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포용의 힘
우종철 지음 / 신원문화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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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동양의 중심지로 자처하는 중국은, 예로부터 많은 역사의 흐름과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왔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넓은 영토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하 가면 영웅이 등장하여 나라를 통일하고, 다시 세월이 흐르며 지도력이 미약해져 분열하고 통합하는 역사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다져왔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까이에 자리한 중국을 때론 거부하고 때론 흠모하면서 살아간다. 많은 이들이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역사와 넓은 영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문화에 대해서 존중을 표하기도 한다. 특히 중국 역사의 한 축을 차지했던 시대별 이야기는 우리 모두를 사로잡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춘추전국시대를 정리한 동주열국지나 후한 시대의 이야기를 적은 삼국지다.

중국 연변대학교 객좌교수를 지냈다는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차례대로 펼쳐 보이며, 그 역사의 장을 장식했던 위대한 군주와 그 군주가 있게 한 참모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가나 사업가는 물론이고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하는 시대 정신과 세상에 대한 포용력, 결단력을 이야기하며 오늘의 교훈으로 삼도록 제안한다.

많은 이들이 삼국지를 읽지만, 일부는 그저 흥미로, 일부는 논술 공부를 위해, 일부는 인물을 탐구하고자 책을 펴든다. 책을 본다는 것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교훈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어떤 가치관에 따라 사는 것이 진정 역사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모범적 삶인지를 깨닫자는 것이다. 삼국지 속의 등장 인물들이 한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극적인 감동을 주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역사의 한 축을 자리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배움으로써 오늘 우리가 위치한 곳에서 같은 역사를 만들어가도록 힘쓰자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가치관의 부재와 경제 위기로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 속에서 진정한 리더쉽과 시대의 요구를 깨닫고 배움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것이다.

저자는 주문왕과 태공망, 제환공과 관중, 월왕 구천과 범려, 한고조 유방과 장량, 촉한 유비와 제갈량, 당태종과 위징, 남송 고종과 악비, 칭기즈칸과 야율초재, 명태조 주원장과 유기의 관계를 소개하면서 간단하게 중국 역사를 살펴보고 군주의 역할과 참모의 인재상을 그리고 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머리말에도 있듯이 "원수라도 등용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포용력의 힘과 함께 현명한 지도가들이 인재를 구하고자 노력하고 그 인재가 결국 세상을 바꾸고 만들어간다는 사례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상(은)나라를 멸한 주나라가 분열되면서 춘추전국 시대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등장한 춘추5패는, 태공망의 후손이 다스리는 제나라에서 시작되었다. 이 제나라를 강성하게 한 인물이 바로 관중인데, 관중은 "관포지교"라는 말을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였다"고 하며 포숙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인 관중은, 실은 제환공의 정적이었다. 자신에게 활을 쏜 관중의 인물 됨됨이를 알아보고 인재로 받아들인 제환공의 포용력과, 군주에게 충성을 다해 섬기며 나라의 발전과 민생을 위해 노력한 관중의 노력이 있었기에 제환공이 춘추5패의 선두에 자리하는 역사적 이름을 새길 수 있었던 것이다.

관중은 "천하를 얻으려면 먼저 인재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주에게 대국을 경영할 만한 기량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천하에 인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인재를 적절히 쓰는 군주가 없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이 좋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 좋고, 백 년의 계획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천하에 재물이 모자람을 걱정하지 말고 재물을 분배할 인재가 없음을 걱정해야 합니다."는 말로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사람"보다 물질과 돈을 더 인정하는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사람의 중요성을 모르고 정치가와 사업가들은 사람을 그저 한 번 이용하는 도구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일을 만들고 해내는 것이 사람에게 달려 있음을 안다면 관중을 비롯한 역사의 인물들이 가졌던 인재상은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필요한 가치관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훌륭한 군주와 참모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구천은 범려라는 뛰어난 참모를 가졌지만 결국은 역사에서 사라진 인물이 되었고, 제환공 역시 관중 사후에 뒤를 이을 사람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저자는 이에 대해 "역경에 처했을 때는 이를 잘 극복했으나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안일한 판단과 해이한 마음으로 실책을 범했다."며 "오늘날의 국가 경영이나 기업 경영에도 통하는 귀중한 교훈이다."고 말하고 있다. 즉 참모의 능력과 노력이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채택하여 발전시켜가는 것은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과 리더쉽에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역사 속의 군주들은 훌륭한 인재를 만난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촉한을 세운 유비는 어려운 시절을 벗어나고자 인재를 찾아헤메다 사마휘와 서서의 추천으로 공명을 만나게 되고 삼고초려를 거치며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과정을 "수어지교"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내가 공명을 만난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는 의미다. 이처럼 현명한 군주는 훌륭한 인재를 알아보고 사람(인재)의 중요성을 충분히 깨닫고 있었기에 역사의 평가를 받는 인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는 간단하게 중국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나와 있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한 장으로 연대기가 있다. 이 정도만으로 중국의 역사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중국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기에는 유용하다. 또한,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사성어와 그 의미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도 다양한 말이 등장하는데, 춘추시대의 관포지교, 오월동주, 토사구팽, 삼국시대의 수어지교, 읍참마속, 칠종칠금 등을 배울 수 있다.

칭기즈칸은 중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위대한 정복자이자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그에게 야율초재라는 이민족 출신의 참모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군주의 두뇌는 그 재상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모든 현명한 지도자에게는 훌륭한 참모가 있었다. 그 참모가 역사를 바꿀 위대한 포부를 갖고 변화에 동참했는지, 자신의 이익과 눈 앞의 편안함을 도모했는지, 그저 한 마디의 말로 고집스럽게 이론만을 내세우며 죽음을 향해 달려갔는지에 따라 역사는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 그 지도자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역사는 말한다. 결국 지도자의 평가는 그의 판단력과 결단력에서 시작되는 역사를 통해 진행되지만 그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선택한 참모의 숨은 노력이었음을. 저자는 현명한 지도자라면 적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가져야 하고 참모는 그 지도자에게 충성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오늘날의 많은 정치가와 사업가들이 시대에 우뚝 서려면 이러한 정신을 본받고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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