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생존 코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비즈니스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혁신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29
유병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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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이 그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만 이런 말을 한 줄 알았는데 자동차 왕 헨리 포드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었을 당시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사람들은 그저 '더 빠른 말'이라고 대답했을 거라고.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코로나가 촉발시킨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은 몇 년 전부터 업계의 유행어가 되었다. 모두가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하 디트)해야 한다고 말하고 온갖 것을 디트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이 시기가 당겨져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이제 오프라인이 아닌 디지털에서 비지니스 모델을 찾고 또 만들어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당장에 <교차로>로 대표되던 종합 정보지가 인터넷으로 들어와 각종 플랫폼이 되고, 냉장고에 붙어있던 전단지가 모바일과 만나 지금의 <배민>이 된 것은 이미 우리가 목도한 디트의 일환이다. 하지만 디트에는 이런 성공한 사례들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아직 실패했다고 단정 짓긴 뭐 하지만 유비쿼터스, 사물인터넷 최근에 메타버스까지 그리고 성급히 배민 등의 사례를 흉내 내다 가열차게 망한 각종 정부의 플랫폼들까지. 디트가 우리의 미래일 것처럼 반짝거렸으나 지금은 되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 사례도 성공 사례만큼이나 많고 사실 이러한 레퍼런스 또한 무시하기 힘들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디트로의 방향성은 분명히 하되 천천히, 제대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절 리서치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비대면이 대세가 될 것이라 대답했지만 정작 코로나가 해제되자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졌다. 디트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동반된다. 코로나 이후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지금 우리가 디트 앞에 조금은 신중해야 할 이유다.


책은 '마지막 생존 코드'라는 부제를 붙일 정도로 디트에 적극적이다. 개인적으로 디트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 변화가 너무 빠른 것은 아닌지 논쟁 중이었는데 이 책을 만나며 사실 그 고민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저자는 디트를 추진하는 첫 번째 방향과 전략으로 오프라인과의 공존을 이야기 한다. 실제로 예전 옷 가게가 성황 하던 상권은 이미 카페와 디저트 집으로 모두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더현대 서울'이 예전 백화점에서 제공하던 패션, 가전, 명품 중심이 아니라 먹거리, 볼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쇼핑거리를 덤으로 제공해 성공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에 꽤 정확한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이제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인터넷으로 구매를 결정 한다. 이 둘의 조화를 저자는 애플스토어를 예로 들며 매우 적확하게 설명한다.


책은 이러한 디지털로의 전환을 위해 4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디지털 시프트. 당신의 기업이 어떤 기업이든 IT인프라를 확충해 정체성을 뚜렷이 하라는 거다. 둘째, 비유기적 성장. 기존의 성장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성장 동력을 흡수하라고 권한다. 셋째, 디지털 수준에 맞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권한다. 성과 공유 인센티브, 사내 창업 등 기존의 조직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아마 우리는 앞으로 보지 못한 새로운 조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계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으로의 조직원의 성장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디트를 위한 다양한 조언들을 하는데 꽤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잠시 오프라인이 활발해졌다고 다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에서 손을 뗄 수는 없다. 14년차 직장인. 어쩌다 이런 시기에 중간관리자가 되었나라고 한탄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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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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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 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p.167)


안락사를 결정한 할머니에게 의사는 부탁한다. 그 결정을 내리는 순간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달라고. 사실 할머니는 안락사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병원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읍소했다. 이런 삶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유도라 허니셋이라 불리는 그녀의 사정은 꽤 기구했다.


유도라는 전쟁에 아버지를 잃었다. 남은 가족은 이제 본인이 돌아보아야 할 엄마와 이기적인 여동생 스텔라. 어머니를 돌보고 여동생에 치이며 살아가던 여인, 결혼하면 행복해 질 줄 알았건만 결혼을 앞두고는 약혼자가 여동생과 도망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행복이란 없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고 도망간 여동생은 아이가 생겼다며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이재킹한 것도 모자라 도와달라니.. 그녀는 이 손길을 거절하는데 이후 스텔라와 아이는 남편의 폭력으로 죽고 만다. 가뜩이나 상처투성이인 영혼에 덧입혀진 이 트라우마는 꽤 길고 싶었다. 어느 날은 첫사랑 샘이 이혼 후 유도라를 찾아오기도 했다. 다시 찾은 기회. 하지만 유도라는 홀로 남겨진 엄마 때문에 내미는 샘의 손을 잡지도 못한다. 결국 샘도 떠나 보내고 유도라는 어머니와 남은 생을 홀로 살아간다.

