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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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도훈? 얼핏 지나치다 낯익은 이름에 멈춰 섰다. 김도훈이라.. 메모장 앱을 열어 쭈욱 저장된 메모를 스캔하다 찾았다. <이제 우리 낭만을 이야기 합시다>의 저자. 아 그 글 잘 쓰는 사람!!

*이 책도 장난 없습니다. 진짜 좋아요 :)


2. 책은 조금은 낯선, 그렇지만 저자가 우리게 들려주고 픈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미술가부터 가수, 마술사까지. 글은 하나하나의 인물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스펙트럼이 꽤 깊고 넓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읽는 맛이 있다.


3. 개인적으로 B급, 마이너에 대한 애정이 있다. 높은 꿈을 꾸었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애틋함.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러 메이저를 포기한 이들에 대한 경외감도 있다.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거절하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걷기로 경정한, 돈이나 명예보다 나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애정이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뒷자리에서 후배들의 길을 지켜주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도 있다. 자신의 영광이 영원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주어지는 역할에 자신을 맞추어 가며 세상과 어우러지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다. 책을 읽으며 어떤 마이너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서 낯선 사람일진대 나는 어떤 낯섬의 자리에 서 있을까?


3. 김지연. 책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한국 사람이다. 소위 원 히트 원더. 단 한 곡의 히트곡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이름들을 우리는 하나씩은 알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인생도 그렇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라는 강백호의 대사는 꽤 낭만적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미 지나가고 없는 우리 인생의 좋았던 기억들을 붙잡고 산다. 이미 그 시간은 끝나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그 멋진 날이 다시 올 것을 기대하면서. 타인이 보기에는 비현실적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그러면 어떠랴. 그것조차 낭만인 것을.


4.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누군가에겐 낯설지만 또 누군가에겐 한없이 친근한 이름일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디터 람스'가 왜? 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했으니. 저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그 입장을 밝힌다. '미안하다'

어쩌겠냐. 나는 이런 저자의 당당함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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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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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요즘은 읽어야 하는 책이 더 많아졌지만 가끔 서점이나 도서관을 들를 때면 역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책 제목이다. 5월에 읽어야 할 책들이 속속들이 집에 참 많이 도착했는데 그 중에서 발군으로 눈에 띄는 제목이 이 책이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 20년 재 안달복달하는 중이다. 아직도 괜찮은 어른이 되기는 멀었지만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문제가 결국 사회적 담론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 같이 연대하며 언제나처럼 치열하게 잘 지내보아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p.254)


봉태규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담백한 글이 대체적으로 좋았지만 책의 마지막 이 문단을 읽을 때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결국 그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라는 이 한마디를 위해서 그 길고 긴 글을 써 내려갔다. 그의 모든 글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에서 출발한다. 그가 지금 꾸리고 있는 아내와 자녀들 뿐 아니라, 차마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었을지 모를 그의 원 가족들. 지금 셀럽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찢어질 듯한 가난에 짓눌려있던 그의 어린 시절. 이 모든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책일 되돌려보면 어릴 적부터 그의 고민은 하나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참 많이 고민했고, 그때의 감정과 상황들을 참 많이 적었던 것 같다. 세세하게 기억하기도 힘든 어릴 적의 기억들을 그는 눈앞의 이야기처럼 써 내려간다. 기록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낸다. 눈을 감고 싶은 순간도, 배신감에 몸부림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다. 책을 읽으며 본업 뿐 아니라 마음도 참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롯이 사랑해야 할 대상을 정하고 그곳만 바라보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이 사람 참 괜찮다.


나에게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조카들이 있다. 그리고 하필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어른으로서 내가 지켜내야 할 것들,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봉태규 처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매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기록을 어디든 남겨보기로 했다. 각 잡고 쓰진 않아도 오늘 있었던 일만이라도 조금씩 기록해 놓자. 언젠가 나도 나의 글을 쓸 날이 올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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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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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마주할 때 좀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5월 첫 주, 황금연휴가 출판사들의 골든타임인지라 연휴 때마다 쌓이는 열댓 권의 책을 도장 깨기 수준으로 읽고 쓰는 와중에 만나는 이런 난감한 표지라니. 그것도 부제가 '토멕과 신비의 물'이라니!!

