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가지 위대한 결정
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송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출간 직후에 신문에서 읽은 서평과 제목의 느낌 때문이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성공적인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기업이나 개인, 그리고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기대되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을 선택한 나의 결정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껍고 깔끔한 책의 겉모습과 다소 비싼 가격,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성공 예감'은 내용에 비해서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책의 실제 내용은 묵직하고 체계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가볍다. 내가 기대했던 성공적인 결정의 과정과 배경, 그리고 성공 후의 이야기들은 너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지적하고 진행하는 방식은, 실제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잠깐 시간을 내어 보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일반 독자에겐 너무 겉핥기 식인 것 같아 아쉽다. 그저 성공적인 결정의 개념만을 심어주는데 그친다고 해야하겠다.

게다가 저자는 머리말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정을 선별해서 골랐다고 하지만, 과연 그 결정들이 '성공'만을 가져왔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본문에서도 나오듯이 성공적인 결정은 일시적인 성공이나 발전을 가져다주지만 때론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지속적인 노력없이는 또다시 쇠퇴하는 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말한 '가장 성공적인 결정'은 부분적으로만 맞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선별 작업은 저자나 관련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많이 의존한 결과이기도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가졌던 생각은 과연 성공적인 결정이 현재 상태에서 성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해답은 '아니오'이다. 어떤 사건이나 결정이 성공이나 실패로 평가받으려면 시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른 후에 그것은 성공이 되기도 하고 실패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성공은 다시 실패가 되기도 하고 실패가 성공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배울 점이나 내용을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역사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사건과 결정'에 어떤 것이 있었고 그것이 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영향을 주었고,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에 만족한다면 이 책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나의 평가는 그렇다.

(너무 길어서 다음으로 넘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제1권 - 도원에 피는 의(義)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8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앞의 서평에서 이어짐)

그러나, 이 책이 순수 창작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몇 가지 삼국지를 읽어보았지만, 이문열의 삼국지는 다른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실제 역사를 근거로 해서 민간에 전해지는, 그리고 사실로 남은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꾼의 작품이다. 이것이 마치 국내에서 작가(번역가)의 창작품인 것처럼 이해되는 것은 문제가 있겠다. 그 평가가 어떻든, 작가(번역가)의 노력은 사실 매우 훌륭하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다른 책과 달리 뛰어난 몇 가지 이유는, 첫째 도입부와 결말 부분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다. 자연스럽게 글을 풀어가는 문체와 과감한 비평은 독자가 글에 묻히지 않고 쉬어가게 해준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점은, 인물의 등장 배경과 일관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떤 삼국지를 읽으면 인물의 이름이 잘못 기재되거나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물의 등장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인물까지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추가된 삽화와 작가의 문체 역시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삼국지를 읽고 나면 우리의 정치 현실이나 국제 정세에도 비유해보곤 한다. 나는 심지어 삼국지의 정세를 우리 나라의 지리적 상황에 맞춰보곤 했다. 다양한 인물의 사상과 인생, 뒤바뀌는 역사와 정세. 이런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이 주는 교훈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을 듯하다. 비록 특정 집단(국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현대 사회에 맞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고 조조와 같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견해도 많지만, 어쨌든 이 책은 어떤 한 인물이나 특정 사건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지 제1권 - 도원에 피는 의(義)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8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의 문제로 고민이 많던 중, 우연히 삼국지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한동안 책에 푹 빠져 지냈다. 그 전에 듣기로도 삼국지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고 세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필독서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접한 후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이 책을, 나는 그 후로 여러번 읽었고 지금까지도 1-2년에 한번 정도씩 읽고 있다. 중간에 이 책(이문열의 평역 삼국지)이 출간되어 새롭게 구입한 것을 포함해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목표했던 세 번을 훨씬 지나서 지금까지 이미 16번을 읽었으니, 앞으로도 이 책은 꾸준히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유명한 책이다. 삼국지에 대해선 다른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어찌보면 뻔한 내용의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삼국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를 내가 느낀대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먼저, 삼국지는 가장 많은 인물이, 그것도 대부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이런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 결정, 인생 등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 관계를 배울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 관계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많은 의미를 주는 것이다.

