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힘 1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이규태 지음 / 신원문화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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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불황이 지속되어 인심이 흉흉한 시절이지만 최근들어 반가운 소식이 들리곤 했으니 바로 스포츠 분야에 진출한 선수들의 선전이 그것이다. 야구 월드컵이라고 하는 WBC에 진출한 선수들이 일본과 몇번을 겨루며 결승에서 만났던 날, 9회말 뒤지던 상황에서 점수를 내어 따라 잡았을 때, 가슴 속에는 타오르는 뜨거운 감동이 전해졌다. 비록 아쉽게 지고 말았지만 세계적인 경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노력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슴뭉클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때론 2002 월드컵을 치르고 나서 식어버린 우리네의 열광적인 모습을 "냄비근성"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IMF 외환 위기 때는 전국민이 나서서 금모으기를 하여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진풍경을 이뤄내기도 했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변화무쌍하고 순간적이면서도, 가슴 속에 진한 정을 품고 사는 민족. 그게 우리들의 모습이다.

조선일보사에서 오랫동안 글을 쓴 저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대 초에 출간되었던 책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한 이 책 "한국인의 힘"은, 어렵고 힘든 시대를 맞아 절망적인 상황을 우리들의 본 모습과 참 마음을 통해 극복하고 발전시켜가자는 취지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하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우리의 본 모습을 이해한다면, 다시 한번 손을 쥐고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담아 전진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껴야 할 우리들의 자랑과 특징, 장점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쉽게 단정적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생각과 행동, 말과 표현이 너무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우리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탓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먼저 우리의 감정적인 면(정서)를 잠시 짚으며 이야기를 꺼낸다.

예를 들자면 우리에게는 "정"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영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정이란 것은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고착된 것일까? 저자는 농경 사회를 중심으로 한 정착 사회가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집단적 거주 문화가 자리하면서 정이란 것이 타 민족에 비해 훨씬 중요한 것으로 자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론적 설명을 떠나, 정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단어이자 우리의 근원적 정서다. 이것이 바로 한국인의 힘이로 실체를 이루는 요소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계산을 정확히 하고 자기 중심적인 개인 주의를 지향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모습이 많다. 예를 들어 손님을 초대하여 파티를 한다면, 외국인들은 철저히 자기 중심적으로 대접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마실 것을 대접하여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로 맞는다. 돈을 지불할 때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미에서 봉투에 넣어 주지만 외국인들은 있는 그대로 사용하고 지불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점은 우리에게만 독특한 정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고대로부터 거울이나 칼, 다양한 물건 등을 이용해서 약속을 정하는 전통이 이어져 오면서, 법과 계약이 중요한 지금의 시대에도 법적인 계약서의 효력보다는 상대방과의 신뢰를 더 중시하는 맹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에게는 재물을 탐하지 않는 선비 정신이 있었다. 조선 세조 때, 재상인 이승소가 가까운 이웃을 모른 척 하며 사는 것을 보고 세조 역시 재물을 탐하는 신하에게 "신이 누구더라?"고 물으며 거리를 두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기본 재산이 수십억을 넘는 지금의 시대에는 다소 맞지 않는 면도 있겠지만, 물질주의에 빠져 선비 정신을 팽개치고 눈 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이들에겐 분명 따끔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

시간에 대해서는 어떨까? 외국인들의 눈에 항상 "빨리빨리"로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은 삶이 바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나라의 지리적 위치가 대륙과 바다를 잇는 길목이기에 이 길목 문화로서 과도 의식에 사로 잡혀 시간에 관한 개념이 짧아지고 삶이 각박하여 생존이 바쁘고 급해지면서 다음을 생각하기 어려운 근시안적이고 서두르는 모습이 자리하게 되었다는 것은, 단지 바쁘게 사는 우리의 모습을 변명하기 보다는 역사적으로 자리한 행동에 대해 은근한 서글픔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여기에도 단점이 있다. 시간의 가치를 판단할 때 시간의 절대적 가치를 무시하고 인간적인 면과 일을 중심으로 따지다 보니 오늘날의 서구적인 시간 관념이 필요한 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라고만 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로, 저자는 이에 대해 일 중심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싣고 있다.

