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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제1권 - 도원에 피는 의(義) ㅣ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원작, 이문열 평역 / 민음사 / 198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과의 문제로 고민이 많던 중, 우연히 삼국지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한동안 책에 푹 빠져 지냈다. 그 전에 듣기로도 삼국지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고 세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필독서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접한 후의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이 책을, 나는 그 후로 여러번 읽었고 지금까지도 1-2년에 한번 정도씩 읽고 있다. 중간에 이 책(이문열의 평역 삼국지)이 출간되어 새롭게 구입한 것을 포함해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목표했던 세 번을 훨씬 지나서 지금까지 이미 16번을 읽었으니, 앞으로도 이 책은 꾸준히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유명한 책이다. 삼국지에 대해선 다른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어찌보면 뻔한 내용의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삼국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를 내가 느낀대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먼저, 삼국지는 가장 많은 인물이, 그것도 대부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이런 인물들의 심리와 행동, 결정, 인생 등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 관계를 배울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 관계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많은 의미를 주는 것이다.
삼국지를 읽고 나면 좀 더 큰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넓은 대륙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관심없는 이들이 읽기에는 남자들의 따분한 전쟁 이야기에 그칠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긴 세월 동안의 역사는 하루 하루의 생활에 찌들려 작은 것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삼국지는 문학 작품이다. 그리고 재미가 있다. 국내 최고의 작가가 번역하고 다듬고 보완했다는 사실과 누구나 읽어야 한다는 신문 지상의 상업 광고를 제쳐두고라도, 삼국지는 다른 어느 소설보다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점에서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치밀한 계략과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 하고 때로는 감동을 가져다 주고 때로는 아쉬움을 주면서,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읽는 이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리가 비록 삼국지의 실제 배경이 된 역사를 가진 중국인이 아닐지라도,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관우, 유비, 장비의 끈끈한 형제애에 감동하고 그들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제갈공명의 지략과 조운의 충성, 마초의 용기를 존경하게 된다.
(너무 길어서 다음 편으로 넘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