그리고 오랜 병원 생활을 마감하고 아흔이 넘는 나이에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고 비로소 유도라는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삶의 권리.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된 후에야 생을 스스로 마감할 권리를 찾기 시작한다. 안락사가 가능한 국가와 병원을 찾았고, 그 후에도 이어진 병원의 집요한 설득 끝에도 그녀는 결국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승낙을 받아 내고야 만다.

삶을 정리하기로 한 순간에야 보였던 것일까. 이웃에 이사 온 로즈라는 열 살짜리 꼬마 아이가 눈에 밟히기 시작하고 언제부턴가 스탠리라는 남자 노인이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이들은 유도라의 마지막 선택을 마음 놓고 방해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질문이기도 한 이 질문에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대답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가족, 또 누구는 사랑, 어떤 이는 돈이라 대답할 수도 있겠다. 설령 바로 대답하지 못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이 질문에 마음을 다해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답이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한다.

죽기로 결정한 유도라의 인생에 수긍하는 편이다. 모든 삶이 고통의 연속이었던 그녀에게 그 지옥 같은 굴레를 스스로 끊을 수 있는 권리 그녀의 권리를 지지한다. 그런데 그 삶의 끝자락에서 그녀는 살기로 결정한다. 이미 끊어진 줄 알았던 희망의 끈을 로즈에게서 스탠리에게서 발견한 그녀는 건조하고 퍽퍽한 남은 삶이나마 최선을 다해 행복해 보기로 결정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행복은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결심일는지도 모르겠다.

고약한 세월을 견뎌냈고, 그 끝을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한. 스스로 행복하기로 결정한 유도라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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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8
이현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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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남학생 집단으로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타인의 욕망의, 폭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이 날 이후 되려 남들이 욕망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망치는 걸 선택한다. 그녀는 먹고 또 먹었다. 거구가 되자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을 성적으로 보지 않았지만 이제 그녀는 사람들에게 게으르고 모자란 사람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행기를 탈 때도, 예쁜 옷을 입을 때도 타인으로부터 기피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녀는 이 경험을 책으로 적어 사회를 고발했다. 록산 게이의 이야기다.


1. 몸에 관하여

라캉은 모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 말했다. 내가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욕망은 '나의 욕망'이라기 보다 '타인이 자신에게 바라는 욕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라캉의 욕망으로 내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이야기 한다. 이를테면 바디프로필 전성시대를 살며 우리는 내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지, 타인의 눈에 의해 잘 보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나의 원이 아닌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면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갖는 우울감이나 타인에게 보내는(혹은 받는) 혐오나 경멸의 시선은 과연 어떠한지. 저자는 우리 몸을 대하는 태도, 진짜 자기 돌봄에 대해 말한다.


2. 가족에 관하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떤 가족>에는 원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어쩌다 모여 가족의 모습을 띠고 살아가는 처음 보는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지만 소매치기 등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소위 '정상'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다시 해체시켜 버리며 영화는 끝나는데, 이 긴 이야기 끝에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가 묻는 질문을 저자는 그대로 이어받는다. 예전에는 결손가정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사용했다. 아빠, 엄마, 자녀 둘 이상. 외동도 정상으로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없다면 우리는 그 가정을 결손가정이라 부르고 너무 쉽게 뭔가 그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일 거라 재단했다. 시간이 흘러 삶이 퍽퍽해질수록 출산율은 내려가고 다들 결혼을 기피하는 세상이 왔다. 인식은 변해 이제는 결손가정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가의 결합이 전제된 결혼에는 소위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이 불리한 위치에 있곤 한다.

