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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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과 비슷한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는 소설도 쓰는데, <러브레터>도 소설로 먼저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 <라스트 레터>도 이와이 슌지가 감독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러브레터> 속 하얗게 눈이 내린 배경에 담긴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을 생각하면 그의 소설은 어떨지 궁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설 <러브레터>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라스트 레터>는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라스트 레터>는 <러브레터>와 비슷하게 한 사람의 죽음과 편지가 주요 소재이고, 화자 오토사카 교시로가 줄곧 ‘너’라고 부르는 도노 미사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로 가장해서 쓰였다.

어느 날 중년의 오토사카 교시로는 중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옛사랑 도노 미사키인 척하는 미사키의 동생 유리를 보게 된다.
중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나 지나서인지 다른 동창들은 미사키가 아닌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오토사카 교시로는 그녀가 미사키가 아닌 동생 유리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미사키인 척하고 나타난 유리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장단을 맞춰주며 유리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고, 이후에 그 연락처로 보낸 문자를 유리의 남편이 보고 분노 조절을 못 해서 유리의 휴대전화는 박살이 나고 만다.
이게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면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세상에서 유리가 (여전히 미사키인 척하며) 교시로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유리가 주소를 밝히지 않아 일방적으로 교시로가 편지를 받아보기만 하다가 교시로가 미사키의 본가 주소를 찾아 답장을 보냈고 그 편지는 교시로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읽게 되는데...


“ (...) 네가 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만에 하나 네가 온다면. 그곳에 네가 있다면. (...)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상심 또한 오래전에 치유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가 건 마법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너를 만난다면 과연 너는 네가 나에게 건 이 마법을 풀어줄까? 아니다.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24년 만에 나를 만남으로써 내 스스로 결판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p.33“


계속해서 언니 미사키인 척 연기를 하는 유리를 보고 당사자인 교시로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그 이유가무척 궁금했고, 나도 소설을 읽으면서 유리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가 궁금해서 나름대로 추리를 하며 소설을 읽었다.
아마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도노 미사키의 죽음 이후 주변인들이 어떻게 그녀의 죽음을 극복하는지가 그려지는 잔잔한 이야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소설을 읽기 전에 했던 예상과는 달랐던 점이 하나 더 있다.
겨울에 영화 <러브레터>가 생각나는 것처럼 여름이면 <라스트 레터>를 떠올리게 할 만큼 소설이 여름 느낌을 물씬 담아냈을 줄 알았는데 여름에 읽으면서도 소설에서 여름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글보다는 영상이 계절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더욱 잘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이 여름 축제에 가거나 여름이어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는 문장 정도만 있을 뿐 묘사가 풍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어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책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 나도 이 소설은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 우리의 미래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수없이 많은 인생의 선택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있는 졸업생 한 명 한 명은 지금까지처럼, 그리고 앞으로
그 누구와도 다른 인생을 걸어갈 겁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괴로울 때, 살아가기 힘들 때
우리는 몇 번이나 이 장소를 떠올릴 겁니다.
자신의 꿈이나 가능성이 아직 무한하다고 생각했던 이 장소를.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귀하게 빛나던 이 장소를.

졸업생 대표 도노 미사키

p.247”


이와이 슌지 감독이 썼고 영화 <러브레터>와 제목이나 소재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으로 읽은 소설이었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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