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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이런 식의 사회과학 논문은 일반적으로 재미가 없다. 아니 논문이 재미있다는 분들도 가끔 계시기는 하지만(여기도 그 사람 추가) 와 근데 이 책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1. 비즈니스 해본 분들은 아는 단어이지만, 중국에는 꽌시 문화라는 게 있다. 설명하기 좀 복잡하긴 하지만 줄여 말하면 인맥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과는 어떠한 비즈니스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꽌시지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이거 부패의 전형 아닌가?
2.2013년 시진핑은 대대적으로 반부패 운동을 표방하며 중국 내 부패 척결을 시작했다. 2018년까지 35만여 명의 공직자가 처벌받았으며, 이 시기에 장쩌민 시지보다 3배, 후진타오 시기보다는 7배 많은 고위급 인사가 처벌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반부패운동 국제투명성기구의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 지수에서 중국은 77위에 그쳤다.
저자의 근원적 질문은 제목과 같다. 부패한 나라든 조직이든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이고 사실 상식에 부합하는 이야기인데 왜 중국은, 그렇게 부패가 많다고 하는 중국은 성장하고 있는가?
저자는 재밌는 비유로 책을 시작하는데 '모든 부패는 나쁘지만 모든 유형의 부패가 동일하게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p.24)며 부패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1) 바늘도둑:비엘리트, 도둑질, 불법 / 유해약물
2) 소도둑:엘리트, 도둑질, 불법 / 유해약물
3) 급행료(소규모 뇌물):비엘리트, 교환, 불법/진통제
4) 인허가료(비즈니스 뇌물):엘리트, 교환, 불법과 합법/스테로이드
1~3의 경우는 여지 없는 범죄지만 사실이 4번 인허가료는 불법적인 리베이트 뿐 아니라 합법적인 교환도 포함하기에 케이스에 따라 구분이 애매한 경우도 있다. 여하튼 그는 중국의 부패를 이 네 가지로 분류하고 독이 되는 부패와 약이 되는 부패로 나누어 부패를 설명한다. 그리고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인도와 비교하여 중국을 성장시킨 부패와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들은 그것들을 어떻게 이겨내고(함께?) 성장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을 다니며 그들의 정치 경제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는데 비슷한 사회주의, 독재국가(심지어 시장경제 도입도 비슷함, 시장경제와 동떨어진 나라는 현재 북한, 쿠바 정도가 유일)임에도 계속 내리막을 걷는 국가들과의 차이점을 생각하며 읽을 수 있어 꽤 새롭고 신선했다.
꽤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이 짧은 글에서 다 요약할 수는 없고,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부패는 항상 나쁘지만, 모든 유형의 부패는 똑같이 나쁘지 않고 같은 종류의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자본주의는 부패를 박멸함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부패를 진화시키면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성장기를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 중국은 소련의 길이 아니라 옛날 미국의 길을 걷는 중이고, 매년 급성장하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G2로 올라서 있다. 이들이 더 무서운 저은 아직도 그 성장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부패국가로 낙인찍어 중국을 평가절하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연한 부패에도 중국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또 어떤 종류의 부패 때문에 중국이 오히려 성장하는 것인지 이제는 찬찬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후속 연구들이 계속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