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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의 아들코칭 백과 - 기질 파악부터 말공부, 사회성, 감정코칭까지
최민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평점 :
아내가 몇 달 전에 읽어보라 권해준 책이다. 아내는 이 사람의 유튜브도 곧잘 보는 것 같았다. 뭐 그러려니 하고 책을 펼쳤고 꽤 오래 꼼꼼하게 읽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오래 잊고 있던 내 어릴 적 얼굴이 떠올랐다. 왜 그때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들은 왜 그렇게 무섭기만 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이렇게만 해주셨다면.'
책 속에 등장하는 아들들의 모습은 마치 거울처럼 나를 닮아 있었다. (사실 잘 하지도 못하는) 게임을 하느라 용돈을 탕진하고, 이유 없이 이상한 도전을 반복하고, 비속어를 쓰고 침을 찍찍 뱉거나 건들거리는 흉내를 내고 싶던 아이. 그 거친 행동 속 깊은 곳 친구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안달하던 아이.
그렇게 치기 어린 나를 그때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고(심지어 나조차도) 아마 나를 보는 모두가 답답하셨을 것이다.
책은 그런 아들들의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하나씩 짚어낸다. "많은 남자아이들이 열등감에 시달린다. 자신은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느끼면서도, 이상만은 높아서 짜증이 난다." 그 문장을 읽는데 오래전의 내가 떠올라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사실 크게 공부를 잘하지도 않으면서 대학만큼은 소위 명문대에 갈 거라며 우겨대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늘 가족과 늘 부딪치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게 나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아들들이 겪는 문제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조금 새겨 들어야 할 조언은 '아들과 대립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부모와 자식이 적이 아닌 한 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꽤 깊이 꽂혔다.
아들은 불안보다 욕구를 중심으로 행동하기에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보다 무엇을 얻고 싶어 하는지에 관심을 가져라라는 말.
훈육이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무섭게 몰아붙이거나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권위를 가진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꽤 오래 남았다.
당연하게도 읽는 동안 계속 은우가 떠올랐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지만 언젠가의 나처럼 게임에 빠지거나 이상한 도전을 하며 부모와 부딪치겠지. 그때의 나는 이 책을 떠올리며 아이의 욕구를 읽어내고, 그와 한 팀이 되어줄 수 있을까. 틀린 것만 지적하기보다 잘한 걸 찾아주고 무서운 아빠가 아니라 권위 있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책은 전반적으로 엄마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책에 나온 아들들의 행동들을 아마도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남자와 여자의 기질의 차이이기도 하다. 아들의 교육에는 결국 아빠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나가서 돈만 벌어오던 아빠의 시대는 끝났다.
내 아이는 무엇을 얻고 싶어 할까. 내 아이의 동기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사실 에니어그램 강사로, 중간관리자로 밖에서 항상 하던 고민들이고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이게 우리 아이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좀 이상하기도 하고...
안과 밖이 다른 부모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야기(비밀 이야기가 많은 부모는 신뢰하지 않는다)도 있었는데 좋은 부모 되기 쉽지 않다 싶었다.
그래도 어째. 기왕 부모가 되었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아들을 둔 부모라면 한 번쯤은 정독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