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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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핫한 방송 프로그램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되는 책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올더스 헉스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그 책들 중 하나다.

이전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비교한 만화를 보고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번에서야 읽게 되었다.

위에서 말한 만화를 보고 읽고 싶은 책 목록에 <멋진 신세계>를 담아둘 때도, 검색을 해보니 안정효 씨가 번역한 소담 출판사 책으로 많이들 추천해서 이 책으로 담아두었었다.

기왕 읽는 책, 역시 좋은 번역으로 읽는 게 좋지 않는가?


책을 펴면 먼저 작가가 쓴 짧지 않은 머리글이 나오는데, 이 머리글을 읽으면서 예상했던 대로 어려운 책이구나 싶어 머리를 짚었다.

만약 이 머리글이 이해가 잘되지 않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건너뛰고 본 소설부터 읽기를 제안한다.

나 또한 머리글을 읽으며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그냥 넘겼는데, 소설을 읽고서 머리글을 다시 읽으니 한결 나았기 때문이다.

소설 자체는 어렵지 않으니 머리말을 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설을 읽을 때는 전체적으로 책 표지와 같은 분위기로 상상하며 읽었다.

영화채널에서 잠깐 봤었던 영화 <이퀄스>와 유사한 느낌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거다.

숨 막히게 절제되고 정제된 하얀색의 느낌.



소설은 학생들에게 부화-습성 훈련 런던 본부를 한 무리의 학생들에게 안내하면서 시작된다.

책을 읽는 독자는 학생들 사이에 섞여 안내를 받으며 소설 속 세계는 어떠한지 설명을 듣는다.

이런 방법은 나중에도 쓰이는데, 꽤 자연스럽게 책 속 세계를 알아가며 이입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대량 생산으로 알려진 그) 포드가 신의 자리를 대신한 <멋진 신세계>속 세상은 더 이상 모체에서 생명이 탄생하지 않는다.

대신 체외 수정으로 유리병에 담긴 태아가 부화-습성 훈련 건물에서 벨트를 통해 서서히 이동하며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철저하게 계급이 나뉘어서 태어나기도 전부터 계급에 맞는 기능이 설정되는데, 예를 들어 엡실론의 경우는 단순노동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부러 알코올을 주입하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해서 지능을 떨어뜨리고 키가 작은 외모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계급뿐만 아니라 직업도 어렸을 때부터 정해져서 그에 따른 최면 학습을 받는다.

보카노프스키라는 과정을 통해 수십 명의 쌍둥이를 만들어서 같은 일에 투입하여 효율을 높이기도 했다.

(...) 유리병에서 옮겨 배양할 때쯤이면 태아들은 추위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끔 그렇게 훈련이 된다. 그들은 열대 지방으로 보내서 광부와 초산 인조견 직조공과 철강 근로자가 되도록 미리 결정된 인력이었다. 나중에 그들의 이성은 육체의 판단에 따르도록 저절로 길이 들 터였다.

p.48

사람을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이런 모든 과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안정'을 위해서라고 한다.

기계는 계속 돌아가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라고 말했던 것 그대로, 사람들을 기계의 부품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특징으로는 성에 대해 심하게 관대하며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는 것이 있따.

아이들은 성교 놀이를 하는데, 이를 거부하면 오히려 이상한 아이로 생각되어 심리 센터에 불려간다.

우리 세상은 일부일처제가 보편적이지만, 소설 속 세상에서는 한 사람과 4개월 이상을 만나면 걱정을 받는다.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는 건 이런 의미다.

그리고 마약과 같은 기능을 가진 '소마' 복용이 일상화되고 권장되는 세상이다.

이 모든 건 감정을 부담이라고 생각하며 욕망은 의식하면 시달리게 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라니, 소설에 제대로 이입할 수 있을까, 과도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설정이 아닌가,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설득력이 있는 설정이라는걸, 심지어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았다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최면 학습에 대해 읽을 때 그랬다.

'꿰매면 꿰맬수록 가난이 깃든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게 해서 소비를 권장하고, 계급별로 외형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외모에 대한 편견을 심어두기도 한다.

원하는 문장을 반복해서 노출함으로써 사람들의 무의식에 작용하게 하는 이 방식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알게 모르게 쓰이고 있는데, 소비를 부추기거나 외모에 대한 미의 기준을 획일화 시키는 온갖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떠올랐다.