직장 생활에 관해서라면 집단 의식을 빼놓을 수 없다. 담당자가 아닌 경우에는 나몰라라 하는 외국의 문화와 달리 우리는 동료가 처리해야할 일에 대해서도 회사를 또는 집단을 대신해서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잘못된 일에 대해 도의적 책임과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어떤 것이 더 인간적이고 발전적인 것인지는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집단 의식이 사회적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미덕으로 남아 있기에 지금의 우리 사회가 현재의 구조를 지탱하며 발전하고 있음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세번째 이야기는 명예에 대한 글이다. 팽형이란 것이 있다. 죄인을 뜨거운 물에 삶아서 죽이는 벌인데, 실제로 이것을 집행하지는 않고 미지근한 물에 얼굴을 넣어 시늉만 냈다고 한다. 그러나 죄인은 마치 죽은 것처럼 가족들에게 인계되어 죽을 떄까지 외부인과의 접촉이 금지되어 살았다고 하니, 명예를 중시하는 우리에게 있어 이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또한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끝까지 밝히려고 하는 외국인들과 달리 자살을 선택함으로써 억울함을 알리는 우리의 모습은 명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가져온 비극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는 모습이라든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보여주려는, 오해받기 쉬운 마음,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손님으로 오는 이에게 항상 따뜻하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의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따뜻한 전통이자 마음이라고 하겠다.

저자가 전하려는 말은 후반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의 무한한 잠재의식"이라는 제목의 5장에서는, 한국인의 다양한 장점을 보여준다. 자연을 벗삼아 사는 우리는 일본이나 서양과는 다른 자연 친화적인 민족이고, 여성들에게 선택권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 역시, 비록 가부장적 모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서양에 비해서는 훨씬 더 평등한 인간 관계이며, 원칙적이고 기계적이기 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경영하는 모습이 진정 잠재력을 발휘하여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류 의식에 젖은 우리들이 가끔 그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지막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동류 의식에 대한 우리 자신을 비웃기 보다는 그만큼 끈끈한 정으로 뭉친 우리들의 모습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한국인이 위대하다거나 한국인이 문제가 있다거나 어떤 점이 좋고 나쁘다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우리의 본질을 짚어봄으로써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여 시대에 맞는 한국인의 힘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 저자의 의도일 것이다. 한 세대를 앞서 간 분의 의미있는 교훈들을 되짚어 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새로운 모습의 우리들을 만들어가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저자 소개
http://people.naver.com/DetailView.nhn?frompage=nx_people&id=29368

저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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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천도교 역사의 재조명
황선희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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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책인가?

서양의 학문과 종교를 서학이라는 명칭으로 배척하던 조선 시대에, 그에 대응하는 민족적 종교를 창시하여 학문적으로 발전시켰으니, 이를 두고 동학이라고 한다. 동학은 천도교로 이어져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으로 자리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양한 종교의 보급과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분야에서도 뒤져 그 대중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 책은 동학과 천도교를 학술적으로 풀어서 그 역사를 짚어보고 있다. 대학교재로나 쓰일법한 어렵고 딱딱한 문장에다 원문을 인용할 때의 많은 한자어와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용어와 문장은 읽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여 학술적인 책으로 평가하게 하지만, 실상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동학과 천도교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시대에는 다양한 사상의 등장으로 대중화에 실패한 결과를 가져왔지만 동학이란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흔적을 남겼고 그간의 세월을 거치며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왔는지를 되짚어봄으로써 지금과 같은 가치관의 부재 시대에 다시 한번 그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어려운 내용을 가볍게 훑으며 대략 살펴보는 정도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2. 그 내용을 보자면

