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 - 2,000살 넘은 나무가 알려준 지혜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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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지고 싶은 책을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조금씩 구매해나간다.
산 책 중에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장바구니에 담긴 책 중에 아직 구매하지 못한 책이 많은데, 그래서 구매하기 전에 장바구니 안에서 절판을 맞이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장바구니 안에 넣어둔 책 한 권 아래에 빨간 글씨로 품절(절판) 표시가 되어 아뿔싸! 했는데, 그 책은 나보다 지구상에서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들에 관한 책 <위대한 생존>이었다.
그전에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이 갑자기 절판되어 여기저기 문의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을 때 그렇게 후회하고도 또 같은 일을 겪게 되다니!
나라는 인간은 후회할 일을 또 반복하는구나 자책하기도 하고 그나마 <위대한 생존>은 가격이 두 배가 넘더라도 원서를 구할 수는 있지 않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위대한 생존>이 <나무의 말>이라는 새로운 제목과 다른 판형으로 개정되어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체적인 책 디자인과 제목이 바뀌면서 책 이미지 또한 많이 바뀌었지만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같은 책으로 또 같은 후회를 하지는 말자며 이번에는 얼른 손에 넣은 <나무의 말>은 저자 레이첼 서스만이 10년간 여러 대륙을 거쳐 2,000년 이상 산 고령 생물로 추정되는, 그러니까 기원전에 태어난 단일 단위 개체와 무성 번식 군락 생물을 찾아 떠난 여정을 담고 있다.
그 여정을 책으로 읽으며 함께 하면서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는 꿈꾸기 힘든 세월을 산 나무를 보며 생명의 유한함을 생각하고 환경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저자는 시베리아와 남극 그리고 바다 아래까지 잠수해 들어가서 고령의 생물을 찾아 사진을 남겼다.
사진으로 적게는 수천 년부터 많게는 수십만 년까지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선입견을 마주했다.
나는 그만큼 오랜 세월을 산 식물이라고 하면 책 표지에 등장하는 3천 살의 올리브나무나 책 속 2천 살의 바오밥나무처럼 두꺼운 줄기를 가진 큰 나무를 떠올렸는데 고령의 식물로는 바닷속 뇌산호와 해초도 있고, 심지어 2,500년에서 5,500년을 산 이끼들도 있었던 것이다.
무려 10만 년을 산 것으로 추정되는 해초는 거대한 나무보다도 오래 살았다.
겉보기에는 나뭇가지가 얼기설기 엮인 덤불이나, 방치되어 아무렇게나 자란 화초처럼 보이는 식물도, 나이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이끼도 인간의 수명에 비해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부끄러워졌다.


“굉장히 긴 수명을 가진 생물들은 우리가 영원이라는 거짓 감각을 믿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변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장기적인 생각 없이 현실의 일상에 쉽게 파묻혀버린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해서 불멸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가 있다 해도 그 기회가 마냥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교적 접근하기 쉬워 보이고 긴급해 보이지 않았기에 상원의원 나무를 재방문하는 것은 내 우선 순위에서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p.111”


또한 그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나무 주변에 널린 쓰레기를 보고, 연로한 바오밥나무가 술집으로 쓰이는 것을 보고 나도 저자처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상원의원 나무로 불리는 3,500년을 산 폰드 사이프러스 나무의 마지막은 마음이 좋지 않다못해 허무하기까지 했다.
관심도 받지 못하고 일주일이나 불에 타서 죽은 상원의원 나무는 지역 프로그램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필로폰에 취한 젊은이가 속이 비어있는 나무 몸통에 몰래 들어갔다가 불을 낸 것 같다고 했다.
3,500년을 산 나무가 저런 인간의 생각 없는 행동 때문에 사라지다니, 그 허무한 죽음에 엄청난 숫자의 세월 앞에서 삶의 유한함을 생각하게 된다.

<나무의 말>은 책 제목과는 달리 나무만 나오는 것은 아닌데, 책에서 소개되는 생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은 나무가 아니라 시베리아 방선균(시베리아 박테리아)로 40만에서 60만 살로 추정된다.
실험실 연구 결과 시베리아 방선균은 다른 고대 박테리아처럼 활동 정지되어 동결된 게 아니라 영하의 온도에서도 50만 년 동안 살아있는 상태로 천천히 생장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저자는 현미경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촬영해서 사진으로 남겼다.

책을 읽으며 바오밥나무처럼 웅장한 나무부터 파슬리와 친척이며 전체적으로 보면 동글동글한 모양을 한 야레타까지 (저래봬도 3천 살이다) 여러 나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슬프게도 5년 사이 책에 등장한 생물 중 둘이나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지 몇 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생명을 잃은 생물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수명에 대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생각하면 이 책에 실린 생물종이 더 귀중하고 보호해야 할 생물로 여겨진다. 우리를 보모 벌레처럼 느끼게 해주는 수천 살이 된 생물을 보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하지만 1만 3,000살의 파머 참나무를 보면서 그 나무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유대를 깨닫는 것, 그리고 어떻게 파머 참나무와 우리가 이토록 다른 삶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더욱 굉장한 경험이다.

p.23”


직접 읽어보니 역시 좋은 책이었기에 이렇게 다시 출간된 게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사진 자료가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책의 판형이 바뀐 게 아쉬웠다.
양장본을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은 뒤로 하더라도, <위대한 생존>의 책소개와 후기를 보니 그 책은 크기가 좀 더 커서 <나무의 말>처럼 두 페이지에 걸쳐 사진을 수록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두 페이지에 걸친 사진은 커서 좋지만 작은 사진에 비해 사진의 단점이 좀 더 잘 보이고 사진 중간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양장본에서 반양장본으로 개정되고 책 크기가 줄어들면서 책 무게도 가격도 좀 더 가벼워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장하며 두고두고 볼 책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고 불구하고 책 속 나무들이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 책도 오래 살아남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무와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가 너무 깊지만 않다면 치유될 수 있으며 실제로 치유된다는 점이다.

p.187”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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