못한 책이 많은데, 그래서 구매하기 전에 장바구니 안에서 절판을 맞이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장바구니 안에 넣어둔 책 한 권 아래에 빨간 글씨로 품절(절판) 표시가 되어 아뿔싸! 했는데, 그 책은 나보다 지구상에서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에 관한 책 <위대한 생존>이었다.
그전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 갑자기 절판되어 여기저기 문의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을 때 그렇게 후회하고도 또 같은 일을 겪게 되다니!
나라는 인간은 후회할 일을 또 반복하는구나 자책하기도 하고 그나마 <위대한 생존>은 가격이 두 배가 넘더라도 원서를 구할 수는 있지 않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위대한 생존>이 <나무의 말>이라는 새로운 제목과 다른 판형으로 개정되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체적인 책 디자인과 제목이 바뀌면서 책 이미지 또한 많이 바뀌었지만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같은 책으로 또 같은 후회를 하지는 말자며 이번에는 얼른 손에 넣은 <나무의 말>은 저자 레이첼 서스만이 10년간 여러 대륙을 거쳐 2,000년 이상 산 고령 생물로 추정되는, 그러니까 기원전에 태어난 단일 단위 개체와 무성 번식 군락 생물을 찾아 떠난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을 책으로 읽으며 함께 하면서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는 꿈꾸기 힘든 세월을 산 나무를 보며 생명의 유한함을 생각하고 환경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저자는 시베리아와 남극 그리고 바다 아래까지 잠수해 들어가서 고령의 생물을 찾아 사진을 남겼다.
사진으로 적게는 수천 년부터 많게는 수십만 년까지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선입견을 마주했다.
나는 그만큼 오랜 세월을 산 식물이라고 하면 책 표지에 등장하는 3천 살의 올리브나무나 책 속 2천 살의 바오밥나무처럼 두꺼운 줄기를 가진 큰 나무를 떠올렸는데 고령의 식물로는 바닷속 뇌산호와 해초도 있고, 심지어 2,500년에서 5,500년을 산 이끼들도 있었던 것이다.
무려 10만 년을 산 것으로 추정되는 해초는 거대한 나무보다도 오래 살았다.
겉보기에는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엮인 덤불이나, 방치되어 아무렇게나 자란 화초처럼 보이는 식물도, 나이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이끼도 인간의 수명에 비해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졌다.


“굉장히 긴 수명을 가진 생물들은 우리가 영원이라는 거짓 감각을 믿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변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장기적인 생각 없이 현실의 일상에 쉽게 파묻혀버린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해서 불멸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가 있다 해도 그 기회가 마냥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접근하기 쉬워 보이고 긴급해 보이지 않았기에 상원의원 나무를 재방문하는 것은 내 우선 순위에서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p.111”


또한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나무 주변에 널린 쓰레기를 보고, 연로한 바오밥나무가 술집으로 쓰이는 것을 보고 나도 저자처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상원의원 나무로 불리는 3,500년을 산 폰드 사이프러스 나무의 마지막은 마음이 좋지 않다못해 허무하기까지 했다.
관심도 받지 못하고 일주일이나 불에 타서 죽은 상원의원 나무는 지역 프로그램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필로폰에 취한 젊은이가 속이 비어있는 나무 몸통에 몰래 들어갔다가 불을 낸 것 같다고 했다.
3,500년을 산 나무가 저런 인간의 생각 없는 행동 때문에 사라지다니, 그 허무한 죽음에 엄청난 숫자의 세월 앞에서 삶의 유한함을 생각하게 된다.

<나무의 말>은 책 제목과는 달리 나무만 나오는 것은 아닌데, 책에서 소개되는 생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은 나무가 아니라 시베리아 방선균(시베리아 박테리아)로 40만에서 60만 살로 추정된다.
실험실 연구 결과 시베리아 방선균은 다른 고대 박테리아처럼 활동 정지되어 동결된 게 아니라 영하의 온도에서도 50만 년 동안 살아있는 상태로 천천히 생장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저자는 현미경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촬영해서 사진으로 남겼다.

책을 읽으며 바오밥나무처럼 웅장한 나무부터 파슬리와 친척이며 전체적으로 보면 동글동글한 모양을 한 야레타까지 (저래봬도 3천 살이다) 여러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슬프게도 5년 사이 책에 등장한 생물 중 둘이나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지 몇 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생명을 잃은 생물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수명에 대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생각하면 이 책에 실린 생물종이 더 귀중하고 보호해야 할 생물로 여겨진다. 우리를 보모 벌레처럼 느끼게 해주는 수천 살이 된 생물을 보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하지만 1만 3,000살의 파머 참나무를 보면서 그 나무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유대를 깨닫는 것, 그리고 어떻게 파머 참나무와 우리가 이토록 다른 삶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더욱 굉장한 경험이다.

p.23”