'장 클로드 무를르바'라는 작가도 좀 생소해서 읽기 전 구글링부터 좀 해보았다. 그런데 이 작가. 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유명한 사람이다. 그리고 B급 SF물 같아 보였던 이 이야기도 여러 언어로 번역되고(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이나 번역되었다!!) 변주된 고전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껍데기만 보고 판단해 버린 내 무지를 탓하며 책을 펴들었다.


<스포주의>

책은 토멕과 한나 주인공의 모험담이다. 잡화점 직원인 토멕은 어느 날 죽지 않게 하는 물을 찾는 소녀(한나)를 만나게 되고 그 소녀를 쫓아 거꾸로 흐르는 강 '크자르강'을 찾아 떠난다. 망각의 숲, 향수마을, 존재하지 않는 섬 등을 차례로 지나며 토멕은 한나를 만나 그들의 모험을 이어간다. 한나가 죽지 않는 물을 찾는 이유는 하나, 아버지가 남겨준 새를 살리기 위한 것. 둘은 우여곡절 끝에 그 물을 찾고 돌아와 한나의 새에게 그 물을 먹이게 된다.

모험이 끝나고 둘은 새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다. 그리고 마냥 꿈같았던 그 모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이 난 참 좋았다. 물방울이 새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던 순간 어쩌면 크자크강과 그 모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제자리를 찾았을지 모르겠다고. 결국 빈손으로 떠났다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한나의 이야기에 토멕은 숨겨온 향수병을 꺼낸다. 그 병을 열자 악사들이 춤추고 꽃비가 날린다. 마치 그 여정의 끝을 축하한다는 듯이. 여행의 끝에는 둘이 남아있었다.


어른이 읽기에도 무리는 없지만 전반적인 골격은 청소년 소설이고, 이런 판타지 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류의 책은 어떠한 뭉클함까지 선사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할아버지 역할의 조력자가 있고, 여행의 순간순간마다 만나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차근차근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 생각해 보라. 해리포터도 반지의제왕도 사실 다 이 포맷 아니던가.


우리나라 번역본 중에 그래픽 노블로 토멕이 주인공인 1권과 한나가 주인공인 2권이 있는 걸 봤는데 다음번에 도서관 가면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영화로 만들어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간만에 판타지 소설이라니. 그래 쉴때는 이런 책이 제격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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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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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별일 없지?'는 나도 종종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에게 쉽게 묻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딱히 그의 삶이 궁금하거나 한건 아니다. 아니 그렇다고 명절에 건네는 큰아버지의 인사처럼 무성의 한 인사도 아니다. 약간의 관심, 하지만 너의 세계에 함부로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약간의 주저. 눈앞의 상대에게 건네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호의다.

 '별일 없지?'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응 별일 없지 뭐'하고 씩 웃고 만다. 응 나 그냥저냥 잘 버티고 있어. 아직은 괜찮아.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잘 견디고 있다며 건네는 인사. 생각하면 할 수록 '별일은 없고요?'라는 제목은 그 음절 하나하나가 따뜻하다. 꽤 오래 만나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정했던 누군가가 지금의 퍽퍽한 내게 찾아와 건네는 조심스럽지만 마음을 담은 말처럼.


고등학교 때 소설은 '발단-전개-위기-절정'으로 이루어진다고 교과서에 써 있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드는 의문이 내가 즐겨 읽던 소설 들에는 '위기' 따위 없는 것 같은데 저건 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정해둔 것일까? 언어영역 만큼은 꽤 자신 있었던 나도 저 문제 앞에서는 꽤 소심 해졌다. 없는 위기를 찾으려니 꽤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다들 좀 평화롭게 살면 어디 덧나나.

