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아의 정의는 인간의 경험에 관한 연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정신만이 홀로 끊임없이 상像image을 그리게 되며 또한 그 상이 인간에게 (문자 그대로) 상상력imagination을 줌으로써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훨씬 풍부한 경험의 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체스를 하는 사람처럼 인간은 아직 두지 않은 수를 생각하고 계획한다.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있는 수는 아직 체스판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분명 그 게임에 속하는 것이다.

회상과 환상 사색과 선견先見에 있어서 인간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는-아직 사건으로서 우리 눈앞에 전개되지 않은-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자아란 육체적·정신적으로 그의 모든 경험들을 지식으로서 고정시키는 과정이다. 인간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성질이다. 바로 이 것이 나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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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두 개의 언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을 능가해왔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말을 위한 언어-뿐 아니라 머리 안에서 여러 개념을 조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사고를 위한 언어-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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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깊은 통찰력을 갖추고 있는 시는 어떤 해결책을 배우기 위한 연습일 수 없으며 또한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행동이 다른 종류의 행동보다 더 낫다고 선택할 것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시로부터 얻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느냐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시는 우리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화시키고 내 자신 안에서 그들의 딜레마를 발견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느냐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시에서 배우는 것은 바로 자아에 관한 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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