삼국지를 읽고 나면 좀 더 큰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넓은 대륙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관심없는 이들이 읽기에는 남자들의 따분한 전쟁 이야기에 그칠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긴 세월 동안의 역사는 하루 하루의 생활에 찌들려 작은 것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삼국지는 문학 작품이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국내 최고의 작가가 번역하고 다듬고 보완했다는 사실과 누구나 읽어야 한다는 신문 지상의 상업 광고를 제쳐두고라도, 삼국지는 다른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점에서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치밀한 계략과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 하고 때로는 감동을 가져다 주고 때로는 아쉬움을 주면서,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읽는 이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리가 비록 삼국지의 실제 배경이 된 역사를 가진 중국인이 아닐지라도,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관우, 유비, 장비의 끈끈한 형제애에 감동하고 그들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제갈공명의 지략과 조운의 충성, 마초의 용기를 존경하게 된다.

(너무 길어서 다음 편으로 넘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기사는 돈이다 - 알기쉬운 경제이야기 1
김영진.송양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경제 생활, 주식, 채권, 환율, 보험, 세금, 부동산 등의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외에도, 특히 현직 경제 전문 기자들이 함께 집필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경제 입문서이자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신문에서 정치나 연예, 국제, 사회 등의 특정 주제만 골라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경제면을 반드시 살펴본다.

최근에는 경제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없이는 업무에서나 생활에서나 개인적으로나 불편하고 불리한 점이 많은 세상이 되었기에 경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그러나, 특별히 경제에 관한 교육을 받거나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경제면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나 기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경제에 관심이 많고 경제면의 기사를 탐독하는 독자를 배려해서 다양한 주제와 깊이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가 다양하다고 해서 간단한 개념만 설명하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내용과 보충 설명을 제공하므로, 단순히 경제 기사를 읽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친 상식을 넓히고 지식을 쌓는데에도 도움이 된다. 2001년 개정판이므로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 보완되어 재구성되었다는 점에서도 가치있다. 그러나, 경제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아는 것이 없다면 읽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경제 입문서임에도 재미있게 읽을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들의 아버지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궁극적인 세 가지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누구인가. 이렇게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답게 독특함이 느껴지는 역작이다. 작가는 국내에 소개된 '개미'라는 작품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개미', '타나토노트',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독특한 세계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작가는 예리한 관찰력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력을 통해 현대 사회를 간접적으로 빗대어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한번씩 오가면서 진행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흔히 사용하는 이런 구성은 작품에 긴장감을 더하고 글에서 동시성을 제공하여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표지의 설명과 달리,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장면은 뭔가 흥미로운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지만, 실제로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일정하다.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은 고생물학이라는 분야와 관련된 내용의 서술에 있다고 해야겠다. 소설이라고 느끼기엔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학술적인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소설에서 이런 내용을 접한다는 점은 색다른 경험을 준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세심한 관찰력을 통한 장면 묘사도 훌륭하다.

작가는 '이지도르'라는 인물을 통해서 결론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주위의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용이 따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생물학에 관한 설명과 세세한 묘사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또한, 대중 소설(특히 번역 작품)에서 찾아보기 드문 우리말의 사용도 작품을 어렵게 만든다. 불어를 모르기 때문에 원어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번역 작품에서 굳이 무녀리, 툽상스럽다, 무람없다, 웅숭깊다, 주억거린다 등의 우리말을 사용한 것은 번역자의 뛰어난 문학적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읽는 이를 당황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많은 책을 접한 독자들은 우리말 표현을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억지인 듯한 우리말은 때로는 어렵기까지 하다. 이런 표현이 작품의 이해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눈에 불편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다시한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개미'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함은 '타나토노트'에서 다소 지루한 느낌으로 변했고, 이 작품에 이르러서는 계속되는 지루함과 따분함이 되어 버렸다. 새로운 작품에서 작가의 또다른 변화를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