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1
라파엘 요크텡 지음,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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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3만 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 갈 무렵의 이야기다. 자연과의 투쟁, 그것이 원시부족의 일상이었다. 한 무리의 원시 부족이 들소 사냥을 시작한다. 나무와 돌로 된 도구를 들고 들소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들소 사냥에 실패한 원시 부족은 혹한이 닥치기 전에 피난처인 동굴을 찾아 숲을 떠난다. 길은 힘들었다.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는 험난한 여정이기에. 어두운 밤에는 맹수들이 나타나고, 낮에는 눈보라와 산사태가 밀려왔다. 드디어 부족민이 피신할 만한 안전한 동굴을 찾았다.

부족의 여자아이는 그간의 크고 작은 일들을 동굴에 벽화로 남긴다. 여자아이는 들소와 맹수, 눈과 산, 부족의 모습을 그렸다. 숯 검댕으로 그림을 그렸고, 붉은 돌가루와 황토를 썼다. 꽃잎과 꽃가루, 여러 열매를 빻아 색깔을 만들어 칠했다. 암벽의 그림 덕분에, 동굴은 위대한 사원이 되었고, 여자아이는 부족을 이끄는 여사제가 되었다. 인류 문명의 태동기는 모계사회였다. 그리고 우리는 거대한 동물과 맹수, 눈보라와 산사태 등 빙하기의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았던 원시인류의 후손들이다.

동굴벽화는 구석기 시대 원시 부족이 남긴 인류 최초의 기록이다. 원시인류의 삶과 꿈을 드러낸 최초의 예술 문화이고, 구석기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 있는 리오 핀투라스 암각화,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인 알타미라 동굴벽화,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 등 구석기시대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벽화의 대부분은 여성의 작품이다. 2013년 미국의 고고학 연구팀이 여러 동굴벽화에 담긴 수많은 손자국들을 분석한 결과 동굴벽화의 75%는 여성이 그린 것으로 드러났다. 동굴벽화의 전통은 훗날 이야기, 주술, 장식 등으로 인류의 문화적 활동 영역을 넓혔고, 그림문자로 발달해 문명의 기원이 되었다.

이 그림책은 남미 삽화가 라파엘 요크텡과 하이로 부이트라고가 2018년부터 약 4년에 걸쳐 완성했다. 빙하기를 다룬 책이다 보니 그 시기의 자연환경, 동식물, 생활양식 등 자연사박물관의 자료에 근거해 연구하고 철저한 고증의 과정을 거쳤다. 그림책에 나오는 멸종된 거대 포유동물로 비손 안티쿠스, 메가테리움, 메갈로케로스 기간테우스, 파라케라테리움, 바실로사우루스, 회색 늑대 개, 스밀로돈, 코엘로돈타, 메머드, 헤이거만 얼룩말, 동굴 곰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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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흐르는 강 : 토멕과 신비의 물 거꾸로 흐르는 강
장 클로드 무를르바 지음, 정혜승 옮김 / 문학세계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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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토멕의 모험과 성장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토멕은 모든 것을 파는 잡화상의 주인이다. 고아 출신으로, 토멕의 부모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다. 매일 성실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역마의 충동을 꾹 눌러 지내던 참이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한 어여쁜 소녀가 찾아와 '크자르강의 물'이 있는지 묻는다. 소녀는 결국 막대사탕 하나만 구입하고는 가게를 떠난다. 소녀가 토멕을 놀리듯 과연 모든 것을 파는 잡화상인지 이것저것 있는지 시험삼아 물어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토멕은 마을의 공식 대서인이자 박학다식한 이샴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이샴은 크자르강이 거꾸로 흐르는 강이고, 그 강의 물은 생명을 죽지 않게 해주는 신비한 마법의 물이라고 알려준다. 할아버지는 강물이 최종 도달하는 지점이 '성스러운 산'이라는 정보까지 알려주지만, 수천년 동안 아무도 그 모험에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며 만류한다. 토멕은 뭔가 신비한 사연을 간직한 그 소녀를 다시 만나고 싶고 크자르강을 찾고 싶다는 열망에 모험을 떠난다.

