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
유정식 지음 / 지형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미래는 항상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이지만 그 형태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미래는 늘 "불확실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정의하고자 저마다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는데, 엘빈토플러와 같이 경영학의 대가들은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제시하는가 하면 빌게이츠와 같은 기술을 겸한 경영자는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하는 미래를 점치기도 하는 것이다. 미래학은 별도의 학문으로 교육되거나 뚜렷한 한 분야로 인정받아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또 이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것은, 흐르는 시간의 연장선으로 항상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예측하거나 대비하려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자세일 것이다.

흔히 시나리오라고 하면 영화 등을 제작함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등장인물과 중심 이야기(story)를 엮어서 정리한 대본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시나리오는 기업이나 개인 등이 어떤 문제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양한 경우에 따라 분류하고 그에 맞는 대처 방안이나 해결책을 정리한 것을 말한다.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미래는 어떨 것이다"라는 미래학이나 전망과는 다르게, 미래의 변화나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정리한 후 각각에 대한 철저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여 문제를 최소화하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체계적인 방법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미래에 대한 자세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은 참가자, 지식, 커뮤니케이션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요인들의 상호 작용이 클수록 불확실성도 커진다. 즉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 가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예를 들어 동전의 한 면을 추측하는 경우 이는 어떤 면이 될 것인지에 대해 50%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내기를 해서 이길 수 있는 확률도 50%나 되는 것이다. 불확실성은 "개별 동인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경우의 확률이 동일하거나 기존의 경험과 상식을 깨고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 관계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즉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불확실성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제안하고 그에 대비하는 현실적 답을 마련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임을 이야기한다.

기존의 방법을 보자.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전통이나 사례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회귀분석"을 이용한다. 이 방법에 있어서 치명적 결점은 과거와 미래의 배경(바탕)이 같다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래의 배경이나 환경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예측 방식은 근본적인 단계에서 잘못된 것이다. 예측과 시나리오는 비슷한 의미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예측은 단순한 예상이 아니라 미래의 상황을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치화하여 그것을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반면에 시나리오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인정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여 대비하는 것으로, 이는 단순히 여러 예측안을 준비해두고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과도 다르다. 단순히 숫자를 쪼개어 여러 안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사고를 더하여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석유 시추 업체들이 미래의 상황에 대비하여 여러 전략을 수립했지만 정책의 변화로 모두 실패한 결과를 만들었는데 이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아니라 단순한 여러 예측을 준비한 것에 불과하다. 저자는 도입부에서 시나리오와 예측의 여러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시나리오는 "아무도 미래를 예측하거나 예언하지 못한다는 한계에서 출발하여, 미래의 서로 다른 스토리들을 찾아서 기술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먼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퓨처 포워딩과 미래의 어떤 상황을 가정하여 거꾸로 현재까지를 정리하는 퓨처 백워딩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전자에 해당하는 퓨처 포워딩을 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진행하는데 7 단계가 있다고 한다. (1) 핵심 이슈 선정 : 무엇을 의사결정할 것인가. (2) 의사결정요소 도출 : 무엇을 알아야 의사결정할 수 있는가? (3) 변화동인 규명 : 변화동인은 어떠하며, 핵심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4) 시나리오 도출 : 의미 있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5) 시나리오 쓰기 :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서술할 수 있는가? (6) 대응전략 수립 : 미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7) 모니터링,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까? 등이다.

저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시나리오 플래닝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여자 친구를 만나서 청혼하고자 하는 길동에게 회사의 상사가 업무를 지시한다. 주어진 시간 내에 과제를 해결하고 막힌 도로를 지나 시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여 멋지게 청혼에 성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이용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실체를 파악해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간단한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구축함으로써,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기본 개념을 확실하게 심어준다.

책의 2부에서는 실무적인 단계에서 시작하여 시나리오 플래닝의 각 단계를 상세히 설명한다. 다양한 그림과 사례, 예제를 통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단계별로 완성해가는데, 경우에 따라서 비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어떤 일(단순히 기업 경영이나 기획이 아닌 일상 생활 속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대비하거나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이 시나리오 플래닝의 전략은 매우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국내 여러 기업들이 경제위기의 해법으로 채택했다는 이 전략에 대한 홍보가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실은 이 책의 도입부만 보더라도 충분이 이해할 수 있고,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오히려 더 깊이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 경영, 정치적인 전망, 경제 흐름 분석, 심지어 앞의 사례에 나왔던 개인적인 약속이나 계획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상황을 겪고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하거나 예상하면서 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직관에 따라 분석하고 전망하려하고 어떤 이는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적인 연장선을 그리려 하고 또 어떤 학자는 통계와 수치를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저자는 이런 상황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준비해야 함을 이야기하며, 그 대안을 준비하고 정리해가는 과정을 다양한 그림과 설명, 사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소설을 읽듯이 한번 훑어보는 정도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런 내용의 기획 분석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면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설명이나 문장의 기술이 학술적이기 보다는 실생활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펼치면서 단계별로 접근해가고 있으므로 반복해서 읽고 나면 분명 새로운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엘빈토플러, 빌게이츠의 저서는 물론이고, 최근에 발표된 마이크로트렌드라든지 퓨처와이즈 등의 미래에 관한 전망이나 예상, 변화 등을 이야기하는 책들, 즉 "미래학"이나 그 유사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을 매우 좋아하며 스스로도 미래에 대한 전망과 기획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게된 이 책은, 그동안 내가 해오던 일에 대한 접근 방식과 기획 과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익숙함과 함께 체계적이지 못하고 본능과 직관에 따라 움직이던 방식에 체계적인 정리를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더 반갑고 흥미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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