직접 읽어보니 역시 좋은 책이었기에 이렇게 다시 출간된 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진 자료가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책의 판형이 바뀐 게 아쉬웠다.
양장본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은 뒤로 하더라도, <위대한 생존>의 책소개와 후기를 보니 그 책은 크기가 좀 더 커서 <나무의 말>처럼 두 페이지에 걸쳐 사진을 수록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두 페이지에 걸친 사진은 커서 좋지만 작은 사진에 비해 사진의 단점이 좀 더 잘 보이고 사진 중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양장본에서 반양장본으로 개정되고 책 크기가 줄어들면서 책 무게도 가격도 좀 더 가벼워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장하며 두고두고 볼 책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책 속 나무들이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 책도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무와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가 너무 깊지만 않다면 치유될 수 있으며 실제로 치유된다는 점이다.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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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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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귀여운 그림 에세이 한 권을 만났다.
책장 사이에 남자의 얼굴이 빼꼼히 보이는 부분을 네모나게 뚫어 놓아서 표지가 입체적이다.
만약 제목처럼 <책 좀 빌려줄래?>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답할 테지만, 책 에 담긴 작가의 유머 감각에 낄낄거리며 만화를 즐겁게 읽었다.

책에 단단히 빠졌으며 글을 쓰지 않으면 못 산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크게 애서가로서 그린 만화와 글 쓰는 작가로서 그린 만화로 나눌 수 있는 이 에세이는 첫 번째 만화부터 작가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데, 책장 정리 중 사고를 당하거나 라이벌 독서광이나 참다못한 아내 때문에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침착하게도 호들갑을 떤다.
마침 얼마 전에 읽은 책이 책벌레 남편을 둔 아내가 쓴 책이었기에 ‘참다못한 아내’가 책벌레를 공격하는 그림을 보고는 빵 터졌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곳곳에 있었는데, ‘독서가의 변천 단계’에서 책을 등졌다가도 책을 재발견하며 다시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은 나도 거쳤고, 내 책장에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꽂혀 있기에 ‘못다 읽은 책에 바치는 송가’는 “맞아”를 연신 중얼거리며 읽었다.
그렇다, 나도 허황된 꿈을 꾸며 선택한, 반도 읽지 못했지만 어찌보면 거의 반이나 읽었다고 볼 수 있는 책이 있다.
이러다가 만화처럼 책과 내가 바스라져서 책갈피만 남을 만큼 세월이 흘러도 그 책을 끝까지 못 읽는 건 아닐까?
다 읽지 못한 책과 나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또다시 끝까지 읽지 못할 책을 집어 들 것이라는 결말은 내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을 그려놓은 페이지에는 고양이나 분재 같은 황당해 보이는 그림도 있지만, 책 사이에 책갈피로 끼워진 영수증 그림을 보고는 영수증을 책갈피로 쓴다는 인터넷 카페 회원의 글이 떠올랐다.
나는 영수증을 책갈피로 사용하지는 않아서 포스트잇을 끼워놓거나 그냥 외운다는 쪽에 공감이 갔지만 (그러다가 몇 페이지까지 읽었는지 잊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저마다 다른 부분에 공감할 수도 있겠다는, 그래서 어쩌면 내게는 황당하게 보였던 고양이나 분재를 책갈피처럼 쓴다는 것에 공감하는 독자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귀여운 면이 있는데, ‘앰퍼샌드의 모험’을 그린 만화가 그렇다.
‘앰퍼샌드의 모험’은 많이들 사용하지만 이름은 잘 모를 앰퍼샌드(&)라는 기호를 의인화하여 앰퍼샌드자신이 어디에 소속되는 건지 고민하거나, (로미오&줄리엣 등) 수많은 합병에 관여했다거나, 음표와 사랑에 빠졌지만 음표는 높으신 분(높은 음자리표다)과 눈이 맞았다거나 하며 앰퍼샌드를 주인공으로 재치 있게 그린 만화다.

한편 표지가 누렇게 바랬으며 책등이 갈라지고 책장도 너덜너덜해져 잃어버린 페이지까지 있지만 기억 속에 선명히 연결되어 있다는 ‘아끼는 책’에 관한 만화나 ‘독서가의 변천 단계’를 그린 그림에서 마지막 단계로 다음 세대에게 책을 넘겨주는 모습이 그려진 것을 보았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다음 세대에게 책을 넘겨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이 읽은 그 책을 다음 세대에게 준다는 의미도 될 수 있고, 책이란 안 읽히면 금세 절판되어 사라지는데 계속 책을 읽으면 책이 절판되어 사라지지 않으니 다음 세대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어느 쪽이든 책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감동적인 일이다.

