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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정치인을 뽑는 일은 연예인 인기투표와 같아서는 곤란하다. 연예인 인기투표는 당사자의 끼와 재능만을 살필 뿐이지만, 선거는 끼와 인품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관계의 원만성을 따져야 한다. 마치 신중한 결혼상대를 고르듯 깐깐하게 부모님과의 관계나 자녀들과의 관계를 따져야 한다. 재주와 깜냥 절대주의는 한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곤 한다. 바로 그건 절대불변의 진리인 '가화만사성'을 홀시했다는 점이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되는 법. 일단 집안이 콩가루면 그 인물을 뽑아놓고서도 후회할 일이 천지태산이다.
나는 미셸 오바마의 저작에서 '가화만사성'의 고전적 가치를 다시금 확인했다. 특히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가 자욱할 때야 말로 '집'과 '화목'의 가치가 빛난다고 말이다. 저자는 부모와 남편, 그리고 자녀들이 등장하는 자전적 에피소드를 통해 크게 세 가지 성장 모드를 강조한다. 바로, 우리 내면의 불굴의 재능을 일깨우는 '자기만의 빛' 모드, 사랑과 우정의 문제 등을 비롯해 사회적 대인관계의 원만함을 지향하는 '관계' 모드,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아내려는 태도와 공공선의 가치관과 결부된 '계속 나아갈 용기'와 관련된 품위 모드다.
어둠의 시간을 밝히고 우리를 계속 성장하게 만드는 인생의 도구들은 거대하거나 거창한 것, 값비싼 것이 아니다. 두려움, 분노, 좌절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극복하는 길은 오히려 뜨개질이나 산책, 땀 흘리며 운동하기, 푹 자기 등 지극히 사소하고 작은 것이다. 우리는 나를 다시금 정상 궤도에 올리는 자기만의 연장통을 챙겨야 한다. 이는 인지왜곡으로 무척 커보이는 부정적인 감정과 대상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자그마한 행동 혹은 도구를 통해 점차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이다.
딸은 아버지와 관계가 원만한 편이다. 미셸은 아버지에게서 남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운다. 저자의 아버지는 다발성경화증으로 걸음이 불안했다. 혹여 넘어지면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넘어지면 일어나서 가던 길을 가면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불안한 자세로 다리를 절름대며 걸으면 사람들은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아버지를 쳐다볼 때가 있었는데, 그러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고. "내가 나에게 만족하면 누구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