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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 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p.167)
안락사를 결정한 할머니에게 의사는 부탁한다. 그 결정을 내리는 순간만이라도 삶을 선택해 달라고. 사실 할머니는 안락사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병원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읍소했다. 이런 삶을 더 이상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유도라 허니셋이라 불리는 그녀의 사정은 꽤 기구했다.
유도라는 전쟁에 아버지를 잃었다. 남은 가족은 이제 본인이 돌아보아야 할 엄마와 이기적인 여동생 스텔라. 어머니를 돌보고 여동생에 치이며 살아가던 여인, 결혼하면 행복해 질 줄 알았건만 결혼을 앞두고는 약혼자가 여동생과 도망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행복이란 없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지나고 도망간 여동생은 아이가 생겼다며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하이재킹한 것도 모자라 도와달라니.. 그녀는 이 손길을 거절하는데 이후 스텔라와 아이는 남편의 폭력으로 죽고 만다. 가뜩이나 상처투성이인 영혼에 덧입혀진 이 트라우마는 꽤 길고 싶었다. 어느 날은 첫사랑 샘이 이혼 후 유도라를 찾아오기도 했다. 다시 찾은 기회. 하지만 유도라는 홀로 남겨진 엄마 때문에 내미는 샘의 손을 잡지도 못한다. 결국 샘도 떠나 보내고 유도라는 어머니와 남은 생을 홀로 살아간다.
그리고 오랜 병원 생활을 마감하고 아흔이 넘는 나이에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고 비로소 유도라는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삶의 권리. 그녀는 철저히 혼자가 된 후에야 생을 스스로 마감할 권리를 찾기 시작한다. 안락사가 가능한 국가와 병원을 찾았고, 그 후에도 이어진 병원의 집요한 설득 끝에도 그녀는 결국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승낙을 받아 내고야 만다.
삶을 정리하기로 한 순간에야 보였던 것일까. 이웃에 이사 온 로즈라는 열 살짜리 꼬마 아이가 눈에 밟히기 시작하고 언제부턴가 스탠리라는 남자 노인이 친절을 베풀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이들은 유도라의 마지막 선택을 마음 놓고 방해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질문이기도 한 이 질문에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대답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가족, 또 누구는 사랑, 어떤 이는 돈이라 대답할 수도 있겠다. 설령 바로 대답하지 못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이 질문에 마음을 다해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답이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한다.
죽기로 결정한 유도라의 인생에 수긍하는 편이다. 모든 삶이 고통의 연속이었던 그녀에게 그 지옥 같은 굴레를 스스로 끊을 수 있는 권리 그녀의 권리를 지지한다. 그런데 그 삶의 끝자락에서 그녀는 살기로 결정한다. 이미 끊어진 줄 알았던 희망의 끈을 로즈에게서 스탠리에게서 발견한 그녀는 건조하고 퍽퍽한 남은 삶이나마 최선을 다해 행복해 보기로 결정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행복은 환경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결심일는지도 모르겠다.
고약한 세월을 견뎌냈고, 그 끝을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한. 스스로 행복하기로 결정한 유도라에게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