우리보다 이 결혼의 사회적 제약이 약한 프랑스에서도 이제 결혼보다 '시민연대계약'이라는 결혼보다 낮은 형태의 가족을 국가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출산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데, 우리도 이제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3. 젠더

몇 년 전 세간의 중심이 된 강남역 살인사건. 이 사건의 여파는 지난해 대선까지 연결되었고, 지금 우리나라는 젠더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나라 중 하나다.(사실 젠더 갈등 뿐 아니라 온갖 갈등이 판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집단이나 개인 간의 차이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옳고 우월하다는 관점이 너무 분명하고 고정적으로 자리 잡아서라고 진단한다.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성별로 인해 구분 지어지고 강요되는 삶이 질투와 혐오의 문화를 유발했고 지금은 그 끝을 모르는 열차처럼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단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제는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고 싶어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끄지 않을 수 없는 사회기도 하다.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맞이할 것인가. 행복한 삶은, 더 좋은 삶은 사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에서부터 올는지도 모르겠다. 꽤 괜찮은 세 개의 인문학 강의를 들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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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날아 차 - 작심삼일 다이어터에서 중년의 핵주먹으로! 20년 차 심리학자의 태권도 수련기
고선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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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권도에 얽힌 기억이다. 어릴 적 엄마는 나를 태권도 대신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내가 딱히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란색에 까만 피아노가 그려진 가방은 무언가 남자 아이입장에서 수치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숨어 지내던 어느 날, 태권도복을 입은 친구와 노란 가방을 든 나는 길에서 만나고 말았다. 위아래로 나를 스캔하다 내가 들고 있던 노란색 피아노 가방에 눈이 멎은 녀석은 (들으라고) '칫 ㅋㅋ'하며 노란 가방과 나를 비웃었다. 그날 그 가방을 집 바닥에 내팽겨치며 나도 태권도 보내달라고 얼마나 울었던지.


2. 선배가 태권도 사범이어서 도장에 들른 적이 있다. 동네 어귀에 위치한 태권도장은 (한 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딱 내가 생각했던 그곳이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와글와글 모여있고, 간식을 먹고, 한두 시간 태권도를 배우다 집으로 돌아가는 곳. 그런데 뒤에서 들은 선배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달랐다. 요즘은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오는 아이들보다 하교 후 안전한 곳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하교 후 아이들을 학원에 돌리는 데 그 중에서도 배워두면 뭔가 자기를 지킬 수 있고, 하굣길 봉고차 운전 확실하고, 가끔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놀이동산도 가주는 태권도장이 1번이란다. 어쩐지 그 옛날 들기 싫은 피아노 가방 든 내 모습에 저 아이에게 보인다더니.


3. 그 와중에 가끔 그 중간에 끼여있는 어른들이 보였다. 당연히 검은띠 혹은 사범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수강생이란다. 선배는 가끔 배우러 오시는 성인들도 있다며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추켜세웠다. 태권도? 나도 운동하지 않으면 큰일 날 나이가 되면서 꽤 여러 운동을 머릿속에 떠올렸는데(골프, 테니스, 러닝, 쇠질...) 태권도는 한 번도 후보로 꼽은 적이 없다. 애들이 하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군대에서의 PSTD가 찾아온 것일까. 선배는 어른들이 배우는 경우가 더 오래 다니고 제대로 즐겁게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은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니라 같이 늙어가는 친구 처지에서 본인이 배우는 게 더 많다고.


4. 책은 그런 수강생, 50대에 태권도를 시작한 동네 아줌마의 이야기다. 특별히 운동을 해본 적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고, 움직일 일도 없다고 생각한 아줌마 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태권도, 태권도를 하는 나, 그리고 태권도가 주게 되는 것들 관한 이야기.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 꽤 포괄적인 '건강한 삶'을 목표로 두고 하는 태권도 이야기는 꽤 깊고, 묵직하다. 품새, 겨루기, 격파 등 어디서 들어본 태권도 용어들이 어떤 의미인지 이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줌마의 시선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정겹다.

그 눈으로 태권도장에서 만나게 되는 소소한 풍경들, 태권도인이 됨으로 일어나는 생활의 변화들. 이 소소한 작은 움직임들도 그렇다. 태권도장에 등록하고 태권도라는 운동을 시작했을 뿐이지만 이 작은 행동은 삶에 꽤 큰 파도를 가져온다. 저자의 말처럼 신체적 고통이 있을 때나 인식했던 신체감각들을 조금 더 자주 예민하게 발견하는 경험. 나도 제법 궁금해졌다.