마약과도 같은 소마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이는 마약만을 떠올리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현실에서 도피하게 하고 생각을 마비시키는 온갖 것들을 대표하는 것일 테다.

이처럼 곳곳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반영하고 비판하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이 책이 왜 SF의 고전으로 불리며 그렇게 유명하고 추천되는지 알 수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우리들이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식물들을 자라게 해주니까요.”

(...)

“하지만 알파들과 베타들이라고 해서 저 아래 지저분하고 하찮은 감마들이나 델타들, 엡실론들보다 식물이 조금이라도 더 잘 자라도록 하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져요.”

“모든 인간은 물리-화학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죠.”

p.128

소설은 '버나드 마르크스'와 '헬름홀츠 왓슨'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면서 흥미로워진다.

중심인물은 버나드 마르크스라고 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는 알파 계급인데도 키가 작은 편이어서 이에 열등감도 가지고 있고, 이 열등감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몰라도 다른 인물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멋진 신세게> 속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의문을 느끼는 사람.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그가 말했다.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p.149

그는 어느 날 레니나 크라운이라는 여성과 야만인 보호 구역에 방문하는데, 야만인 보호 구역이란 소설의 배경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일부일처제가 있고 어머니의 몸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그런 곳이다.

소설의 주요 배경인 런던에서는 어머니가 외설적인 단어로, 아버지가 모욕적인 단어로 쓰일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버나드와 레니나가 야만인 보호 구역에 가서 충격을 받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나도 이 부분을 읽으며 야만성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는데 이 둘은 오죽할까.

아무튼 이 둘은 야만인 보호 구역에서 충격만 받은 게 아니라 두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야만인 구역에 살지만 야만인 태생은 아닌 사람들인 존과 린다였다.

버나드가 사는 세상에서는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는 남자인 존과 그의 어머니 린다, 이들과의 만남 이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소설을 계속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기괴함의 탈을 써서 인간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소설이라고 평하겠다.

읽는 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지명이나 셰익스피어 구절에 대해서는 세심한 각주가 있어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두려워하지 말고 읽기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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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바른 그리스어 첫걸음 - 알파벳부터 시작하는 왕초보 독학 첫걸음! The 바른 시리즈
권세라.임혜림 지음 / ECKBOOKS(이씨케이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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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맘마 미아!>의 매력은 아바의 노래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영화의 배경인 그리스 섬이다!

<맘마 미아!>를 보면서 아바의 노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배경에 반했고, 영화 촬영지인 그리스 섬은 내가 가보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을 가졌던 이후로 오랜만에 그리스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된 것이다.

훗날 그리스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간단한 인사말을 할 줄 알고 표지판 정도는 읽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그리스어 교재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평소에 잘만 이용했던 온라인 서점에서 마땅한 그리스어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스어가 한국에서 마이너한 비주류 언어인 줄은 알았지만 교재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영어처럼 다양한 교재는 아니더라도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를 처음 접할 때 흔히 사용하는 회화/문법/단어가 통합된 교재는 있을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이다.

성경을 해석하고 고대 그리스를 이해할 때 유용할 고대 그리스어인 헬라어에 관한 책은 여럿 있었는데, 고대 그리스어라... 이쪽도 흥미가 가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지금 그리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리스어'였다.

요즘은 온라인 사이트와 앱으로 여러 언어를 공부할 수 있기는 하지만 책으로 공부해야 제대로 공부한 맛이 나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바로 이 책 <The 바른 그리스어 첫걸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찾던 그리스어 교재였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ECK북스는 외국어 교재 전문 출판사인데, 다른 외국어 교재 전문 출판사와 차별점이 있었다.

그리스어부터 원어민이 집필한 헝가리어, 체코어나 스와힐리어 교재까지, 국내에서 마이너한 언어를 포함하여 다양한 제2외국어 교재를 출판했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교재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알파벳, 발음과 강세, 어순 등 그리스어의 기본적인 것을 배울 수 있는 '예비 학습'부터 말해야겠다.

영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수학 교재에서 본 알파벳도 있지만, 낯선 느낌이 큰 그리스어를 예비 학습 장으로 공부하면서 어떤 언어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때 그리스어의 기본적인 어순은 영어와 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글이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지만 f와 p의 차이를 적어내지는 못하는 것처럼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걸 아는 나는, 예비 학습에서 발음을 처음 알려주는 부분에는 한글과 영어를 동원하여 최대한 발음을 정확하게 적어두려 한 게 인상적이었다.



