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아버지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궁극적인 세 가지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누구인가. 이렇게 철학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답게 독특함이 느껴지는 역작이다. 작가는 국내에 소개된 '개미'라는 작품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개미', '타나토노트',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독특한 세계는 흥미롭고 재미있다. 작가는 예리한 관찰력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력을 통해 현대 사회를 간접적으로 빗대어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한번씩 오가면서 진행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흔히 사용하는 이런 구성은 작품에 긴장감을 더하고 글에서 동시성을 제공하여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표지의 설명과 달리,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장면은 뭔가 흥미로운 사건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지만, 실제로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일정하다.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은 고생물학이라는 분야와 관련된 내용의 서술에 있다고 해야겠다. 소설이라고 느끼기엔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학술적인 내용들이 자주 등장한다. 소설에서 이런 내용을 접한다는 점은 색다른 경험을 준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세심한 관찰력을 통한 장면 묘사도 훌륭하다.

작가는 '이지도르'라는 인물을 통해서 결론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 주위의 것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용이 따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생물학에 관한 설명과 세세한 묘사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또한, 대중 소설(특히 번역 작품)에서 찾아보기 드문 우리말의 사용도 작품을 어렵게 만든다. 불어를 모르기 때문에 원어가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번역 작품에서 굳이 무녀리, 툽상스럽다, 무람없다, 웅숭깊다, 주억거린다 등의 우리말을 사용한 것은 번역자의 뛰어난 문학적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읽는 이를 당황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많은 책을 접한 독자들은 우리말 표현을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억지인 듯한 우리말은 때로는 어렵기까지 하다. 이런 표현이 작품의 이해에 방해가 되지는 않지만 눈에 불편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다시한번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개미'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신선함은 '타나토노트'에서 다소 지루한 느낌으로 변했고, 이 작품에 이르러서는 계속되는 지루함과 따분함이 되어 버렸다. 새로운 작품에서 작가의 또다른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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