5.'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라는 닳고 닳은 구호가 헛소리가 아니었다는 걸 날마다 경험하는 요즘이다. 나이를 들어가며 배가 나오고, 점점 더 움직이는 게 어려워진다. 러닝을 즐겨 했던 편인데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10km가 이젠 죽을 것 같이 힘들다. 하면 할수록 느는 게 운동이라던데 어느 순간 꾸준하지 않으면 달릴 때마다 자꾸 아파오는 몸뚱아리를 매일 만나고 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않고 앉아만 있을 순 없다. 누구처럼 성난 근육을 갖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매일 늘어나는 뱃살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무거운 몸만큼이나 무거워진 마음을 갖고 살고 싶지도 않다. 결국 다시 러닝화 끈을 고쳐멘다. 태권도는 못하겠지만 하던 운동은 마저 해야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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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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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는다. 치킨이 먹고 싶어도 포장으로 주문하고는 직접 가지러 가는 편이다. 옛날부터 그랬다. 일단 집에 모르는 사람이 찾아 오는 것이 달갑지 않다. 예전에는 현금으로만 라이더에게 결제를 했어야 했는데 그것도 싫었다. 최근 하늘 모르는 줄 모르고 치솟은 배달료는 내 이런 결정을 더 강화시키는 강화제가 되었다.


2. 여의도가 직장이고 그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처지라 배달 플랫폼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다. 요즘은 단건 배달이라는 것도 있다던데 퇴근하고 치킨 한 마리 한강공원에 걸어서 배달하면 나름 아르바이트로 훌륭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사전 교육이 생각보다 많았고 무엇보다 배달 후기들을 몇 건 검색했을 때, 나는 라이더가 아니라 뚜벅이 혹은 따릉이일진대 식은 음식 가져온다고 타박 받거나 시간에 쫓기거나 하고 싶지 않았다.


3. 배달 알바를 해볼까 찾아보며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었다. 배민, 쿠팡, 요기요 외에도 배달 중계 에이전시가 생각보다 많다는 거. 그리고 거리, 시간 요즘은 아주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배달료가 가늠할 수 조차 없게 복잡하다는 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때론 감정노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이런 이들을 꽤 멋진 단어. 플랫폼 노동자라도 부르고 있다는 것도.


4. 라이더 유니언의 초대 위원장 박정훈 씨가 7년간의 라이더 생활, 그리고 지금의 라이더들의 사정에 대해 쓴 책이다. 예전에는 중국집 혹은 치킨집에 고용되던 배달원들이 건 바이 건 방식의 에이전시 시스템으로 바뀌며 그리고 코로나 시절 이 배달업이 꽤 흥행하고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라이더가 되었다. 오토바이 운전은 난이도가 꽤 높은 운전임에도 자전거 수준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덤벼들었고 높은 확률로 이들은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되었다.

오토바이가 가져오는 하드웨어적 문제 뿐 아니라 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 배달 시스템 역시 안전에 큰 위협이 되었다. 휴대폰으로 조금이라도 고퀄의(가깝고 수수료가 큰) 배달을 빨리 낚아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으므로 한 손에는 핸들을 한 손엔 휴대폰을 잡고 운전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며 이는 라이더 본인 뿐 아니라 거리의 무법자로 낙인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만다. 거기다 고도화 된 시스템은 네비로 이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잠시 잠깐 쉬어갈 시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5. 예로부터 내려오는 배달업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아직도 유효하다. 아직도 이들을 '배달'이라 부르며 반말이나 욕지기를 내뱉는 경우는 허다하고, 업주들조차 이들에게 화장실 한 칸 내어주지 않는다. 책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고급 아파트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사람이 택배 노동자에 배달노동자도 있다는 사실은 꽤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치킨을 사들고 가는 아빠는 주민용 엘리베이터, 치킨을 배달하는 노동자는 화물 엘리베이터.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자존심 같은 거 냉장고에 넣어두고 출근하다지만 배달까지 그럴 일인가.


6. 저자는 배달 공장을 멈추고 어떠한 위험요소가 있는지 함께 들어가서 살펴보자 권한다. 그의 말처럼 사실 이런 외주화에 따른 비인간화의 문제는 배달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한 경쟁이라는, 플랫폼 어쩌고 하는 허울좋은 타이틀에 묻혀 노동 현장에서 사람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거의 모든 산업이 AI로 대체되고 유연화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사람이 산다. 나와 우리,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이 살아간다. 사람 되기 어렵다지만 괴물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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