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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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귀여운 그림 에세이 한 권을 만났다.
책장 사이에 남자의 얼굴이 빼꼼히 보이는 부분을 네모나게 뚫어 놓아서 표지가 입체적이다.
만약 제목처럼 <책 좀 빌려줄래?>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책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답할 테지만, 책 에 담긴 작가의 유머 감각에 낄낄거리며 만화를 즐겁게 읽었다.

책에 단단히 빠졌으며 글을 쓰지 않으면 못 산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크게 애서가로서 그린 만화와 글 쓰는 작가로서 그린 만화로 나눌 수 있는 이 에세이는 첫 번째 만화부터 작가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데, 책장 정리 중 사고를 당하거나 라이벌 독서광이나 참다못한 아내 때문에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며 침착하게도 호들갑을 떤다.
마침 얼마 전에 읽은 책이 책벌레 남편을 둔 아내가 쓴 책이었기에 ‘참다못한 아내’가 책벌레를 공격하는 그림을 보고는 빵 터졌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곳곳에 있었는데, ‘독서가의 변천 단계’에서 책을 등졌다가도 책을 재발견하며 다시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은 나도 거쳤고, 내 책장에도 끝까지 읽지 못한 책이 꽂혀 있기에 ‘못다 읽은 책에 바치는 송가’는 “맞아”를 연신 중얼거리며 읽었다.
그렇다, 나도 허황된 꿈을 꾸며 선택한, 반도 읽지 못했지만 어찌보면 거의 반이나 읽었다고 볼 수 있는 책이 있다.
이러다가 만화처럼 책과 내가 바스라져서 책갈피만 남을 만큼 세월이 흘러도 그 책을 끝까지 못 읽는 건 아닐까?
다 읽지 못한 책과 나의 결말이 어떻게 되든 또다시 끝까지 읽지 못할 책을 집어 들 것이라는 결말은 내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책갈피로 쓸 만한 물건들’을 그려놓은 페이지에는 고양이나 분재 같은 황당해 보이는 그림도 있지만, 책 사이에 책갈피로 끼워진 영수증 그림을 보고는 영수증을 책갈피로 쓴다는 인터넷 카페 회원의 글이 떠올랐다.
나는 영수증을 책갈피로 사용하지는 않아서 포스트잇을 끼워놓거나 그냥 외운다는 쪽에 공감이 갔지만 (그러다가 몇 페이지까지 읽었는지 잊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저마다 다른 부분에 공감할 수도 있겠다는, 그래서 어쩌면 내게는 황당하게 보였던 고양이나 분재를 책갈피처럼 쓴다는 것에 공감하는 독자도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귀여운 면이 있는데, ‘앰퍼샌드의 모험’을 그린 만화가 그렇다.
‘앰퍼샌드의 모험’은 많이들 사용하지만 이름은 잘 모를 앰퍼샌드(&)라는 기호를 의인화하여 앰퍼샌드자신이 어디에 소속되는 건지 고민하거나, (로미오&줄리엣 등) 수많은 합병에 관여했다거나, 음표와 사랑에 빠졌지만 음표는 높으신 분(높은 음자리표다)과 눈이 맞았다거나 하며 앰퍼샌드를 주인공으로 재치 있게 그린 만화다.

한편 표지가 누렇게 바랬으며 책등이 갈라지고 책장도 너덜너덜해져 잃어버린 페이지까지 있지만 기억 속에 선명히 연결되어 있다는 ‘아끼는 책’에 관한 만화나 ‘독서가의 변천 단계’를 그린 그림에서 마지막 단계로 다음 세대에게 책을 넘겨주는 모습이 그려진 것을 보았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다음 세대에게 책을 넘겨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이 읽은 그 책을 다음 세대에게 준다는 의미도 될 수 있고, 책이란 안 읽히면 금세 절판되어 사라지는데 계속 책을 읽으면 책이 절판되어 사라지지 않으니 다음 세대도 읽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어느 쪽이든 책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감동적인 일이다.

그렇게 감동을 주던 작가 그랜트 스나이더는 때로는 독자의 뼈를 때리기도 하는데, ‘틀린 그림 찾기’는 작가 지망생과 작가를 그린 단 두 컷을 비교하게 함으로써 작가가 되려면 일단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재치에 큭큭 웃다가,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공감 속에 자극 받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카툰 에세이였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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