그렇게 감동을 주던 작가 그랜트 스나이더는 때로는 독자의 뼈를 때리기도 하는데, ‘틀린 그림 찾기’는 작가 지망생과 작가를 그린 단 두 컷을 비교하게 함으로써 작가가 되려면 일단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재치에 큭큭 웃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공감 속에 자극 받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카툰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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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철도의 밤 인생그림책 5
미야자와 겐지 원작, 후지시로 세이지 글.그림, 엄혜숙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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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 만화 <은하 철도 999>는 나에게 충격을 선사한 작품이어서 오랜 시간이지나도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였다.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입혀진 흥미로우면서도 철학적인 이야기는 어린 나이의 나도 기계인간과 나와 같은 생물 인간의 차이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게 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나 흐른 이번에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은하 철도 999>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진 소설 <은하 철도의 밤>이 그림책으로 출간되었고, <은하 철도의 밤>에서는 어떤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될지 궁금해하며 그림책 <은하 철도의 밤>을 티켓 삼아 열차에 탑승했다.

그림책을 펼치면 푸른 밤하늘에 수놓인 은하수 색지를 지나 그림자처럼 까만 어둠과 색색의 빛들이 대비되는 그림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조반니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북쪽 바다로 가서 돌아오지 못한 지 오래였고 어머니는 아파서 누워 있었기 때문에 조반니는 학교가 끝난 뒤 철길 옆 인쇄소에 가서 일을 했다.
은하 축제날이어서 마을이 떠들썩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던 데다가 아이들이 조반니를 놀리며 따돌렸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은 등불을 만들어 강 주변에서 함께 놀았지만 조반니는 그럴 수 없었다.
인쇄소 옆에 있는 철길에 화물 열차가 지나갈 때면 조반니는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조반니에게는 친구 캄파넬라가 있었다.
빨간 모자를 쓴 아이로 그려지는 캄파넬라는 조반니를 가엾게 보기는 했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조반니를 조롱하는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반니는 캄파넬라를 좋아했다.
은하 축제날에도 조반니에게 함께 놀자고 캄파넬라가 먼저 제안해서 인쇄소 일이 끝나고 둘이 만나기로 했지만, 캄파넬라를 만나러 가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은 조반니는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가버린다.
조반니가 있는 어두운 언덕과 축제 때문에 설치한 조명 때문에 환하게 빛나는 장소가 대비되어 쓸쓸함과 슬픔이 더해졌다.
바로 그 언덕에서 조반니가 신비한 광경을 본 뒤 정신을 차려보니 하늘을 달리는 열차 안이었고, 조반니가 앉아있는 좌석 맞은편에는 캄파넬라가 앉아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함께 은하 철도 위를 달리는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으며 우주의 은하와 성운을 떠올리게 하는 빛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캄파넬라는 이 모든 일에 놀라기는커녕 열차가 정차하는 시간도 알고 있고 열차 밖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해주기까지 한다.
조반니가 탑승한 열차의 정체도 궁금했는데, 열차 밖 풍경 속 상징, 캄파넬라의 모습과 그가 하는 말, 열차에서 만난 다른 승객들의 사연을 알게 되자 이 열차가 어떤 열차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작가의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전달되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사연과 대사를 통해 ‘희생’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전갈의 불이 등장할 때 정점을 찍는다.


“아빠한테 들었는데, 아주 옛날 들판에 전갈이 한 마리 있었대. 전갈은 작은 곤충 따위를 잡아먹고 살았대. 그러던 어느 날 족제비한테 들켜서 꼼짝없이 잡아먹히게 되었대. 전갈은 온 힘을 다해 도망치다가 결국 우물에 빠졌어. 우물물에 빠져 죽게 되었을 때 전갈은 그제야 깨달았대. 이렇게 될 거였으면 처음부터 자기가 족제비한테 먹혔으면 좋았을 거라고.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했대. ‘하느님, 다음에 다른 몸으로 태어난다면 부디 남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내 몸을 사용해주세요.’ 하고 말이야. 그랬더니 전갈은 어느새 자기 몸이 새빨간 아름다운 불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고 있는 것을 보았대.”

“(...) 나는 이제 무섭지 않아. 그 전갈처럼 진실로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몸 따위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어.”


“세계가 전부 행복해지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라는, 그림책 표지 뒤쪽에 적힌 작가 미야지와 겐지의 말이 그림책에 담긴 메시지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니 그림책을 읽기 전과는 달리 그 문장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희생정신은 고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림책 속 등장인물은 확신이 없었는지 자신이 가진 희생 정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같다는 것에 안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림책이 가진 한계 때문에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이에게 목숨을 건 희생 정신을 요구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록된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은하 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가 여러 번 고쳤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한 장편 동화였다.
내가 이번에 읽은 그림책은 엄밀히 말하면 미완성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림책을 읽고 나자 미야자와 겐지가 완성했을 <은하 철도의 밤> 이야기는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종이와 셀로판지를 오려서 물감 대신 빛을 투사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그림자와 빛을 활용한 후지시로 세이지의 그림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잘 어울렸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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