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비주얼 / 블랙피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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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름 행사명이나 제목 같은 걸 잘 짓는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이 있다. 짓는 건 꽤 간단했다. 비슷한 예제를 책이든, 어디든(노래방 책이 이때 꽤 괜찮았다) 쭉 훑어보면 비슷한 예제들이 널려있었고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쓰던, 살짝 비틀든 하면 꽤 괜찮은 제목이 등장했다. 이때 마음 깊이 깨달았아. 하늘 아래 새 것은 없구나. 


물론 언제까지 베끼기로 연명할 수 없었으니 '나 생각보다 크리에이티브 하지 않다'는 걸 나이가 들어가며 그만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광고학 수업 때 CF 카피를 보다 무릎을 치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속이 시원해지는 카피에 이 사람 레퍼런스 찾아봐야겠다 싶어 카피라이터의 이름을 찾아 일부러 적어두었다. 그가 정철이었다. 그리고 한참을 잊어먹고 있다가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내 머리 사용법>이라는 책을 발견했고 그길로 서점에 달려가 이 책 <카피책> 초판을 구입했다. 그리고 오늘 7년 만에 다시 썼다는 그 책의 그 개정판이 내 손에 들어왔다. 꽤 설렜다.


책을 구분할 때 일반적으로 주제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번 읽고 마는 책, 두 세번은 더 읽을 필요가 있는 책,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시시때때로 꺼내보는 책으로 구분하곤 하는데 이 책은 인사이트가 막힐 때마다 꺼내 보는 책이다. 

나름 마케터다 보니 제품명을 짓거나 광고 카피 라이팅을 해야 할 일이 제법 되는데 그때마다 책 이곳 저곳을 펼쳐보면서 그가 코칭 하는 여러 방법들을 내 아이템에 대입해 보기도 하고 이미 결정된 아이템임에도 재고하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답이 짜잔 하고 튀어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일러주는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그렇게 생각을 돌리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답을 얻기도 한다. 


책은 좋은 카피를 쓰기 위한 프로 카피라이터의 32가지 조언이다. '나눠써라, 접속사를 줄여라, 공감하라, 리듬감을 가지라, 단정의 힘을 믿어라' 등 카피를 쓰는 실제적 조언들과 함께 예제가 제시되는데 사실 레퍼런스만으로도 감탄하고 감동할법한 카피들이 꽤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도 정철 님의 카피인데 초판에 이러한 정치 카피들이 많아 적잖이 불편했던 사람들을 위해 개정판에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장들을 가급적이면 제하려 노력한 흔적들도 보인다. 또 군데군데 연습문제를 두어 실습도 시켜주는데 읽다 말고 책을 덮고 한참을 예제를 풀라치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하긴 그게 쉬우면 모두 돈 벌지..


엄숙주의를 탈피하고 싶다는 그의 글은 유쾌하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쩌면 나도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던 찰나 그가 말한다.

당신이 쓰는 모든 것이 카피라고.


크리에이티브 한 모든 직종에 계시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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