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입 창비시선 245
천양희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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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모든 생은 자기에 이르는 길이었습
니다 길의
모든 것은 걷고 싶지 않아도 걷게 되는 것입니다 들판 너머 길 하나
산 너머 길 바라다봅니다 길의 끝은 멀고 그리고 가파릅니다

- 천양희, ‘뒷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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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아의 정의는 인간의 경험에 관한 연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정신만이 홀로 끊임없이 상像image을 그리게 되며 또한 그 상이 인간에게 (문자 그대로) 상상력imagination을 줌으로써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훨씬 풍부한 경험의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체스를 하는 사람처럼 인간은 아직 두지 않은 수를 생각하고 계획한다.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있는 수는 아직 체스판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 게임에 속하는 것이다.

회상과 환상 사색과 선견先見에 있어서 인간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아직 사건으로서 우리 눈앞에 전개되지 않은-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자아란 육체적·정신적으로 그의 모든 경험들을 지식으로서 고정시키는 과정이다. 인간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성질이다. 바로 이 것이 나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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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두 개의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을 능가해왔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말을 위한 언어-뿐 아니라 머리 안에서 여러 개념을 조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사고를 위한 언어-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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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깊은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 시는 어떤 해결책을 배우기 위한 연습일 수 없으며 또한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행동이 다른 종류의 행동보다 더 낫다고 선택할 것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시로부터 얻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느냐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시는 우리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화시키고 내 자신 안에서 그들의 딜레마를 발견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느냐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시에서 배우는 것은 바로 자아에 관한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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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 펭귄클래식 105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명복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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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모든 것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경멸과 칭송, 사랑과 증오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반대로 아편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활동에 침착성과 평형 감각을 가져온다. 성품이나 도덕, 감정과 관련해 아편은 판단력을 잃지 않는 활력을 주고, 노아의 홍수 이전 태초의 건강한 신체에 깃들었을 활기찬 온기를 준다. 아편은 술처럼 따뜻한 마음과 선한 애정을 넓혀 준다. 그러나 술에 취해 갑자기 생겨난 친절한 마음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경멸을 자아내지만, 아편은 그런 감상적인 성격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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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복용자(질병이나 아편의 부차적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는 사람)는 본성 중 신적인 속성을 최대한 불러내고, 그렇게 느낀다. 도덕적 감정은 구름 한 점 없는 평정한 상태에 놓여 있고, 거대한 지성의 위대한 빛이 사방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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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나 쉽게 아편의 매력에 굴복했다. 그러니 아편의 공포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여러 번 아편의 양을 줄이려고 했음을 독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이러한 시도를 포기하라고 처음 간청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고통을 목격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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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압박과 악몽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힘이 다 빠져나가는 끔찍한 무력감으로 어쩔 수 없이 침대에 갇혀, 가장 아끼는 사랑의 대상이 상처받고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처럼 누워서, 그가 나서서 해야 할 눈앞의 일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스스로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은 마법을 저주하고, 만일 다시 일어나 걸을 수만 있다면 목숨까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만, 갓난아이와 같이 무기력해 일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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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상태에 대한 여진이 아직도 남아 있다. 꿈들은 아직도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고, 폭풍이 몰아치는 끔찍한 큰 파도와 동요는 여전히 가라앉지 앉았으며, 꿈에 진을 치고 있었던 무리가 퇴각하기는 했지만 모두 떠나지는 않았고, 나의 잠은 아직도 불안하며, 아담과 이브가 멀리서 뒤돌아 바라보는 천국의 문과 같이 꿈은 아직도 (밀턴의 기막힌 시행처럼)  
끔찍한 얼굴과 불꽃 튀는 무기들로 가득하다.

-알라딘 eBook <어느 영국인 아편중독자의 고백>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명복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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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ed.com/talks/johann_hari_everything_you_think_you_know_about_addiction_is_wrong/transcript?language=ko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낄테고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소통의 단절이 중독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는데 단절이 늘어나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어느 때보다도 잘 연결된 사회에서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의 소통은 인간 교류의 흉내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위기에 처하면 알아차릴거에요. 
트위터 팔로워가 여러분을 보러 오지 않을 것입니다.
페이스북 친구가 위기를 극복하게 돕지는 않겠죠.

가까이 하는 친구들, 깊게 교류하고 미묘한 차이를 알고 얼굴을 맞대는 사람들이 여러분을 도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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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생의 짐을 벗어버리기로 결심한 사람의 기분이 어떠한지 상상해 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죠. 왜냐하면 우리는 공감하는 한에 있어서만 어떤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니까요. 인간의 본성은 말입니다."

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네.

"한계가 있어요. 인간의 본성은 기쁨, 번뇌, 고통을 어느 정도까지는 견디다가 그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파멸하고 말아요. 그러니까 여기 서는 사람이 약한가 강한가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이 고통의 한도를 견딜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그게 도덕적인 것이든, 아니면 육체 적인 것이든 말이에요. 그리고 악성 열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 절한 것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부르는 것 역시 말이 안 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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