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입니다. 
아프리카 토인들이 이 영리한 원숭이를 생포할 때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쌀을 넣어 나뭇가지에 단단히 매달아 놓습니다. 

가죽 자루의 입구는 좁아서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원숭이가 찾아와 
맛있는 쌀이 담긴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쌀을 가득 움켜쥐고는 흐뭇해합니다. 

그런데 쌀을 가득 움켜쥔 원숭이는 아무리 기를 써봐도 
그 자루 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없습니다. 
놀란 원숭이는 몸부림치며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손을 펴서 놓아버리기만 하면 쉽게 손을 빼내 
저 푸른 숲 속을 다시 자유롭게 누비며 살 수 있으련만, 
슬프게도 원숭이는 한줌의 쌀을 움켜쥔 손을 펴지 못한 
채 울부짖다가 결국 토인들에게 생포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손을 펴라. 
놓아라 놓아버려라. 
움켜쥔 손을 펴라. 
한 번 크게 놓아 버려라. 

- 박노해 ‘손을 펴라’ - 

(원숭이가 손을 펴지 못함은 절박함일까? 탐욕일까? 나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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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2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처음 봤을 때 ‘탐욕‘이 위험을 초래한 내부의 덫으로 생각했습니다.

revoman 2017-02-02 21:32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해요^^ 제가 사는 모습과 원숭이가 하도 비슷하여 이 시가 참 공감됩니다. 한편으론 저 원숭이가 너무나 궁핍하고 배고픈것이라면, 혹은 지켜야 그 무엇이 있어 죽을 줄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것이라면 하고 생각하니 가엽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