오랜만에 제법 어려운 책을 집어 들었다.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끝에, 학교에서 과제로 받는 요약 보고서의 개념으로 접근해 보았다. 즉 어려운 내용이 죽 이어지지만 실은 그 어려운 내용 모두를 이해하고 기억할 필요는 없이 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만을 추려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 접근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접근한 방법은 큰 구성을 파악하고 세부적 내용의 요약을 발췌하여 정리한 후에, 간단하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교훈만 뽑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하 내용은 이 책에서 간추린 부분별 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세한 내용과 동학의 학술적 원문이나 선인들의 말을 살펴보려면 당연히 책을 직접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동학의 사상에 대한 연구와 민족 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정리한다. 앞의 것이 1부이고 민족 운동에 관한 내용이 2부를 차지한다. 먼저, 사상의 연구 동향을 짚어본다. 동학 사상 연구는 "종교와 철학 분야"에서 주로 이루어졌는데 종교계의 문제 의식은, 신앙 차원에서 포교를 위한 교리 이해를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사상적 관점에서 동학사상의 본질과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한편 철학계에서는 인본주의 측면에서 동학사상 전반을 취급하였다.

1980년대 이전 연구를 보자면, 최제우의 후천개벽사상이 가장 대표적이다. 보국안민과 광제창생의 이상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상을 니체의 허무주의와 비교한 것은 흥미로운데, 니체는 현실적인 참여를 포기한 반면 최제우는 현실 참여를 의도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를 통해 갑오동학농민운동을 현실적 실천 행위로 규정하여 당위성을 강조했다.

90년대 역사철학적 시각에서 사회과학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이 시기 김창수의 견해가 특징적이다. "동학사상은 후천개벽이라는 반봉건적 사상을 기반으로 하므로 종교로 출발했지만 성격은 현실 부정적이고 변혁과 저항의 논리를 지닌 혁명 원리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녔으며 동학은 민중적 기반 위에 선 민족 종교이고 그 사상은 근대 민족사상"이라고 정의했다. 즉 90년대는 최제우, 최시형의 동학사상을 분석하거나 개괄적으로 성격을 규정하는 경향이 있고 동학 사상을 다른 학문에 다양하게 적용하려는 것이 대부분이고 천도교의 인내천사상 연구는 미흡했다. 저자는 이에 관한 연구를 이제부터 본격화할 차례라고 이야기한다.

동학사상 연구의 두 가지 문제점은, 동학사상과 동학운동에 관한 상보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과 대부분의 연구가 최제우 최시형의 동학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천도교 시기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제우는 서학에 대한 반감이 높고 위기 의식이 고조된 당시의 시대에 서학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동학에 의한 정신 무장이라는 생각에 따라 동학을 창도했다.  그는 서학을 천운과 결부시켜 비판하는 동시에 원시유학의 권위에 도전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탈중화(중국을 벗어나는 사상)를 표방하였다. 유교의 사회적 기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지적하고, 봉건 사회의 타락한 윤리를 부정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요구하며 인간성의 회복과 이상향의 건설을 추구한 혁명적인 역사관을 제시했으며, 이 동학사상의 핵심이 바로 후천개벽사상이다. 유교 이념에 따른 신분 차별을 부정하고 명분에만 급급한 조선의 성리학을 비판하여 형식적인 유교 이념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군자는 지벌이나 문장에 의한 것이아니라 도덕적 심성에 달렸다고 했다. 누구나 한울님을 내면화하여 도성덕립이 가능하며 인간 평등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시천주사상은 천주인 한울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고, 이는 서학에서 말하는 창조주로서의 천주와는 다른 개념이다. 천주의 존재를 믿되 강령 체험을 필수 조건으로 한 것도 특징적이다.

최시형은 시천주를 재해석하여 인간을 천주에 하듯 섬기라는 사인여천사상을 발전시켰다. 만물과 만사에 천주가 내재하므로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천주가 되므로 인간을 존중하고 자연을 애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세속적 일상을 시천주 행위로 격상시켜 민중이 군자가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양반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다.