발음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말하자면, 홈페이지에 mp3파일이 제공되지만 교재 초반에는 전체적으로 한글로 발음이 적혀 있는데, 중반부터는 한글 발음을 적어두지 않아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간 뒤에는 한글로 적어둔 발음에 의존하지 않게 했다.

이후 1장부터 15장까지로 구성된 본문은 회화 2페이지 - 문법 3페이지 - 어휘 1페이지 - 문화산책으로 동일하게 구성되었고, 모든 언어 교재의 시작인 인사와 자기소개부터 시간과 숫자에 대한 공부를 지나 아픈 상황과 같은 필수 상황과 쇼핑, 음식 주문, 길찾기처럼 여행을 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문장과 어휘를 간단하게 공부할 수 있다.





회화 부분에는 다이얼로그 대화 아래에 새 단어와 표현을 따로 모았고, 문법 부분은 정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었으며, 어휘 부분은 그림을 잘 활용한 게 좋았다.

각 장의 연습문제 뒤 마지막에 위치한 '문화산책' 코너는 익숙하지 않은 그리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부하는 중간중간 환기하며 읽을 수 있었다.

교재 본문이 끝나고 연습문제 정답이 모여 있는 부분을 지나면 부록으로 기본 동사가 시제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도 빼놓지 말자.



<The 바른 그리스어 첫걸음>은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봤던 다른 언어 교재와 크게 다른 점 없이 무난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교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많은 교재에서 비슷한 구성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간 이런 구성을 가진 그리스어 교재를 찾기가 어려웠던 만큼 그리스어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한줄기 빛이 되어줄 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교재 가격이 높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은데, 같은 출판사의 다른 언어 교재와 비교해보니 그리스어는 수요가 적은 외국어라는 게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홈페이지(eckonline.com)에서 유료 동영상 강의도 수강할 수 있으니 그리스어뿐만 아니라 다른 마이너한 비주류 언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역시 고마운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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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1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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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나도 대만 드라마 <황제의 딸 (환주격격)>은 여러 번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드라마는 작가 경요의 소설 <황제의 딸>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이 원작 소설이 국내에 출간되었다.

책을 읽기 전 훑어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옮긴이인 이혜라 씨가 경요 작가의 오랜 팬이었는데, 직접 경요 작가를 만났고 경오 전집 한국어 출판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소개였다.

게다가 경요의 대표작인 <황제의 딸>을 직접 번역했으니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오랜 팬이 번역한 책이니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 싶어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소설은 자미와 하녀 금쇄가 황제를 만나기 위해 북경에 온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자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둘은 황제가 자미의 어머니에게 남겼던 정표를 가지고 고향집을 팔아 북경으로 황제를 만나러 온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제를 만나기가 쉬울 리 없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보지만 황제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 노자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미는 도둑질을 하던 제비와 만나게 된다.

자미는 홀어머니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았지만 천진한 면이 있었고, 제비는 말과 행동이 대범하며 노련한 면을 가지고 있어 둘은 태반 달랐다.

하지만 자미가 제비를 숨겨준 것을 계기로 시작해서 이 둘은 의자매가 되고 자미는 제비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건륭 황제라는 것과 함께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 사연을 들은 제비는 자미 대신 자미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정표를 가지고 건륭 황제를 만나러 갔다가, 사고가 겹치면서 제비가 황제의 딸로 오해를 받게 된다.


자미와 제비, 이 둘의 관계도 매력적이었고, 진짜 황제의 딸인 자미를 두고 황제의 딸로 오해받게 된 제비라는 설정이 소설을 읽을수록 뒤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제비보다 자미에게 이입해서 제비가 황제의 딸로 오해를 받은 것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제비가 흔히 말하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성 뒤에 '대인'이나 '대형'을 붙이는 호칭이나 가끔씩 등장하는 '시전'과 '난전'같은 단어는 중화권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을 주어서 자연스럽게 중화권을 배경으로 그리며 읽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이제야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 의외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다음 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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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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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온라인에 올라온 글 하나를 본 적이 있다.

마을의 반려견과 우정을 나누는 야생의 검은 늑대 이야기로, 동화처럼 낭만적인 이야기여서 기억에 남았다.

