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모든 것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경멸과 칭송, 사랑과 증오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반대로 아편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활동에 침착성과 평형 감각을 가져온다. 성품이나 도덕, 감정과 관련해 아편은 판단력을 잃지 않는 활력을 주고, 노아의 홍수 이전 태초의 건강한 신체에 깃들었을 활기찬 온기를 준다. 아편은 술처럼 따뜻한 마음과 선한 애정을 넓혀 준다. 그러나 술에 취해 갑자기 생겨난 친절한 마음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경멸을 자아내지만, 아편은 그런 감상적인 성격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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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복용자(질병이나 아편의 부차적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는 사람)는 본성 중 신적인 속성을 최대한 불러내고, 그렇게 느낀다. 도덕적 감정은 구름 한 점 없는 평정한 상태에 놓여 있고, 거대한 지성의 위대한 빛이 사방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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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나 쉽게 아편의 매력에 굴복했다. 그러니 아편의 공포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여러 번 아편의 양을 줄이려고 했음을 독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덧붙여, 이러한 시도를 포기하라고 처음 간청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고통을 목격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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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압박과 악몽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힘이 다 빠져나가는 끔찍한 무력감으로 어쩔 수 없이 침대에 갇혀, 가장 아끼는 사랑의 대상이 상처받고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그냥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처럼 누워서, 그가 나서서 해야 할 눈앞의 일들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스스로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은 마법을 저주하고, 만일 다시 일어나 걸을 수만 있다면 목숨까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만, 갓난아이와 같이 무기력해 일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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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상태에 대한 여진이 아직도 남아 있다. 꿈들은 아직도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고, 폭풍이 몰아치는 끔찍한 큰 파도와 동요는 여전히 가라앉지 앉았으며, 꿈에 진을 치고 있었던 무리가 퇴각하기는 했지만 모두 떠나지는 않았고, 나의 잠은 아직도 불안하며, 아담과 이브가 멀리서 뒤돌아 바라보는 천국의 문과 같이 꿈은 아직도 (밀턴의 기막힌 시행처럼)
끔찍한 얼굴과 불꽃 튀는 무기들로 가득하다.
-알라딘 eBook <어느 영국인 아편중독자의 고백>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명복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