또한, 동학의 민족종교로서의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7가지 계율을 정하여 지킬 것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군자로서의 인격 도야를 위한 수심정기의 일상적 윤리로서 천주에 대하여 지극한 성경의 실천을 중시한 것이다. "후천개벽을 위해서 물리적 힘으로 현실 개혁에 임하는 것보다 현실 극복의 정신적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전통 사상에 익숙한 조선사회에서 동학을 민족 민중종교로 토착화하고자 종교 의식 외에 유불선 사상을 일부 인정하면서 포용하는 입장에서 교리의 정리가 필요하였다. 유교의 인의예지와 삼강오륜의 실천을 계승하고 불교의 윤회사상을 계승하며 도교의 무위자연사상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손병희는 동학 교리의 철학적 재구성에 착수하였고 이 때부터 근대사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권위주의를 부정하고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동시에 화민속성에 의한 문명개화를 이룩하는 일에 동학교단이 주체가 될 것을 역설했다. 본격적으로 대중의 의식 개혁운동을 전개하여 현실의 모순과 정치 부패를 일소하고 신앙의 자유를 추구하며 자주 자강을 이룩하는 개화 운동에 목표를 두었다. 1902년 삼전론과 명리전을 발표하면서 개화운동을 전개, 그러나 아쉽게도 동학을 국교화하여 정치사상으로 하자는 주장 역시 전근대적 정치의식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1920년대에 이돈화가 주축이 되어 서구의 근대철학을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진화론에 의거하여 인내천을 논증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천도교의 교리를 현대사상화하는 과정에서 인내천신앙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 천도교의 현실 신비주의적 종교성을 부각시키고 인내천을 후천개벽의 사회사상으로 공론화하여 청년지식층을 천도교로 유인 흡수하였다. 이는 천도교에서 삼대 개벽사상으로 정리되는데, 기성사회의 도덕적 제도적 부조리에 저항하는 반항도덕과 현실 상황을 분석 비판하는 사람성자연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정신개벽을 이루는 것이다. 민족개벽은 민족의 생활 정도와 문화를 향상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세계일가주의를 지향한다. 현실적으로 사회는 개인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오히려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런  사회적 기현상은 사회가 권력으로 개인을 지배한 데서 야기된 상황이므로 사회적 모순을 비판하고 사회개벽을 제창하자는 것이다.

2부에서는 민족운동으로서의 동학과 천도교의 의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주로 1890년대 갑오동학농민운동의 성격 문제를 놓고 논쟁을 계속해왔으나 동학은 종교로 출발하여 종교 철학 및 사회사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정치성이 강화되었으므로 이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갑오동학농민운동을 동학으로부터 분리하고자 하는 논쟁이 계속되어 왔으나(네 가지 논점) 아직까지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태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종교로서의 동학이 민족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근거와 농민운동 당시의 동학의 사회사상화 단계를 파악하고 사상적 관점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다. 보국안민 광제창생을 위해 후천개벽운동을 추진했고 교리를 철학적으로 체계화하였으며 농민운동 과정에서 근대 민족운동의 성격을 찾을 수 있으므로 민족주의 운동의 일환에서 동학측이 주도한 정치 사회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1910년대 3.1운동에 대해 천도교의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천도교는 민족적 자주정신과 사회개혁사상을 함축하고 있었으므로 민족종교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천도교측에서는 민중시위운동을 계획하고 있었고 1918년말에 구체화되기 시작하여 3대원칙을 통해 평화적 독립운동 방법을 채택한다. 당시 교주의 권위, 조직, 자금 조성에서 유리했던 천도교가 3.1운동을 위한 민족연합전선의 결성을 주도했는데, 3.1운동의 정신은 비폭력적 민중시위운동으로 천도교의 후천개벽이라는 종교적입장과 교정일치의 사회적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의미를 되새기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3.1 운동의 정신과 동학의 정신은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학계에서는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논리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통해 동학이 끊임없이 민족사상과 근대화에 기여를 해왔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중세를 거쳐 디지털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과 종교, 사상의 발전은 계속되어 왔다. 어떤 것이 진리요 진실이고 어떤 것이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인지를 부정하기에 앞서, 적어도 우리 민족의 종교와 사상, 역사의 근간을 이루어온 동학에 대한 재조명은 민족 정신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마치 다양한 가치관에 묻혀 잊혀져가는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이처럼 새로운 시각에서 동학을 되짚어보는 시간은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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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포용의 힘
우종철 지음 / 신원문화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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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동양의 중심지로 자처하는 중국은, 예로부터 많은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왔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넓은 영토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하 가면 영웅이 등장하여 나라를 통일하고, 다시 세월이 흐르며 지도력이 미약해져 분열하고 통합하는 역사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다져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까이에 자리한 중국을 때론 거부하고 때론 흠모하면서 살아간다. 많은 이들이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와 넓은 영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문화에 대해서 존중을 표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 역사의 한 축을 차지했던 시대별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사로잡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춘추전국시대를 정리한 동주열국지나 후한 시대의 이야기를 적은 삼국지다.