그 이야기의 결말은 맞아 아니다 말이 있어서 명확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검은 늑대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반가움과 동시에 이 책으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빨간 모자>나 <아기 돼지 삼형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이야기와 매체를 통해 나쁘고, 무섭고, 사나운 늑대 이미지를 접해서인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이미지로 늑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늑대의 이미지와 늑대에 대한 정보를 깨부수는 책이다.

늑대도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고, 다른 동물을 먹이로만 보지 않으며, 작은 강아지와 함께 놀고, 사람을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로미오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늑대와 통계를 통해 알려준다.

(...) 정말로 늑대가 간여했다면 인간과 늑대가 서로 교류해온 400여 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늑대가 인간을 포식한 공식적인 사례는 단 두 건이다. 같은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돼지, 망아지, 사슴, 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가축과 야생동물에게 목숨을 잃었다.


p.139

저자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가 저자가 사는 알래스카 주도 주노시에 나타난 검은 늑대가 개들과 교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와 저자의 아내 셰리는 이 검은 늑대를 자연스럽게 로미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을 부여하면 마음이 가고 정이 들기 마련이며,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반려견을 키우게 되면 강아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특별한 존재인 로미오 떄문에 저자는 늑대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그 과정과 결과를 담아낸 것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때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듯이, 때로는 분석적인 르포를 쓰듯이 글을 써내려간다.


게다가 로미오는 저자에게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 중 여럿이 반려견과 산책을 하면서 로미오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미오는 마을의 개를 해치기는커녕 반가워하며 교감했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날 <주노 엠파이어> 1면에 검은 늑대의 사진이 실렸고, 이 검은 늑대 소식은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결과 검은 늑대를 보려고 사람들이 찾아왔고, 로미오와 아이들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도 있었고 반려견은 원치 않는데 억지로 로미오와 가까이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인간들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은데,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소식에 마음대로 촬영해서 방송에 내보내는 인간들이 그 전에도 이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물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하지 않은, 말 그대로 '생각 없이' 행동한 결과 시장에서 사랑받던 고양이가 실종되고, 주요소에서 사랑받던 고양이들은 죽임을 당했다.

로미오가 있는 주노시에서도 그저 사람이 찾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미오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 물론 이 휴양지는 전체적으로 구경꾼과 늑대를 흡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컸다. 하지만 늑대를 완전히 다르게 인식한 사람들은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늑대가 돌아다니다가 집이나 아이들한테, 개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어떡해?" "늑대가 못된 동물이라는 건 다들 알잖아." "망할, 뭐라도 해야지." 그리고 그 '뭐라도'가 무엇인지는 공적으로, 사적으로 꾸준히 토론 주제가 되었다.


p.88

로미오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저자 닉 잰스는 작가이자 사진가인데, 그렇기 때문인지 이야기만큼 책에 수록된 사진들 또한 인상적이다.

설경을 배경으로 담긴 검은 늑대의 사진은 멋있고, 반려견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는 사진은 아름답다.

어느 사진에서는 로미오가 외로운 늑대로 보이고, 어느 사진에서는 활발한 개처럼 보인다.


책의 앞부분에는 로미오의 영역이 지도로 그려져서 소개되어 있는데, 이렇게 광활한 지역을 다니는 늑대를 좁은 우리에 가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물원 안의 동물들이 고통받아 정형행동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



이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느끼는 벅참과 감동, 늑대가 아닌 인간의 모습에서 느끼는 분노와 혐오 등 다양한 느낌을 받았고,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무엇인지 등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제 겨울이 코앞인데, 겨울이 가기 전에 설경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동물은 인간보다 더 유구하고 완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각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에 반응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움직인다.

동물은 우리의 형제도 수하도 아니고, 생명과 시간의 그물망 속에

우리와 함께 갇힌 다른 종족이다.


헨리 베스턴, <가장 먼 집 The Outermost House>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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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초판 완역본 시리즈
데일 카네기 지음, 임상훈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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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무엇 때문에 가장 힘들어 할까?

나는 사람 사이의 일, 즉 대인관계가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생활에서만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그럴 것이다.

생각보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불협화음은 가족 관계에서 비롯하니까 말이다.

