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어느 늑대 이야기다 - 마을로 찾아온 야생 늑대에 관한 7년의 기록
닉 잰스 지음, 황성원 옮김 / 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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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온라인에 올라온 글 하나를 본 적이 있다.

마을의 반려견과 우정을 나누는 야생의 검은 늑대 이야기로, 동화처럼 낭만적인 이야기여서 기억에 남았다.

그 이야기의 결말은 맞아 아니다 말이 있어서 명확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검은 늑대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반가움과 동시에 이 책으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빨간 모자>나 <아기 돼지 삼형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이야기와 매체를 통해 나쁘고, 무섭고, 사나운 늑대 이미지를 접해서인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이미지로 늑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늑대의 이미지와 늑대에 대한 정보를 깨부수는 책이다.

늑대도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고, 다른 동물을 먹이로만 보지 않으며, 작은 강아지와 함께 놀고, 사람을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 로미오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늑대와 통계를 통해 알려준다.

(...) 정말로 늑대가 간여했다면 인간과 늑대가 서로 교류해온 400여 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늑대가 인간을 포식한 공식적인 사례는 단 두 건이다. 같은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돼지, 망아지, 사슴, 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가축과 야생동물에게 목숨을 잃었다.


p.139

저자는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가 저자가 사는 알래스카 주도 주노시에 나타난 검은 늑대가 개들과 교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와 저자의 아내 셰리는 이 검은 늑대를 자연스럽게 로미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을 부여하면 마음이 가고 정이 들기 마련이며,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반려견을 키우게 되면 강아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처럼, 특별한 존재인 로미오 떄문에 저자는 늑대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그 과정과 결과를 담아낸 것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때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듯이, 때로는 분석적인 르포를 쓰듯이 글을 써내려간다.


게다가 로미오는 저자에게만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마을 사람들 중 여럿이 반려견과 산책을 하면서 로미오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미오는 마을의 개를 해치기는커녕 반가워하며 교감했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날 <주노 엠파이어> 1면에 검은 늑대의 사진이 실렸고, 이 검은 늑대 소식은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결과 검은 늑대를 보려고 사람들이 찾아왔고, 로미오와 아이들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도 있었고 반려견은 원치 않는데 억지로 로미오와 가까이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인간들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은데, 남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소식에 마음대로 촬영해서 방송에 내보내는 인간들이 그 전에도 이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물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하지 않은, 말 그대로 '생각 없이' 행동한 결과 시장에서 사랑받던 고양이가 실종되고, 주요소에서 사랑받던 고양이들은 죽임을 당했다.

로미오가 있는 주노시에서도 그저 사람이 찾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미오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 물론 이 휴양지는 전체적으로 구경꾼과 늑대를 흡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컸다. 하지만 늑대를 완전히 다르게 인식한 사람들은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늑대가 돌아다니다가 집이나 아이들한테, 개한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어떡해?" "늑대가 못된 동물이라는 건 다들 알잖아." "망할, 뭐라도 해야지." 그리고 그 '뭐라도'가 무엇인지는 공적으로, 사적으로 꾸준히 토론 주제가 되었다.


p.88

로미오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저자 닉 잰스는 작가이자 사진가인데, 그렇기 때문인지 이야기만큼 책에 수록된 사진들 또한 인상적이다.

설경을 배경으로 담긴 검은 늑대의 사진은 멋있고, 반려견들과 함께 우정을 나누는 사진은 아름답다.

어느 사진에서는 로미오가 외로운 늑대로 보이고, 어느 사진에서는 활발한 개처럼 보인다.


책의 앞부분에는 로미오의 영역이 지도로 그려져서 소개되어 있는데, 이렇게 광활한 지역을 다니는 늑대를 좁은 우리에 가둔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물원 안의 동물들이 고통받아 정형행동을 안 할 수가 없겠더라.



이 책을 읽으며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느끼는 벅참과 감동, 늑대가 아닌 인간의 모습에서 느끼는 분노와 혐오 등 다양한 느낌을 받았고,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은 무엇인지 등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이제 겨울이 코앞인데, 겨울이 가기 전에 설경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동물은 인간보다 더 유구하고 완전한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감각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에 반응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움직인다.

동물은 우리의 형제도 수하도 아니고, 생명과 시간의 그물망 속에

우리와 함께 갇힌 다른 종족이다.


헨리 베스턴, <가장 먼 집 The Outermost House>중




<이 리뷰는 서평단으로 지원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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