중국 연변대학교 객좌교수를 지냈다는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차례대로 펼쳐 보이며, 그 역사의 장을 장식했던 위대한 군주와 그 군주가 있게 한 참모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가나 사업가는 물론이고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하는 시대 정신과 세상에 대한 포용력, 결단력을 이야기하며 오늘의 교훈으로 삼도록 제안한다.

많은 이들이 삼국지를 읽지만, 일부는 그저 흥미로, 일부는 논술 공부를 위해, 일부는 인물을 탐구하고자 책을 펴든다. 책을 본다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교훈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어떤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 진정 역사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모범적 삶인지를 깨닫자는 것이다. 삼국지 속의 등장 인물들이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극적인 감동을 주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역사의 한 축을 자리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배움으로써 오늘 우리가 위치한 곳에서 같은 역사를 만들어가도록 힘쓰자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가치관의 부재와 경제 위기로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 속에서 진정한 리더쉽과 시대의 요구를 깨닫고 배움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것이다.

저자는 주문왕과 태공망, 제환공과 관중, 월왕 구천과 범려, 한고조 유방과 장량, 촉한 유비와 제갈량, 당태종과 위징, 남송 고종과 악비, 칭기즈칸과 야율초재, 명태조 주원장과 유기의 관계를 소개하면서 간단하게 중국 역사를 살펴보고 군주의 역할과 참모의 인재상을 그리고 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머리말에도 있듯이 "원수라도 등용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포용력의 힘과 함께 현명한 지도가들이 인재를 구하고자 노력하고 그 인재가 결국 세상을 바꾸고 만들어간다는 사례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상(은)나라를 멸한 주나라가 분열되면서 춘추전국 시대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등장한 춘추5패는, 태공망의 후손이 다스리는 제나라에서 시작되었다. 이 제나라를 강성하게 한 인물이 바로 관중인데, 관중은 "관포지교"라는 말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였다"고 하며 포숙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인 관중은, 실은 제환공의 정적이었다. 자신에게 활을 쏜 관중의 인물 됨됨이를 알아보고 인재로 받아들인 제환공의 포용력과, 군주에게 충성을 다해 섬기며 나라의 발전과 민생을 위해 노력한 관중의 노력이 있었기에 제환공이 춘추5패의 선두에 자리하는 역사적 이름을 새길 수 있었던 것이다.

관중은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인재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주에게 대국을 경영할 만한 기량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천하에 인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인재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 좋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 좋고, 백 년의 계획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재가 없음을 걱정해야 합니다."는 말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사람"보다 물질과 돈을 더 인정하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사람의 중요성을 모르고 정치가와 사업가들은 사람을 그저 한 번 이용하는 도구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일을 만들고 해내는 것이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안다면 관중을 비롯한 역사의 인물들이 가졌던 인재상은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필요한 가치관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훌륭한 군주와 참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구천은 범려라는 뛰어난 참모를 가졌지만 결국은 역사에서 사라진 인물이 되었고, 제환공 역시 관중 사후에 뒤를 이을 사람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역경에 처했을 때는 이를 잘 극복했으나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안일한 판단과 해이한 마음으로 실책을 범했다."며 "오늘날의 국가 경영이나 기업 경영에도 통하는 귀중한 교훈이다."고 말하고 있다. 즉 참모의 능력과 노력이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채택하여 발전시켜가는 것은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과 리더쉽에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역사 속의 군주들은 훌륭한 인재를 만난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촉한을 세운 유비는 어려운 시절을 벗어나고자 인재를 찾아헤메다 사마휘와 서서의 추천으로 공명을 만나게 되고 삼고초려를 거치며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을 "수어지교"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내가 공명을 만난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이처럼 현명한 군주는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사람(인재)의 중요성을 충분히 깨닫고 있었기에 역사의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는 간단하게 중국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나와 있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한 장으로 연대기가 있다. 이 정도만으로 중국의 역사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중국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기에는 유용하다. 또한,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사성어와 그 의미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말이 등장하는데, 춘추시대의 관포지교, 오월동주, 토사구팽, 삼국시대의 수어지교, 읍참마속, 칠종칠금 등을 배울 수 있다.

