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제1권 - 도원에 피는 의(義)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8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앞의 서평에서 이어짐)

그러나, 이 책이 순수 창작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몇 가지 삼국지를 읽어보았지만, 이문열의 삼국지는 다른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실제 역사를 근거로 해서 민간에 전해지는, 그리고 사실로 남은 다양한 이야기를 엮은 이야기꾼의 작품이다. 이것이 마치 국내에서 작가(번역가)의 창작품인 것처럼 이해되는 것은 문제가 있겠다. 그 평가가 어떻든, 작가(번역가)의 노력은 사실 매우 훌륭하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다른 책과 달리 뛰어난 몇 가지 이유는, 첫째 도입부와 결말 부분에 들어 있는 내용들이다. 자연스럽게 글을 풀어가는 문체와 과감한 비평은 독자가 글에 묻히지 않고 쉬어가게 해준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점은, 인물의 등장 배경과 일관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어떤 삼국지를 읽으면 인물의 이름이 잘못 기재되거나 혼란스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물의 등장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인물까지도 정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추가된 삽화와 작가의 문체 역시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삼국지를 읽고 나면 우리의 정치 현실이나 국제 정세에도 비유해보곤 한다. 나는 심지어 삼국지의 정세를 우리 나라의 지리적 상황에 맞춰보곤 했다. 다양한 인물의 사상과 인생, 뒤바뀌는 역사와 정세. 이런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이 주는 교훈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을 듯하다. 비록 특정 집단(국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현대 사회에 맞지 않고 너무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고 조조와 같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견해도 많지만, 어쨌든 이 책은 어떤 한 인물이나 특정 사건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읽어야 하는 책이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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