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세계 -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오래된 감각에 대하여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나지윤 옮김 / 소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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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지탱하는 사유다." 일본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전 세계 선인들이 남긴 경험과 통찰을 토대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여기서 저자는 사랑을 막연한 감정이나 연애 관계가 아니라 존재를 대하는 태도, 즉 세계와 나를 연관시켜 바라보는 진실한 태도로 파악한다. 저자가 보기에 도덕과 윤리, 낭만과 연애, 조건과 비즈니스와 결부된 세속적인 사랑은 참사랑이 아니다. 대신에 진실한 경험을 토대로 한 자기실현적 차원의 사랑을 강조하면서, 사랑을 타자와의 관계이자 세계와의 연결로 재정의한다.

사도 바울이 쓴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능동적인 실천이라는 점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이처럼 신약에서 사랑은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존재 방식이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비트겐슈타인, 마르틴 부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등이 나오는 '철학자들의 사랑 수업'을 마련한다. 그리고 사랑의 다른 얼굴로 "관심, 염려, 관찰, 인식, 수용, 긍정, 소유, 일체화" 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참사랑과 '행복' 그리고 '자기실현'을 연결짓는 데 방점을 찍는다.


그런데 철학자들의 사랑 수업도 좋지만, '예술가들의 사랑 수업'도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한국 조각계의 대부 김종영은 사랑, 인생, 예술을 하나로 보았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가치는 사랑이 그 바탕이며, 예술은 사랑의 가공"이라고 했다. 숭고한 사랑 수업에 미치광이 기사 돈키호테가 빠질 수 없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돈키호테는 이렇게 노래한다. "잘못을 고칠 줄 알며,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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