칭기즈칸은 중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위대한 정복자이자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그에게 야율초재라는 이민족 출신의 참모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군주의 두뇌는 그 재상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모든 현명한 지도자에게는 훌륭한 참모가 있었다. 그 참모가 역사를 바꿀 위대한 포부를 갖고 변화에 동참했는지, 자신의 이익과 눈 앞의 편안함을 도모했는지, 그저 한 마디의 말로 고집스럽게 이론만을 내세우며 죽음을 향해 달려갔는지에 따라 역사는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그 지도자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역사는 말한다. 결국 지도자의 평가는 그의 판단력과 결단력에서 시작되는 역사를 통해 진행되지만 그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선택한 참모의 숨은 노력이었음을. 저자는 현명한 지도자라면 적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가져야 하고 참모는 그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오늘날의 많은 정치가와 사업가들이 시대에 우뚝 서려면 이러한 정신을 본받고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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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현한 오바마의 비결
Anthony Young 지음 / 비스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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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에서도 소수인종 출신의 대통령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인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 편으로 미국의 진정한 민주정치와 사회 분위기를 부러워하는 유럽인들은 이렇게 자문했다고 한다. 오바마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졌던 나로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마약을 접하기도 했고 방황하던 시절을 거친 그가 주류가 아닌 흑인이라는 출생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세계 최강의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스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다수 사람들에게 감동이자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많은 매체들은 오바마에 대해 다루었고 그에 관한 많은 출판물이 쏟아졌으며 사람들은 그에게서 뭔가를 배우고 그의 정신을 따르고자 했다. 그 유행이 잠시 주춤할 무렵,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이후의 이야기까지를 담은 한 권의 책이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일생과 사상, 정치적인 성공과 인간적인 면에 매력을 느낀 나로서는 몇 권의 서적을 읽어 보았지만, 모든 책들이 그러하듯 각각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진다. 오바마의 정치적 사상을 강조한 책이 있는가 하면 그의 일대기를 편하게 정리한 것도 있다. "꿈을 실현한 오바마의 비결"은, 오바마의 일생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정치인으로서 변화를 거치며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대통령 후보로 도전하고 당선되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중간중간에 그의 사상을 담아서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190여쪽의 얇은 책에 이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저자는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문을 진행하면서 등장하는 각종 용어와 생소한 말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설명해주는 친절함도 베풀고 있다. 선거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따로 찾아보지 않더라도 이 한권에 모두 넣었으니 한 권의 책으로 오바마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의 모습까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시도였다.

오바마는 어릴 적에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등을 겪으며 (일반적으로 보기에) 불행하고 복잡한 가정사를 거쳤다. 그럼에도 어머니의 훌륭한 가르침과 높은 교육열 덕분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들려준 "너는 할 수 있다 Yes, you can!"는 자신감 교육은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연설한 내용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 Yes, we can! "는 표현으로 바뀌어 등장하는데, 그의 일생 동안 정신적인 바탕이 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한 때 방황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을 느끼고 사회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인생을 느낀 그는 큰 결심을 하고 목표를 세워 노력한다. 그 덕분에 법대에 진학하여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법률 전문가로서 사회 활동과 교육을 병행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스승이 있듯이 오바마에게 있어서 고향인 케냐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오랫동안 정신적인 스승으로 그를 뒷받침해주었다. 어머니의 가르침과 아버지의 정신적 후원 덕분에 힘든 배경을 모두 참고 견디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 시절에 내세운 "변화"라는 주제는 사실 그의 인생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흐름이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고서도 변화를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는데, "보다 폭 넓은 시각에서 정치를 바라다보는 그의 입장의 핵심은 기성정치의 체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는 말로 당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기회는 "담대한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게 된 일이었다. 여기서 그는 외할아버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엮어 미국의 변화와 통합을 주장한다. "진보의 미국이나 보수의 미국이란 없다. 미합중국이 있을 뿐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나뉜 것은 물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부자를 위한 정책 등 다양하게 숨어 있는 사회 곳곳의 모든 갈등과 모순을 없애고 평등하게 함께 살면서 행복을 누리고 그 힘을 모아 국가 발전에도 이바지하자는, 다소 이상적인 그의 주장과 정치 사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그의 마음 속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변화와 통합을 주장하던 그는 결국 연방 상원의원으로 진출하여 다양한 입법 활동을 펼치고 국정 경험을 쌓은 후 대통령에 출마한다.

