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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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제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요즘은 읽어야 하는 책이 더 많아졌지만 가끔 서점이나 도서관을 들를 때면 역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게 책 제목이다. 5월에 읽어야 할 책들이 속속들이 집에 참 많이 도착했는데 그 중에서 발군으로 눈에 띄는 제목이 이 책이었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랬다. 돌이켜보면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 20년 재 안달복달하는 중이다. 아직도 괜찮은 어른이 되기는 멀었지만 말이다. 


가장 개인적인 문제가 결국 사회적 담론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 같이 연대하며 언제나처럼 치열하게 잘 지내보아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p.254)


봉태규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담백한 글이 대체적으로 좋았지만 책의 마지막 이 문단을 읽을 때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결국 그는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라는 이 한마디를 위해서 그 길고 긴 글을 써 내려갔다. 그의 모든 글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에서 출발한다. 그가 지금 꾸리고 있는 아내와 자녀들 뿐 아니라, 차마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었을지 모를 그의 원 가족들. 지금 셀럽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되지 않지만 찢어질 듯한 가난에 짓눌려있던 그의 어린 시절. 이 모든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의 중심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책일 되돌려보면 어릴 적부터 그의 고민은 하나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참 많이 고민했고, 그때의 감정과 상황들을 참 많이 적었던 것 같다. 세세하게 기억하기도 힘든 어릴 적의 기억들을 그는 눈앞의 이야기처럼 써 내려간다. 기록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는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낸다. 눈을 감고 싶은 순간도, 배신감에 몸부림치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다. 책을 읽으며 본업 뿐 아니라 마음도 참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오롯이 사랑해야 할 대상을 정하고 그곳만 바라보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이 사람 참 괜찮다.


나에게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조카들이 있다. 그리고 하필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어른으로서 내가 지켜내야 할 것들,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봉태규 처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매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기록을 어디든 남겨보기로 했다. 각 잡고 쓰진 않아도 오늘 있었던 일만이라도 조금씩 기록해 놓자. 언젠가 나도 나의 글을 쓸 날이 올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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