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 띵 시리즈 1
이다혜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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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아침을 포기하고 10분 더 자는 걸 선택한 오늘이었다. 어째어째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밥 한술이라도 뜨고 가!!!!!!!"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뒤통수를 때린다. "누가 먹는다고 했나!!!!!!!!!" 대거리하고 문을 쾅 닫고 나왔지만 찜찜함은 하루 종일 가시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쓰면서도 나는 좀 웃기다. 나이가 들고 독립이란 걸 하고 깨달았다. 그 잔소리가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 준비된 밥이 기다리는 아침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그렇게 제목부터 아침밥인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을 읽으며 지난 나의 수많은 아침들을 떠올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라져 버린 듯한 한 끼의 자리 사실은 그곳이 얼마나 소중한 풍경이었는지를 말이다. 그녀는 묻는다. 왜 꼭 바쁠 때 엄마들은 밥을 먹으라고 하는가? 그 질문은 가벼워 보이지만 답은 무겁고도 부드럽다.


"공부하고 돈벌이하는 일이 힘드니 일단 든든하게 먹여 내보내고 싶다. 싸울 일이 있어도 아침에는 싸우고 싶지 않다."


어쩌면 아침밥이란 오늘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주려는 마음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20년째 아침을 거르고 살면서, "안 먹는 게 더 편하다"는 말로 내게 아침을 먹이려는 수많은 손길을 무시해왔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손들에게 계속 미안했다. 책 속의 문장이 자꾸만 나의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해서.


작가는 또 말한다. "아침을 함께하지 못하는 관계에는 미래가 없다." 고작 밥 한 숟갈의 온기가 사람 사이를 잇고 심지어는 사랑의 지속 가능성까지 결정짓는다니.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아침을 먹고 싶은 마음, 그건 내일도 그 사람과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는 뜻이니까. 아무리 볼 거 다 본 사이라고 해도 아침에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새벽 댓바람에라도 쫓아내야 한다. 새로운 나의 하루를 위해.


책장을 덮고 나서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동실 깊숙이 넣어두었던 반찬들을 꺼내고 밥들이 잘 놓여있는지 확인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굿나잇, 그래야 굿모닝. 내일은 내가 아침을 차려 보아야겠다.


아침식사라는 작은 의식이, 이렇게나 큰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매번 느끼지만 이다혜 작가의 글은 이런 이야기를 잔잔하게 하지만 아주 정확하게 건네준다.

글을 잘 쓴다는 게 어떤 건지 그는 참 정확하게 알려준다.


짧은데 간만에 즐거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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