책에 나오는 8가지의 에피소드들도 그렇다. 내가 너무 나이브 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는 제 각각의 삶에 딱히 위기 같은 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아니 우리 모두는 누군가와 헤어졌다가 만난다. 그 누군가는 가족이기도 하고, 헤어진 옛 연인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제 잠깐 만났던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 안부라는 것도 사실 시시콜콜한 우리네 일상의 한 부분이다. 죽거나, 사기를 당하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것 같은 인생이 송두리 채 바뀔 일은 어차피 우리 삶에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의 삶을 아침에 일어나고, 출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일상을 산다. 그 일상 속에 작은 다툼이 있기도 하고, 때론 속상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시시콜콜한 일상을 SNS에 중계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일상을 굳이 노출하지 않는다. 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매일 다른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오가며 언젠가 만났던 다정한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다양한 군상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묻는다. '별일은 없고요?'


뭐랄까. 따뜻한데 왜 따뜻한지는 도무지 모르겠는 소설은 오랜만이다. 그런데 굉장히 오랫동안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차 마시는 동안 유튜브 대신 한 쳅터씩 다시 꺼내볼 것만 같다. 괜히 몽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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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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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름 행사명이나 제목 같은 걸 잘 짓는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이 있다. 짓는 건 꽤 간단했다. 비슷한 예제를 책이든, 어디든(노래방 책이 이때 꽤 괜찮았다) 쭉 훑어보면 비슷한 예제들이 널려있었고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쓰던, 살짝 비틀든 하면 꽤 괜찮은 제목이 등장했다. 이때 마음 깊이 깨달았아. 하늘 아래 새 것은 없구나. 


물론 언제까지 베끼기로 연명할 수 없었으니 '나 생각보다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며 그만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광고학 수업 때 CF 카피를 보다 무릎을 치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속이 시원해지는 카피에 이 사람 레퍼런스 찾아봐야겠다 싶어 카피라이터의 이름을 찾아 일부러 적어두었다. 그가 정철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잊어먹고 있다가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내 머리 사용법>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그길로 서점에 달려가 이 책 <카피책> 초판을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7년 만에 다시 썼다는 그 책의 그 개정판이 내 손에 들어왔다. 꽤 설렜다.


책을 구분할 때 일반적으로 주제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번 읽고 마는 책, 두 세번은 더 읽을 필요가 있는 책,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시시때때로 꺼내보는 책으로 구분하곤 하는데 이 책은 인사이트가 막힐 때마다 꺼내 보는 책이다. 

나름 마케터다 보니 제품명을 짓거나 광고 카피 라이팅을 해야 할 일이 제법 되는데 그때마다 책 이곳 저곳을 펼쳐보면서 그가 코칭 하는 여러 방법들을 내 아이템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이미 결정된 아이템임에도 재고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답이 짜잔 하고 튀어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일러주는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그렇게 생각을 돌리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답을 얻기도 한다. 


책은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프로 카피라이터의 32가지 조언이다. '나눠써라, 접속사를 줄여라, 공감하라, 리듬감을 가지라, 단정의 힘을 믿어라' 등 카피를 쓰는 실제적 조언들과 함께 예제가 제시되는데 사실 레퍼런스만으로도 감탄하고 감동할법한 카피들이 꽤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도 정철 님의 카피인데 초판에 이러한 정치 카피들이 많아 적잖이 불편했던 사람들을 위해 개정판에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장들을 가급적이면 제하려 노력한 흔적들도 보인다. 또 군데군데 연습문제를 두어 실습도 시켜주는데 읽다 말고 책을 덮고 한참을 예제를 풀라치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하긴 그게 쉬우면 모두 돈 벌지..


엄숙주의를 탈피하고 싶다는 그의 글은 유쾌하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쩌면 나도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던 찰나 그가 말한다.

당신이 쓰는 모든 것이 카피라고.


크리에이티브 한 모든 직종에 계시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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