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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8월
평점 :
내가 읽은 책은 2005년 솔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저자의 강연초고를 보강해서 펴낸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좌를 시작하며'에서 '옛 그림 감상의 원칙'을 말한 부분에 끌려 읽기 시작하여 책 한권을 다 읽고 나니 온몸의 세포가 새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봄이 오려고 날이 조금씩 변덕스러우면서 흐린 날들이었는데...
저자가 말하고 있는 옛 림 감상의 원칙은 세 가지이다.
첫째, 작품 크기의 대각선 또는 그 1.5배 만큼 떨어져서 볼 것
둘째,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쓰다듬듯이 바라볼 것
셋째,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부를 찬찬히 뜯어볼 것
김홍도의 작품 <씨름>을 보면서 설명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숨은 그림찾기하듯 일부러 엉터리로 그려놓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나 씨름판에서 누가 이겼을지 그림으로 맞춰보는 부분등이 그랬다. 이미 본 적이 있는 옛그림들도 많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재미가 "아하!"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를테면 <일월오봉도>부분에서 임금이 일월오봉도 병풍을 뒤에 두고 정사를 보는 것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아침 일찍 임금이 일어나 깨끗이 씻고 옷차림을 갖추고 조정 일을 살피러 나와 가지고, 공손하니 빈 마음으로 여기 용상에 정좌를 하면 어떻게 됩니까? 천지인, 석 삼三 자를 그은 정중앙에 이렇게 올곧은 마음으로 똑바로 섰을 때, 즉 오늘도 백성들을 위해 바른 마음 하나로 반드시 앉았을 때, 바로 임금 왕王 자가 그려집니다. 그러니까 군주 한 사람이 올바른 마음으로 큰 뜻을 세우는 순간, 천지인의 우주 질서가 바로잡힌다는 뜻입니다."
또 '조선은 문화와 도덕이 튼실했던 나라' 꼭지의 글에서
"어쩌다가 우리 옛 그림을 공부하게 돼서 다시 우리 역사를 찬찬히 돌이켜 보니까, 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사실은 굉장히 잘 지어진 돌집 같은 나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문화와 도덕으로 튼실하게 잘 지어진 나라였다는 말이지요...조선시대는 세종대왕이며 영조, 정조 때에 배울 만한 훌륭한 사례가 많았는데 그 부분은 대충대충 가르치고, 나라 망하는 부분인 19세기말 20세기 쪽만 잔뜩 가르쳐서 열등감을 주면 우리 학생들은 도대체 무얼 배우고 느끼며, 무슨 자부심을 키우라는 겁니까? 참 이상한 발상입니다."
고 말한 부분에는 크게 공감했다. 18세기 전후의 문화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이다.
이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둔 그림은 김홍도의 <무동><마상청앵도><전 이재 초상><염불스승도>이다. 가까이에 두고 한번씩 보고 싶은 그림들이다.
내친김에 저자의 책을 두 권 더 주문했다. <김홍도>와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1>이다. <김홍도>는 이미 도착해서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고, 두 번째 책은 아직 도착전이다. 책이 두꺼워서 작정하고 읽어야할 일이지만, 설렌다.