토멕의 용감한 모험은 망각의 숲과 향수 마을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섬, 신성한 산을 거치면서 점점 흥미로워진다. 여행길에서 위험에 빠지게 되면 운좋게 도움을 주는 친구들을 만나곤 한다. 망각의 숲은 여행자가 숲에 들어가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여행자에 관한 기억이 지워지고 숲에서 나오면 그때 다시 기억이 되살아나는 신비한 곳인데, 여기선 당나귀 카디숑의 주인 마리의 도움을 받는다. 향수 마을은 온갖 꽃들이 펼쳐진 들판에서 꽃들을 채집해 향수를 제조하는 마을이다. 들판에서 푸른 꽃의 독향에 취해 잠이 들게 된 토멕은 앗치곰의 활약 덕분에 깨어나게 된다. 무려 석 달 하고도 열흘 만에 말이다. 깨어날 때 마법 같은 주문이 필요한데, 잠을 깨우는 주문은 책의 어떤 구절이나 대목과 관련 있고 사람마다 효과있는 주문이 제각각이다.

향수마을에서 토멕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소녀가 남긴 편지를 받게 되고, 소녀의 이름이 한나라는 것과 신비의 물이 필요한 사연을 알게 된다. 한나가 사는 마을은 봄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새 시장이 열리는 곳. 한나의 아빠는 해마다 생일선물로 새를 선물했다. 여섯 살이 되던 날, 한나는 깃털색이 멋진 작은 새를 골랐다. 그런데 새장수가 그 새가 실은 천년 전에 살았던 공주인데 마녀의 저주에 걸려 새로 변해버린 것이라며 정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렀다. 그럼에도 아빠는 전 재산을 팔아 그 새를 한나에게 선물한다. 삼년 후 아빠가 돌아가시고 한나는 먼 친척집에서 살게 된다. 이제 자기 곁에는 그 새밖에 없는데, 어느날 새가 시름시름 병이 들고 만다. 새를 살리기 위해, 한나는 이야기꾼에게서 전해들은 거꾸로 흐르는 크자르강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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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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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을 뽑는 일은 연예인 인기투표와 같아서는 곤란하다. 연예인 인기투표는 당사자의 끼와 재능만을 살필 뿐이지만, 선거는 끼와 인품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관계의 원만성을 따져야 한다. 마치 신중한 결혼상대를 고르듯 깐깐하게 부모님과의 관계나 자녀들과의 관계를 따져야 한다. 재주와 깜냥 절대주의는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곤 한다. 바로 그건 절대불변의 진리인 '가화만사성'을 홀시했다는 점이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되는 법. 일단 집안이 콩가루면 그 인물을 뽑아놓고서도 후회할 일이 천지태산이다.

나는 미셸 오바마의 저작에서 '가화만사성'의 고전적 가치를 다시금 확인했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가 자욱할 때야 말로 '집'과 '화목'의 가치가 빛난다고 말이다. 저자는 부모와 남편, 그리고 자녀들이 등장하는 자전적 에피소드를 통해 크게 세 가지 성장 모드를 강조한다. 바로, 우리 내면의 불굴의 재능을 일깨우는 '자기만의 빛' 모드, 사랑과 우정의 문제 등을 비롯해 사회적 대인관계의 원만함을 지향하는 '관계' 모드,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아내려는 태도와 공공선의 가치관과 결부된 '계속 나아갈 용기'와 관련된 품위 모드다.

어둠의 시간을 밝히고 우리를 계속 성장하게 만드는 인생의 도구들은 거대하거나 거창한 것, 값비싼 것이 아니다. 두려움, 분노, 좌절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극복하는 길은 오히려 뜨개질이나 산책, 땀 흘리며 운동하기, 푹 자기 등 지극히 사소하고 작은 것이다. 우리는 나를 다시금 정상 궤도에 올리는 자기만의 연장통을 챙겨야 한다. 이는 인지왜곡으로 무척 커보이는 부정적인 감정과 대상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그마한 행동 혹은 도구를 통해 점차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이다.

딸은 아버지와 관계가 원만한 편이다. 미셸은 아버지에게서 남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운다. 저자의 아버지는 다발성경화증으로 걸음이 불안했다. 혹여 넘어지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넘어지면 일어나서 가던 길을 가면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불안한 자세로 다리를 절름대며 걸으면 사람들은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아버지를 쳐다볼 때가 있었는데, 그러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내가 나에게 만족하면 누구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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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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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은 지구인을 어떻게 관찰할까. 그것이 알고 싶다면,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를 참조하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웃집 할머니나 유치원생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눈높이 방식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그러니 약간의 먹물이 요구된다. 주인공은 바로 생물화학을 전공한 카밀라 팡으로, 여덟 살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고 ADHD,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감각처리장애와 함께 오래도록 살아온 여성 과학자다. 자폐 과학자에게 대인관계에 얽힌 인간 심리와 행동은 언제나 블랙박스나 수수께끼 미로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저자는 머신러닝, 생물화학, 열역학, 파동설, 양자물리학 등 과학 이론을 토대로 자신이 마주하는 세상과 실존적 관계를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이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푸른숲, 2023)은 바로 그런 인간 탐구의 결과물이자 인간 이해를 향한 과학적 분투의 결실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비롯해, 정상적인 분포 곡선을 벗어난 이들은 누구나 고향과 동떨어진 '실향'과 '이향'의 감각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기 마련인데, 낯선 이질감이 느껴지는 곳에서 살아가려면 롤모델이 절실해진다. 흥미롭게도 자폐 과학자가 꼽은 인생의 롤모델은 부처, 공자, 예수, 소크라테스 같은 사대성인이 아니라 의외로 '단백질'이다. 저자는 단백질로부터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화이부동'의 경지를 깨친다.