이 책은 여러 단편적인 소재들을 짧게 끊어서 들려준다. 모두 21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앞부분은 오바마의 성장 배경, 중간은 정치 입문과 변화의 시기, 마지막으로 대통령 당선과 그 이후 이야기, 그리고 오바마의 가치관과 사상에 대한 설명이다. 오바마는 특히 연설 능력이 뛰어나 사람을 감동시키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그의 당선 소감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미국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나라를 세운 우리 건국자들의 꿈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 민주주의가 해낼 수 있는 역량에 의문을 품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밤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한 여러분들이 바로 그 의문들에 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미국의 진정한 힘은 군사력이나 부유함에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자유, 기회 그리고 불굴의 희망에서 나온다. 미국 사회가 약속하는 이런 소중한 가치들을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이룩해 내는데 미국의 비범함이 존재한다." 그가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변화"와 "할 수 있다"는 정신은 단순히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기본적인 정신에서 온 것이기에 앞으로 미국에서의, 세계에 대한 그의 뛰어난 활동이 기대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바마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주제, 방법, 리더쉽이다. 다시 말해서 목표를 정확히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고자 실천했으며, 어릴적부터 가져온 진실한 인격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오바마의 일생을 통해 이러한 가치를 하나씩 분석하고 가르침을 주지는 않지만 그가 살아온 과정과 정치인으로서의 성공,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가치들은 보여준다.

본문을 풀어가며 다양한 용어를 설명하고 관련 사진이나 자료를 추가한 것도 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 요소이며, 부록으로 붙어 있는 명언과 연설문은 두고두고 참고할 만하다. 부록에 실린 오바마의 명언 중 한 가지를 골라본다. "변화란 다른 사람이나 다른 때를 기다려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변화의 주인공드른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는 바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에도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통해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신의 소유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비록 멀리 미국의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지만 올바른 정신과 목표 의식을 갖고 현실에서 노력하면 결국 훌륭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음을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오바나는 역사를 바꾼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그가 할 수 있었듯 우리도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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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유정식 지음 / 지형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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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미래는 항상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이지만 그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미래는 늘 "불확실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정의하고자 저마다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는데, 엘빈토플러와 같이 경영학의 대가들은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제시하는가 하면 빌게이츠와 같은 기술을 겸한 경영자는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하는 미래를 점치기도 하는 것이다. 미래학은 별도의 학문으로 교육되거나 뚜렷한 한 분야로 인정받아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또 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것은, 흐르는 시간의 연장선으로 항상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예측하거나 대비하려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자세일 것이다.

