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파괴의 광분으로 몰아넣는 것 치고 공포라는 채찍만한 것이 없다. - P221
인간은 아무 생각 없이 동물 학살을(다른 인간을 포함하여) 자행하는 때와 곳마다, 자기들이 죽이는 대상에 대하여 가장 악독하고 혐오스러운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종종 자기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해왔다. 학살의 명분이 모자랄수록 흑색선전은 더 심했다. - P223
나의 분노는 두려움이 낳은 적개심에서 온 것이었다. 그 적개심은 내 안에서 적나라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나의 인간적 자존심을 참을 수 없도록 우습게 만들어버린 짐승에 대한 것이었다. 그 여름 내내 늑대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나 스스로에 대해 배운 것들을 내가 얼마나 쉽게 망각했으며 얼마나 간단하게 부인했는지 깨달으면서 간담이 서늘해졌다. 나는 굴 바닥에 움츠리고 있던 앤젤린과 그녀의 꼬마를 떠올려보았다. 그들은 천둥처럼 갑자기 밀려온 비행기를 피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 P233
동쪽 어디선가 늑대가 울었다. 가볍게, 궁금하다는 듯이, 나는 그 목소리를 알았다. 전에 많이 들어본 소리였기 때문이다. 조지였다. 없어진 가족의 대답을 듣기 위해 황야에 울려 퍼뜨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소리가 잃어버린 세계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조화롭지 못한 역할을 선택하기 전, 한때는 우리의 것이었던 세계. 내가 얼핏 알아보고 거의 들어가기까지 했지만, 결국 내 스스로가 외면하고 만 세계에 대한 노래였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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