온라인에는 익명의 힘을 빌려 이런저런 고민들이 올라오는데, 살펴보면 대다수가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또한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을 갈망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능력뿐만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이 책에 성공사례 중 하나로 나오는, 철강왕이라 불리기도 한 앤드류 카네기로부터 당시에는 엄청난 연봉을 받았던 찰스 슈와브의 이야기를 보면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데, 찰스 슈와브는 자기보다 철강 제조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으나 그들은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성공사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는 비단 철강 업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며 커리어의 성공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지금은 인간관계에 대한 여러 책들이 출간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성인들을 위한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 없어서 데일 카네기는 이 책의 원서인 <친구를 만들고,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강의에 활용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그렇게 남들보다 앞선 통찰력을 가졌던 데일 카네기의 저서는 자기계발서계의 고전, 바이블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여러 자기 계발서에 영향을 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기존에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이 되었지만, 나는 최근에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초판 완역본을 선택해서 읽었다.

각 장과 각 부가 끝날 때마다 중심 내용이 요약되어 있기도 하지만, 데일 카네기의 글은 이해하기에도 쉬웠고 흥미로운 사레로 가득해서 읽기 좋았다.

무엇보다 데일 카네기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기본적이고 또 실천하기에도 어렵지 않은 것이다.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라는 것이 바로 핵심이고, 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생각하기, 진심으로 칭찬하기, 미소 짓기, 이름 기억하기, 다른 사람의 말 잘 들어주기, 불필요한 논쟁은 피하기 등이 제시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미소의 가치


 미소는 한 푼도 들지 않아요. 하지만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내죠.

 미소는 받는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줘요. 하지만 그걸 준다고 해서 그만큼 가난해지는 게 아니죠.

 미소는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기억은 평생 지속되기도 해요.

(...)


 크리스마스 시즌 막바지에 우리 직원들이 너무 피곤해 미소를 짓지 못하면, 미소를 남겨 주시겠어요?

 더 이상 미소를 짓지 못하는 사람이야말로 미소를 가장 필요로 하거든요!


p.102


이렇게 좀 더 신경 쓰고 인내하면 되는 것들이어서 실천하기에 어렵지는 않지만 효과적인 조언들이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담겨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 루스벨트 대통령 등 유명 인사와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와 반면교사가 되어주는 사례, 그리고 데일 카네기 자신의 경험담으로 설득력을 더해주고 어떤 상황에 적용하면 될지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한 번 본 사람 이름까지 다 기억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통령도 그렇게 내가 피곤하다며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부분은 괄호 안의 데일 카네기 반응이 재미있으면서도 편지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책에 담긴 조언들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커리어적 성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데일 카네기는 자신이 말하는 조언을 가까운 사람, 가족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제안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방법은 어린아이에게도 심지어 동물에게도 통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던 부모는 데일 카네기의 조언대로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해봤고, 밥을 잘 먹으면 아이를 괴롭히는 다른 아이를 혼내줄 수 있다며 밥을 먹는 데 동기부여를 해주거나, 어른을 흉내내기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직접 요리 과정에 참여하게 해서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서 식사를 잘 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축사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송아지를 축사에 들어가게 한 것도 지나가던 하녀가 위와 같은 원리로 송아지의 관점으로 생각하여 송아지에게 손가락을 빨게 하며 자연스럽게 축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고 책 속에 소개되는 원리와 방법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통한다고 생각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요즘 읽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비판 때문에 펜을 꺾은 소설가 토머스 하디와 비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토머스 채터턴의 이야기는 요즘 악플 문제가 다시 대두되는 만큼 더욱 다가왔고, 비난은 물론이고 비판도 신중해야함을 알려주었다.

특히 비난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뉘우치거나 바뀌기보다는 오히려 정당화를 한다는 데일 카네기의 통찰력 있는 말이 인상적이었으며 다른 사람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상으로 어떤 것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어떤 소소한 행복도 나누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솔직하게 인정해 줄 수도 없는 사람은 경멸을 받아 마땅한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 사람의 영혼은 야생 능금보다도 작기에 그 사람은 실패하게 될 것이고, 그 실패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p.134

이 책을 성공을 위해 계산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하는 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데일 카네기는 언제나 '진심으로' 행동할 것을 강조하고,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바라면서만 행동하는 것을 경멸한다.





1936년에 출간된 책이다 보니 데일 카네기가 신문을 보다 마음에 들었다는, 아내를 칭찬하는 방법에 대한 글처럼 지금 보기에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만 한 부분이 있어 이런 부분은 적당히 거르며 읽을 필요가 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통하는 방법임이 분명해 보인다.

내가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는 건 아니지만 책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출간되는 자기 계발서 소식을 보게 되는데, 인간관계에 대한 자기 계발서 여러 권을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을 진득하게 읽고 실천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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