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측면에서 보면, 평소에 ‘예민한’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상처를 잘 받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매우 쉽게 흔들립니다. 모욕감을 잘 느끼고 아주 작은 꼬투리만 있어도 금세 자기 속으로 들어가버려, 한동안 말도 걸 수 없게 합니다. - P22
우리는 마음이 상했음을 주관적으로는 무력감·분노·경멸·실망, 그리고 고집 같은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반응들 뒤에는 고통과 불안·수치심 같은 감정이 숨겨져 있는데, 많은 경우 당사자 자신은 이것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합니다. 그 대신, 이렇게 마음이 상하면 대개는 폭력적인 형태로 ‘가해자‘를 공격합니다. 동시에, 분노와 경멸 같은 감정은 마음을 다친 아픔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반응이기도 합니다. 마음상한 고통을 종식시키고 중화하려는 게 그 목적이지요. - P25
폭력성을 밖으로 발산하는 대신 마음을 상한 이가 자기 자신의 달팽이집 속으로 후퇴해 들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때 그의 공격적인 에너지는 자기 자신을 겨냥합니다. 이런 공격성의 최악의 형태가 자살입니다. 고뇌나 허무. 절망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때, 자살만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마음상함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으로 생각되는 것입니다. - P28
마음상함을 경험하면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되살아납니다. 그러므로 자기애적인 사람들이 특히 마음상함에 약합니다. 정체성의 뿌리가 건드려지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그들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을 경우, 상대를 외면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세상에서 도피하여 문을 잠그는 것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릅니다. 그것만이 그들이 내적 고통과 공포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그들은 외로워지고, 욕구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게 됩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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