단백질을 단 한 번도 삶의 롤모델로 고려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독자라면, 일단 단백질이 정말 타인과 더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고 생산적으로 일하는 조직 생활의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 있을지 호기심과 의문이 동시에 들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단백질은 길거리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개성이 넘치며, 이웃집 어른보다 더 성숙하고 모범적이다. 단백질이 개성이 넘치면서도 다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단백질은 인간 성격 유형을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대체물이며, 공존과 협력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한 모델을 제공하고, 개성의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보시다시피 단백질은 팀워크와 효율적인 조직의 모범 사례다. 다양한 유형이 자신의 성격에 따라 독특한 역할을 하며, 몸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이들 모두 필요하다. 단백질은 서로 질투하지 않으며, 다른 역할을 탐내지도 않는다. 자존심은 낮고 생산성은 높은 환경이다. 모든 직장이나 친목 단체가 이와 같다면 좋을 것이다."(71, 72쪽)

저자가 단백질을 MBTI 유형에 빗대어 성격 구분을 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가령 수용체 단백질은 ENFP 유형이나 ENFJ 유형, 연결체 단백질은 ESTJ유형이나 ISTP 유형, 키나아제 단백질은 ENTP 유형이나 ESTP 유형 혹은 ENTJ 유형, 핵단백질은 INFJ 유형이나 INTJ 유형이라고 해석한다. 그런데 MBTI가 정녕 생물화학만큼이나 과학적인가. 아무튼 다양한 유형의 단백질과 조화롭게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 분자의 본성은 남과 비교해서 우월을 따지거나 자존심만 내세운채 남의 성공을 시기질투하는 인간보다 훨씬 성숙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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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의 모든 것 - 성과, 승진, 소득을 얻는 상식 밖의 오피스 심리학
살마 로벨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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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이 '오피스 심리학' 아닐까 싶다. 직장 만족도와 삶의 행복도는 비례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와 안녕감을 높이고, 성과와 소득을 끌어올리고, 창의성을 높이고, 동료에게 인정받도록 돕는 오피스 심리학은 매우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살마 로벨은 "일의 세계에서 성과와 창의성과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집중한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했던, 때론 우리의 상식을 거스르는, 하지만 우리의 성과와 만족감과 행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사무실 요인들 혹은 단서들을 소개한다. 오피스 심리학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나뉜다. 사무실 환경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 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법, 그리고 올바른 개인 습관이다.

저자는 먼저 업무 환경의 질을 높이는 단서들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사무실 배치, 폐쇄형 공간과 개방형 공간, 조명(밝은지 어두운지, 인공광인지 자연광인지), 온도, 창문 유무(혹은 창문 부족), 창밖 풍경의 효과, 자연 등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이다. 혹시 사무실 '풍수'에 관심이 있다면, 이들 환경적 단서에 자연스레 관심이 갈 것이다. 실내 환경의 질은 직원들의 성과와 행동과 동기와 만족감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카공족이 많은 이유는 적당한 수준의 백색소음과 향긋한 커피 내음이 작업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어서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단서들을 소개한다. 가령 악수 방식, 남을 모방하는 카멜레온 효과, 분노와 실망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 표현, 옷차림, 외모, 목소리의 높낮이, 다양한 인종 구성 등이 팀의 성과는 물론, 개인의 협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한국의 직장 문화는 아직은 다문화주의가 보편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팀 구성에 있어서 인종, 성별, 민족, 문화적 배경 등의 다양성은 창의력과 실행력, 실질적인 이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다름은 새로운 효율성이다"라고 단언하면서, 다름이 다채로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습관이 만드는 힘의 단서들을 소개한다. 개인의 선택과 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다루는데, 가령 스마트폰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법, 스마트폰이 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는 법, 일하면서 듣는 음악과 업무 효율의 관계, 정돈된 책상의 득과 실 등이 그러하다. 또한 명상과 마음챙김처럼 창조력과 혁신의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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