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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59가지 심리실험 - 위로와 공감편, 개정판 ㅣ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주노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본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는 일주일 동안 천 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확인한다. 하루에 신경과학과 생명과학 관련 논문을 적어도 백 편 이상 훑어본다니 정말 대단하다. 포모(FOMO)증후군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번 신간 역시 모래알처럼 많은 뇌과학과 심리학 논문들 가운데 흥미롭고 유익한 내용을 골라 소개하고 있으니, 핵심 테마는 '위로와 공감'이다. 위로의 기초가 공감이고, 공감이란 "상대방과 같은 정신 상태를 추체험하는 감정"이다. 심리학의 출발점이 바로 우리 심층 무의식에 얽힌 각종 콤플렉스를 풀어내는 치유 과정이라고 했을 때, 위로와 공감이야말로 그런 심리적 치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근본 토대라고 본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유유상종'은 기나긴 진화의 생존 전략이다. 뇌에 자연스럽게 깔린 기본 프로그램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이름이나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동료의식이 싹트고, 생일과 혈액형과 종교가 같다는 이유로 친근감이 생기곤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자기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타인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우호관계의 씨앗이 바로 개체적 유사성이다. 바꿔 말해서, 타인을 신뢰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외적 유사성에서 찾은 셈이다. 타인과 나의 유사성이 내 눈에 씐 콩깍지가 된다.
유사성에 기반한 신뢰는 사회적 행동의 기점이다. 그런 유사성의 하나로 음식 취향을 꼽을 수 있겠다. '최애' 음식이 같아도 호감과 친근감이 대폭 늘어난다. 음식 기호는 오감 가운데 후각 안테나가 좌우한다. 나는 쌀국수에 꼭 고수를 넣어 먹는다. 그런데 저자 역시 고수의 자극적인 냄새가 좋아서 즐겨 먹는다고 토로한다. 와우, 저자에 대한 호감이 확 늘어난다.
고수는 이집트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도 발견되고 고대 로마 시대에도 인류가 즐겨 먹던 식물이다. 그런데 고수에서 비누 냄새가 난다며 싫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수에는 신선향과 자극취가 공존하는데, 고수를 싫어하는 이들은 대부분 노린재 악취와 비슷한 자극취를 그 이유로 꼽는다. 자극취를 느끼는 사람은 인구의 14퍼센트 정도 된다고 한다. 기호와 취향을 대립과 혐오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되는 이유다. 나와 기호가 다른 이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위로와 공감의 대표적인 사회적 행동이 '그루밍'이다. 그루밍은 동물들이 다른 동물의 털을 서로 골라주는 행동을 말하는데, 이는 유대감을 높이고 연대를 강화하는 본능적 행위다. 그루밍과 같은 공감 행동은 말보다 빠른 위로의 시작이며 생존을 돕는 친사회적 본능이다. 공감과 위로의 그루밍은 원숭이와 코끼리, 개에게서도 관찰할 수 있다.
"동물들이 다른 동물의 털을 골라주는 행동을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한다. 그루밍의 사전적 의미는 '먼지와 기생충 제거, 상처 처치'라는 실용적인 목적에 부가적으로 '유대감 형성, 다른 동물과 연대 강화' 등의 기능이 있다. 즉, 마음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 그루밍은 상대방을 위로하는 효과가 있다."(260쪽)
미국 에모리대학교 제임스 버킷 교수 연구팀은 두 마리씩 짝지은 프레리들쥐 중 한 마리에게만 전기충격을 가했다. 전기충격을 받은 프레리들쥐는 공포에 떨며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프리징 상태에 빠졌는데, 전기충격을 받지 않은 프레리들쥐도 똑같이 겁에 질린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기충격을 받지 않은 쥐가 상대를 그루밍하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