흔히 시나리오라고 하면 영화 등을 제작함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등장인물과 중심 이야기(story)를 엮어서 정리한 대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시나리오는 기업이나 개인 등이 어떤 문제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양한 경우에 따라 분류하고 그에 맞는 대처 방안이나 해결책을 정리한 것을 말한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미래는 어떨 것이다"라는 미래학이나 전망과는 다르게, 미래의 변화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정리한 후 각각에 대한 철저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여 문제를 최소화하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체계적인 방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미래에 대한 자세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은 참가자, 지식,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요인들의 상호 작용이 클수록 불확실성도 커진다. 즉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예를 들어 동전의 한 면을 추측하는 경우 이는 어떤 면이 될 것인지에 대해 50%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내기를 해서 이길 수 있는 확률도 50%나 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개별 동인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확률이 동일하거나 기존의 경험과 상식을 깨고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 관계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즉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제안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실적 답을 마련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임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방법을 보자.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전통이나 사례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회귀분석"을 이용한다. 이 방법에 있어서 치명적 결점은 과거와 미래의 배경(바탕)이 같다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래의 배경이나 환경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예측 방식은 근본적인 단계에서 잘못된 것이다. 예측과 시나리오는 비슷한 의미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예측은 단순한 예상이 아니라 미래의 상황을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치화하여 그것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반면에 시나리오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인정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여 대비하는 것으로, 이는 단순히 여러 예측안을 준비해두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과도 다르다. 단순히 숫자를 쪼개어 여러 안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사고를 더하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석유 시추 업체들이 미래의 상황에 대비하여 여러 전략을 수립했지만 정책의 변화로 모두 실패한 결과를 만들었는데 이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아니라 단순한 여러 예측을 준비한 것에 불과하다. 저자는 도입부에서 시나리오와 예측의 여러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시나리오는 "아무도 미래를 예측하거나 예언하지 못한다는 한계에서 출발하여, 미래의 서로 다른 스토리들을 찾아서 기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먼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퓨처 포워딩과 미래의 어떤 상황을 가정하여 거꾸로 현재까지를 정리하는 퓨처 백워딩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전자에 해당하는 퓨처 포워딩을 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진행하는데 7 단계가 있다고 한다. (1) 핵심 이슈 선정 : 무엇을 의사결정할 것인가. (2) 의사결정요소 도출 : 무엇을 알아야 의사결정할 수 있는가? (3) 변화동인 규명 : 변화동인은 어떠하며,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4) 시나리오 도출 : 의미 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5) 시나리오 쓰기 :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서술할 수 있는가? (6) 대응전략 수립 :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7) 모니터링,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까? 등이다.

저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여자 친구를 만나서 청혼하고자 하는 길동에게 회사의 상사가 업무를 지시한다. 주어진 시간 내에 과제를 해결하고 막힌 도로를 지나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여 멋지게 청혼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이용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실체를 파악해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간단한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구축함으로써,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기본 개념을 확실하게 심어준다.

책의 2부에서는 실무적인 단계에서 시작하여 시나리오 플래닝의 각 단계를 상세히 설명한다. 다양한 그림과 사례, 예제를 통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단계별로 완성해가는데, 경우에 따라서 비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어떤 일(단순히 기업 경영이나 기획이 아닌 일상 생활 속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대비하거나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전략은 매우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국내 여러 기업들이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채택했다는 이 전략에 대한 홍보가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실은 이 책의 도입부만 보더라도 충분이 이해할 수 있고,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오히려 더 깊이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경영, 정치적인 전망, 경제 흐름 분석, 심지어 앞의 사례에 나왔던 개인적인 약속이나 계획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상황을 겪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하거나 예상하면서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직관에 따라 분석하고 전망하려하고 어떤 이는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적인 연장선을 그리려 하고 또 어떤 학자는 통계와 수치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저자는 이런 상황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준비해야 함을 이야기하며, 그 대안을 준비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을 다양한 그림과 설명, 사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을 읽듯이 한번 훑어보는 정도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런 내용의 기획 분석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이나 문장의 기술이 학술적이기 보다는 실생활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펼치면서 단계별로 접근해가고 있으므로 반복해서 읽고 나면 분명 새로운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엘빈토플러, 빌게이츠의 저서는 물론이고, 최근에 발표된 마이크로트렌드라든지 퓨처와이즈 등의 미래에 관한 전망이나 예상, 변화 등을 이야기하는 책들, 즉 "미래학"이나 그 유사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을 매우 좋아하며 스스로도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획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게된 이 책은, 그동안 내가 해오던 일에 대한 접근 방식과 기획 과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익숙함과 함께 체계적이지 못하고 본능과 직관에 따라 움직이던 방식에 체계적인 정리를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더 반갑고 흥미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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